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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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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 살인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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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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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0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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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29.06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25.4만자, 약 8.4만 단어, A4 약 159쪽?
ISBN13 9788950964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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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1968년 스톡홀름 외곽에서 태어나 스톡홀름 경제대학교를 졸업한 후 오디오북 출판사인 ‘스토리사이드(Storyside)’를 공동 설립했다. 여동생 오사 트레프와 정신분석학자에 관한 범죄 스릴러 소설 다섯 편을 함께 집필했다. 『약혼 살인』은 단독 집필한 첫 장편소설이며, 공저로 3부작 소설 『검은 모스코바(Moscow Noir)』를 썼다. 현재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스톡홀름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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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매장에 왔던 5월의 그날, 처음에는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그의 전체적인 모습은 다소 당혹스러운 데가 있다. 그는 서커스의 원형 무대 한가운데 서서 휘둥그레진 눈으로 관중을 쳐다보는 아이처럼 남성복 코너를 천천히 빙글빙글 돌았다.
나는 가서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다. 그게 내 일이었고, 회사가 만든 고용인 지침서에도 그렇게 적혀 있으니까. 그건 예스페르가 생각해낸 아이디어로 노조는 그 지침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날 향해 돌아섰고 당황해서 손을 가슴 위로 움직이며 셔츠 앞부분에 커다란 오렌지색 얼룩을 가리켰다.
“30분 후에 중역 회의가 있어서 새 셔츠가 필요해요.” 그는 내 시선을 계속 피하면서 매장 주변을 둘러보았다.
“볼로네즈 스파게티?”
몸이 굳은 그의 그을린 얼굴에서 미소의 기미가 스쳤다. 내 눈을 쳐다보는 순간 나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그의 존재가 갑자기 굉장히 압도적이고 뚜렷이 느껴져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다행스럽게도 그가 다시 시선을 돌렸다. 아무 말 없이 그가 나를 혼자 내버려두자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1분, 아니 2분쯤 걸렸을까. 결국 정신이 들었다.
“사이즈가 어떻게 되세요?”
--- p.36

“어머니가 오랫동안 알코올 문제가 있으셨나?”
“내가 기억할 수 있을 때부터였어요.”
나는 돌이켜봤다. 엄마가 술을 마시지 않을 때가 있었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행복했고 에너지가 가득했다. 우리는 잘 시간이 훨씬 지나 밤늦게 밖에 몰래 나가 맨발로 눈밭에서 서로를 쫓아다니곤 했다. 한번은 엄마가 취했을 때 애완동물 가게에 가서 강아지 한 마리를 샀다. 그곳으로 가는 동안 나는 몸을 심하게 떠는 엄마를 부축해야 했다. 돈이 떨어지면 우리는 식료품 가게에서 함께 물건을 훔쳤다.
그 모든 일들이 있었지만 좋은 기억들이었다.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지?” 예스페르가 물었다.
“아빠는 내가 중학교 다닐 때 돌아가셨어요.”
“아버지를 자주 생각해?”
“가끔요. 아빠 꿈을 꿔요.”
그는 정확히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새아버지는?”
마음속에 셴트 모습이 떠올랐다. 즉각 몸서리가 쳐졌다.
엄마는 그와 몇 년을 함께 지냈다. 술 마시는 것 외에 그들에게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알코올 중독인 부모 밑에서 자라는 건 힘들지.”
예스페르의 손이 내 손을 덮었다. 햇살 같은 온기가 그에게서 내게로 흘러왔다.
“그건…… 외로웠어요.”
“그것 보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하면서 그는 내 손을 더 꼭 쥐었다.
“뭐라고요?”
“당신 역시 외로웠다고. 내가 말했던 것처럼. 난 알고 있었어.”
--- p.99~100

나는 궁금했다. 예스페르는 따뜻하고 사랑스럽고 이해심이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날 찬 거라면. 그가 그림을 훔쳐갔다면. 내게 돈을 돌려줄 마음이 없다면. 그렇다면 올가가 옳다.
“어떻게 해야 된다고 쓰여 있어?”
올가는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조용히 움직여 마지막 문단을 읽었다.
“할 수 있는 한 그에게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그는 변하지 않을 테니까. 사이코패스는 변하지 않는대. 기사에 그렇게 나와 있어.”
올가는 날 향해 몸을 숙이고 손을 내 팔에 얹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크고 옅은 색의 눈 속에 걱정의 빛을 담고 날 쳐다봤다. 나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절망보다는 알고 싶다는 욕구가 내 안에서 더 강하게 샘솟았다.
“이해가 안 돼.” 난 웅얼거렸다. “그는 돈이 아주 많아. 그리고…… 유명해. 그런 그가 내게 10만 크로나를 사기 치려고 모든 위험을 감수하겠어?”
“어쩌면 돈 때문이 아닐 거야.” 올가가 주저하며 말했다.
“무슨 뜻이야?”
“그는 네게 굴욕감을 주고 싶었던 건지도 몰라. 널 열 받게 하려고 한 거지. 알겠어?”
--- p.153

