나는 이 책에 ‘별들에 대한 갈망’과 재능 덕분에 절대적으로 새로운 무엇을 창조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그들이 받은 영감에서 출발해 아이디어를 여섯 단계로 발전시킨 방식을 추적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가 본질적으로 실화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영어로 말하면 ‘Based On A True Story’인데, 이는 머리글자로 놓고 보면 B.O.A.T.S., 즉 우리가 타고 갈 ‘배’다). 그다음으로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에 적당한 상황을 만들고(‘바다’와 ‘파도’), 아이디어의 가치를 알아줄 사람(‘바람’)과 그것을 발전시킬 수단(‘물’과 ‘암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외부 환경과의 비교(‘항구’)를 거친 아이디어는 궁극적으로 창공을 향해 멀리 나가 하늘에 꽃을 피울 것이다(‘별’).
---「서문」중에서
이 이야기(벨기에 TV 채널 TNT 광고)는 2012년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광고이기도 하지만, 성공한 아이디어에서 찾을 수 있는 중요한 특징 13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머리글자만 따서 B.E.S.T.O.F.A.L.L.T.I.M.E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B는 ‘수단을 뛰어넘는다Beyond The Medium’를 말한다. E는 ‘관심을 끈다Engaging’, S는 ‘단순하다Simple’, T는 ‘이야기한다Tell’, O는 ‘오 마이 갓Oh My God’, F는 ‘실현 가능하다Feasible’, A는 ‘적응력 있다Adaptive’, L은 ‘앞장선다Lead’, 다음 L은 ‘오래 지속된다Long Lasting’, T는 ‘사실적이다True’, I는 ‘혁신적이다Innovative’, M은 ‘기억하기 쉽다Memorable’, E는 ‘감동적이다Emotional’에서 가져왔다. ‘조용한 광장에서 벌어진 놀라운 드라마’란 제목의 이 광고는 벨기에 TV 채널 TNT를 광고하기 위해 뒤발 기욤 모뎀 사가 제작했다. 이 광고에는 앞에서 말한 13가지 특징이 모두 들어 있다.
---「1단계 배」중에서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한 로고 가운데 상당수는 창립자나 당시 유명 디자이너들의 작품이다. 디즈니의 로고는 월트 디즈니가 1923년 직접 쓴 것이다. 트위터 로고를 만드는 데 들어간 돈은 15달러였다. 이 상표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로고의 미적인 아름다운 때문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내용 때문이었다. 그 속에 담긴 실화 말이다. 가치는 실화의 존재 여부에 달려 있다.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이야기이지, 이미지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영국 출신의 가수 로드 스튜어트가 “이미지는 이야기할 것이 없다”고 말한 것처럼, 이미지는 기표 그 자체일 뿐이다. 소비자들이 클릭을 통해 얻는 어마어마한 정보는 ‘브랜딩’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으며, 기업이 견고해지려면 상표보다는 실화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한다.
---「1단계 배」중에서
〈프라다 마파〉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실마리는 상황의 특별함과 관련된다. 즉 평범한 것을 특별한 것으로 바꾸기 위해 상황을 이용하는 것이다. 독특하고, 우아하며 세련된 매장이라 할지라도 뉴욕 5번가의 매장은 텍사스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매장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와 같은 특별함은 물건 자체에서 나오지 않고 물건이 위치한 상황에서 비롯된다. 다음 장에서도 보겠지만 특별함, 즉 평범함을 벗어난 것은 여분의 가치를 의미하며, 매우 중요한 차별적인 요소가 된다. 그것을 가지면 자신의 계획과 아이디어를 성공 스토리로 바꿀 수 있다. 실제로 우리의 특징을 생각하여 그것을 다른 상황 속으로 이동시켜보자. 평범한 특징이 특별한 특징으로, 세련되고 가치 있는 특징으로 변할 수 있다. 언어를 예로 들어보면, 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아어를 말할 줄 아는 것은 필수적이면서도 부차적인 경쟁력이 된다. 마케팅 용어로 ‘기본basic’ 속성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제르바이젠의 바쿠에서 이탈리아어를 할 줄 아는 것은 특별한 경쟁력, 그러므로 매우 가치 있는 경쟁력이 된다. 기본 속성이 아니라, ‘흥미진진한exciting’ 속성이 되기 때문이다.
