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건축물을 보면 소수의 리듬, 즉 573과 57577의 홀수로 된 운율이 많이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서양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나선의 숫자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동양 건축의 경우, 기본은 격자모양으로 장지문은 보통 직사각형으로 만든다. 그 이유는 건축에 사용하는 목재의 성질 때문이다. 통나무에서 목재를 잘라낼 때는 대개 낭비를 줄이기 위해 정사각형으로 자르는데, 이 정사각형에서 나오는 수가 (1.41421356…)이다. 한 변이 1인 정사각형의 대각선 길이는 이며, 이것을 기본으로 하는 목재를 사용하는 동양 건축은 자연히 로 이루어진다.
통나무에서 정사각형을 잘라낼 때 나타나는 를 사용하면 동적(動的)인 기분을 낼 수 없다. 나선처럼 활동적인 아름다움은 생길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동양 건축은 대개 매우 정적이다.
--- p.64
나는 “초등학교까지만 해도 수학을 잘했는데,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수학을 가장 못하게 되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물론 수학의 내용이 어려워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단 초등수학은 일상생활에 밀착되어 있는 데 비해 중등수학은 추상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원의 면적을 구하는 공식의 경우, 초등수학에서는 ‘반지름×반지름×원주율’이라고 배운다. 그런데 중등수학으로 넘어가면 S=π이라고 표현한다.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호나 문자로 숫자를 대신하는 대수(代數)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원에 대한 친밀감은 사라지고 수학이 기하학적이고 무미건조하게 느껴진다.
또한 배우는 공식이나 해법도 기계적으로 바뀌게 된다. 예를 들어 “학과 거북이 모두 20마리가 있습니다. 다리의 합이 54개라면 거북은 몇 마리일까요?”라는 문제가 있다고 하자. 중학생 이상이 되면 이런 문제는 대개 방정식을 사용해서 풀게 된다. 학을 x, 거북을 y라고 하면 학의 다리는 2개, 거북의 다리는 4개이므로 x+y= 20, 2x+4y=54라는 방정식을 만들어 x=13, y=7로, 7마리라는 답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방정식을 배우지 않은 초등학생은 그런 방법으로 문제를 풀 수 없다.
만약 20마리 모두 거북이라면 다리의 합계는 4×20=80으로 80개가 된다. 가령 거기에 학이 1마리 섞였다면 거북의 다리는 4개이고 학은 2개이므로 그 차이인 2개가 줄게 된다. 따라서 80-2=78로, 다리 수는 78개가 된다. 그런데 지금 다리의 총 개수가 54개이므로 80-54=26으로, 26개의 다리가 거북에서 학으로 바뀌어야 한다. 따라서 26÷2=13, 즉 학의 다리 수로 26을 나누면 학이 몇 마리 섞여 있는지 알 수 있다. 학은 13마리, 거북은 7마리인 것이 된다.
방정식을 배운 사람에게는 이러한 방식이 오히려 더 헷갈리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문제를 좀더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다. 학의 길고 가는 다리와 거북의 짤막하고 귀여운 다리가 저절로 떠오르는 것이다.
--- p.105
수학세계를 배우기 위해 특별한 실험도구나 설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호기심만 있으면 언제든 주위에 있는 종이와 연필을 사용해 누구나 손쉽게 수학세계를 즐길 수 있다.
얼마 전 어느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종이를 마흔세 번 접으면 달까지 닿는다’는 것을 실험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러면 종이를 100번 접으면 태양을 뛰어넘는 거리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종이 한 장의 두께가 0.08밀리미터인 일반적인 복사용지로 계산해 보자. 한 번 접으면 0.16밀리미터로 두께는 처음의 두 배가 된다. 이것을 다시 접으면 두께는 네 배인 0.32밀리미터가 되고, 끈기 있게 마흔세 번까지 접어가면 그 시점에서 종이의 두께는 약 38만 킬로미터나 되어 달까지 도달하는 두께가 된다.
그리고 그대로 계속 접어가면 채 100번이 되지 않아 가볍게 태양까지의 거리를 뛰어넘게 된다. 이것을 수학적으로 나타내면 한 번 접으면 으로 두 배가 되고, 두 번 접으면 으로 네 배가 되고, n번째에는 이 된다는 지수(指數)를 가리킨다.
처음에는 작은 숫자였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폭발적으로 큰 수가 되어 결국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숫자가 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지수의 재미이자 수학의 묘미다.
실제로 종이를 접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어 일반 복사용지로는 6번 정도밖에 접을 수 없다. 그래도 직접 접어보면 현실세계에서는 무리라는 것을 체험하고, 수학의 힘을 빌리는 것으로 공상세계가 펼쳐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p.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