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눈물이 나서 혼났는지 설명하겠다. 1부를 읽었다. 여기는 어떻게 아름다운가? 어떻게 “더럽디더러운 풍경에서/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리는가? 그런 질문들을 읽고 있었다. 「기묘하게 힘찬 합창」이라는 시에서 답을 얻었다. 그게 무엇인지는 읽어보면 알 것이다. 어쨌든 거기까지 읽었을 때, 나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죽은 것들의 생명력은 신의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생명으로 가득 찬 시집이로군. 힘으로 가득 찬 시집이로군. 그렇게 2부로 갔다. 거기서 「죽음의 집 2」라는 시를 읽었다. 「죽음의 집 1」은 이 시집의 첫번째 시였지. 「죽음의 집 1」이 잘 기억나지 않아서 그곳으로 갔다. 편지였다. 거기엔 귀신도 있고, 신도 있고, 생명도 있고, 죽음도 있었다. 정확히는 그것들을 관찰하는 박희수가 있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울고 있다는 문장을 쓰고 있는 박희수를 만났는데, 이번엔 박희수가 울고 있었다. 나도 울었다. 그리고 다시 2부를 읽었다. 3부도 읽었다. 거기엔 울지 않으려는 박희수가 있었다. 박희수는 지금 당장 죽을 수도, 개 같은 세상을 마냥 아름답고 힘찬 것으로 여길 수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의 시는 계속 새로운 형식을 찾아 모험을 떠나고 있었다. 언어가 생명이 되게. 죽기 위해 흐르는 강처럼. 김승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