“했어요, 당신은 내게 거짓말했어요. 그리고 날 이용했죠.”
“당신을 이용했다고? 어떻게?”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냉정해지고 거들먹거리는 투로 변했다.
“모든 게 항상 당신 방식대로죠. 당신이 원할 때 와서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 몸, 내 감정. 당신은 그것들이 당신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 그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그의 두 눈은 창을 응시하고 있다. 건너편 집에서 나오는 네온사인 불빛이 그의 까만 머리에 푸른색과 분홍색 줄을 길게 그렸다. 나는 그의 이마에 맺힌 작은 빗방울을 볼 수 있었다.
“맞긴 하지만, 난 그러지 않았는데?” 그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명확한 사실을 얘기하는 것처럼 조용히 말했다. 그의 대답이 내 허를 찔렀다. 난 처음에는 아무 말도 대답할 수 없었다.
“무슨 뜻이죠?” 결국 나 자신만 겨우 들을 수 있을 만큼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가 날 보고 섰는데 그의 얼굴은 갑자기 유령처럼 공허해 보였다.
그저 껍질만 있는 것 같았다. 감정이 없고 사람이 살지 않는 껍질.
“내 말은 엠마 당신은 내 것이라는 거야.”
그가 내게 걸어와 우리는 어두운 방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섰다. 멀리서 들리던 사이렌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렸다. 그렇지 않았다면, 소리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그는 나를 가깝게 당겨 안았지만 그의 포옹은 뭔가 이상했다. 실제 따뜻함이라고는 전혀 없는 뻣뻣하고 부자연스런 밀착이었다. 그가 자신의 소유권을 표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사랑이 아닌 다른 무언가, 아마도 힘일 것이다.
“미안해.” 그가 내 귀에 중얼거렸다. “물론 당신이 옳아. 이대로 계속 갈 수는 없어.”
그는 잡은 손을 풀고 주머니 속에서 뭔가를 찾는 것 같았다.
“사랑해, 엠마.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건 절대 잊지 말아. 당신, 잊지 않겠다고 약속해줄 수 있어?”
난 갑자기 불편하게 느껴졌다.
“무슨 뜻이에요?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거죠?”
그는 내 질문을 무시했다.
“당신이 이걸 받아줬으면 좋겠어.”
그는 손을 밖으로 꺼냈다. 그의 손바닥에서 뭔가 반짝였다. 나는 천천히 손을 뻗어 차가운 금속 광택이 나는 작은 물체를 망설이다가 쥐었다.
반지였다.
--- p.156~157

열쇠가 덜커덕 돌아가는 소리가 그의 휘파람 소리와 섞였다. 그는 오늘 기분이 좋아 보였다. 창고 문이 미끄러지며 삐걱거렸다. 그는 팔을 펼쳐서 내게 먼저 들어가라고 손짓을 했다. 그 몸짓은 창고로 급히 날 들여보내려는 것처럼 어딘가 초조해 보이기도 했다. 마치 중요한 무언가가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잠시 난 주저했다.
우디와 복잡한 창고 안에 들어간다면, 다시는 결코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았다. 그곳에서 다른 사람이 되어 걸어 나올 때는 세상이 변하고 예전의 엠마는 사라질 것이다. 어쩌면 거기서 멈추고 몸을 돌려 점점 작아져가는 내 버터 칼로 돌아갔어야 했다. 하지만 호기심이 너무 강했다. 다른 곳, 새로운 엠마에 대한 열망이 내 두려움을 이겼다.
쾅 소리를 내며 문이 휙 닫혔다. 우디는 문을 잠그고 천천히 내게 걸어왔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확신하지 못한 채, 널빤지와 벽의 고리에 단정하게 걸려 있는 도구를 둘러보며 서 있었다. 신선한 나무 냄새를 맡으며 가슴 앞에 팔짱을 꼈다.
우디는 나만 바라봤고, 잠시 동안 나는 마비시키는 두려움에 압도당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다룰 수 없는 내가 무능력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더 많은 경험을 하기를 바랐다. 더 멋져지기를 바랐다.
그는 두 손을 내 어깨에 대고 부드럽고 천천히 자신을 향해 날 잡아당겼다.
--- p.210~211

“엠마, 괜찮을 거야. 약속해.”
그의 말이 날 도발했다. 내가 괜찮을 거라는 말을 원했다고 누가 말했을까? 나는 상체를 뒤로 젖혔지만, 아주 약간이었기 때문에 그의 표정을 볼 수 있었고, 그의 시선을 끌 수 있었다. 확신하지는 못했지만 그가 겁에 질려 보인다고 생각했고, 그의 두 눈에서 뭔가 물음이나 걱정의 빛을 얼핏 보았다.
그래서 나는 발끝으로 서서 몸을 앞으로 숙여 그에게 키스했다. 그의 입술은 단단하면서 작았고 전혀 지난번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뒤로 펄쩍 물러났고 몸 전체를 떨며 날 강제로 밀어냈다.
“엠마, 뭐……?”
밖에서 긁히는 소리와 작게 쾅 하는 소리가 났다. 뒤를 돌아보았을 때 문에 서 있는 그림자 하나를 보았다. 엘린이었다. 엘린은 마치 수영장에서 물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균형을 잡고 있는 것처럼 몸을 앞으로 숙이고 있었다. 그녀의 입은 반쯤 열려 있고 손에는 소다 음료 캔 하나가 들려 있었다.
“엘린.” 우디가 불렀다. “들어오렴. 너와 이야기하고 싶구나.”
엘린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소다 음료가 손에서 천천히 미끄러졌다. 캔이 바닥에 닿아서 음료가 리놀륨 바닥 여기저기로 뿜어져 나오기까지 영원처럼 느껴졌다.
“엘린.” 그가 다시 외쳤지만 엘린은 이미 몸을 돌려 밖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낡은 가죽 재킷과 빨간색 니트 모자가 문을 지나 사라졌고 달리는 발자국 소리도 점차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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