---「2단계 바다와 파도」중에서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비유를 따르면, 벽 없이 마음을 완전히 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생각이 자유롭게 흘러갈 수 있으며, 새로운 연결고리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러나 생각과 생각 사이에는 이전 프로젝트나 직업의 종료와 함께 새로운 작업의 시작을 승인하는 문이 있다는 사실, 그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 1978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전시된 마르셀 뒤샹의 〈파리 라레가 11번지〉가 담고 있는 메시지와도 비슷하다. 작품을 보면, 출입구가 직각을 이루며 나란히 붙어 있는 두 개의 방이 있다. 그런데 방문이 하나뿐이라 한쪽 방문을 90˚로 열면 자연히 다른 방은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해리슨 포드는 릭 데커드로 분했을 때, 한 솔로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이듬해 한 솔로의 문을 다시 열고,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야 할 때는 또다시 그 문을 닫았다. 어떤 활동을 했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활동이 많을수록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할 가능성도 커진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하고 있던 프로젝트를 끝낼 수 있도록 순차성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3단계 바람」중에서
무엇을 더할지 생각하지 말고 무엇을 뺄지 생각하라. 그리스 철학자 플로티노스의 말을 인용하자면, 중요한 것은 ‘자신의 조각상을 발견하는 것’이다. 플로티노스에게 조각은 빼기의 예술이며, 돌덩이에서 하나의 형상을 얻어내는 능력이다. 조각상은 대리석 속에 이미 존재해 있다. 우리는 ‘조각상이 아닌 것을 제거’하여,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출현시켜야 한다. 그러므로 수학의 기본적인 원칙 중의 하나, 즉 ‘마이너스 곱하기 마이너스는 플러스’라는 원칙을 따라야 한다. 오늘날에는 자원을 더하는 것(플러스 곱하기 플러스)이 아니라 자원을 빼서(마이너스 곱하기 마이너스),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 최고의 결과를 얻는 방법이 최선이다.
---「4단계 물과 암초」중에서
창조적인 사고는 이질적인 요소를 배합하는 벤야민의 사유 방식과 유사하게 작동할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접근하여 서로 다른 사물을 혼합하는 행위, 즉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 방식의 구성주의적 몽타주처럼 말이다. 이 몽타주에서 일관성은 서로 관련 없는 조각들이 충돌할 때 나타난다. 이 주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음악으로 영역을 확장해보자. 특히 혁신적인 스타일 가운데 하나인 ‘쿨 재즈cool jazz’의 탄생 배경을 보자. 쿨 재즈는 새로운 악기나 음악을 널리 알리기 위한 새로운 채널이나 기교를 창조하지 않았다. 쿨 재즈의 혁신은 마일스 데이비스와 길 에번스의 천재성에서 나왔다. 그들은 재즈 연주를 위해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보기 드문 악기 아홉 개(트럼펫, 트롬본, 프렌치 혼, 튜바, 콘트랄토 색소폰, 바리톤, 색소폰, 피아노, 드럼, 콘트라베이스)를 한데 모아 음악의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5단계 항구」중에서
우리는 앞선 사람이 가야 할 길을 가르쳐주길 바라면서 그를 뒤쫓아가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포레스트 검프가 달리기를 멈추고 집으로 돌아갈 때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하죠?”라며 사막에 안내자 없이 남겨진 추종자들처럼 되고 말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를 따라가서 그를 추월하여 먼저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한계를 뛰어넘어 자신만의 레이스를 펼치는 것이다. 기존 시장을 지배하는 것만 염두에 둔다면, 역설적으로 ‘우리 뒤를 쫓아온 사람을 쫓아갈 수밖에 없다.’ 더 큰 시장의 지분을 소유한 사람은 자신의 전략이나 비전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뒤따르는 사람들’에게 추월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끊임없는 강박에 맞춰 혁신을 구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6단계 별」중에서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만큼 실패가 일상적이고, 일상이 되어야 하는 시기는 없을 것이다. 우리 자신이 제품을 만들고 테스트하고 출시하고 업데이트하는 일종의 지속적인 ‘베타 버전’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제안하는 모든 아이디어는 계속 제품으로 제작되고 있고, 실수와 실패는 발전 과정의 일부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알랭 바디우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재앙’이 아니라 ‘탈-존재’다.
---「6단계 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