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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신화 2
이석범의 탐라유사 8부작

제주 신화 2

: 제주의 신화·전설·민담

살림지식총서-536이동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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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197g | 120*190*13mm
ISBN13 9788952233684
ISBN10 8952233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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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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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배야! 가니 무어라고 합디까?”
“역시 일곱 형제의 간을 내어 먹어야 좋겠다고 하오.”
“이젠 할 수 없구나. 여보 서방님. 정 그렇거든 아들 일곱 형제 간을 내주십시오. 내 살아나서 한꺼번에 세 쌍둥이씩 세 번만 낳으면 아홉 형제가 될 터이니 지금보다 더 불어나지 않겠습니까?”
남 선비는 부인의 말이 그럴싸했다. 부인만 살아 있다면 아들들이야 다시 낳으면 그뿐인 것. 남 선비는 식도를 꺼내 슬근슬근 갈기 시작했다. (……)
“설운 아기들아, 이리들 오너라. 방금 너희 집에 다녀오는 길이다. 네 아버지는 너희들 일곱 형제의 간을 내려고 칼을 갈고 있더구나!”
사정을 전해 들은 일곱 형제는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우린 악독한 다슴어멍(계모) 때문에 다 죽게 되었다!”
얼마나 울었을까. 울음에도 지쳐가자, 영리한 막냇동생 녹대셍인이 의견을 내놓았다.
“형님들, 이제 그만들 우세요. 제가 어떻게 하든 아버지가 가는 칼을 뺏어 오리다.” (……)
일곱 형제들이 울부짖으며 눈을 번쩍 뜨고 보니, 과연 노루 한 마리가 뛰어 내려오고 있었다. 형제들은 와르르 몰려들어 그 노루를 잡고 금방 죽일 판으로 둘러쌌다. 노루는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차근차근 이야기했다.
“도련님들, 절 죽이지 마세요. 나 하나 죽어봐야 간은 하나뿐이지 않습니까. 제 뒤를 보면 산돼지 일곱 마리가 내려오고 있으니 그걸 잡으시오. 어미는 씨 전종할 것으로 남겨두고 새끼 여섯 마리를 잡아 간을 내어가면 될 게 아니겠습니까?”
듣고 보니 그럴듯하긴 했다.
“그게 정말이냐? 만일 거짓이면 용서하지 않으리!”
“제 몸에 어떤 표시를 해두면, 나중에라도 잡혀 응분의 죗값을 치를 수 있으리다.”
노루는 역시 의연하게 제의했다. 일곱 형제들은 이 노루를 나중에라도 식별하기 위해 꼬리를 짤막하게 끊고, 형제들이 돌아가며 엉덩이며 잔등이를 때려 손자국을 남겼다. 그 후 노루의 몸뚱이는 아리롱다리롱 무늬가 생기고 꼬리가 짧아지게 되었다.
노루를 놓아주고 잠시 있으니 과연 산돼지 일곱 마리가 산 쪽에서 내려오는 것이었다. 노루 말대로 어미는 씨 전할 것으로 살려주고, 새끼 여섯 마리를 잡아 간을 내었다. 일곱 형제는 산돼지 간을 돌돌 싸서 마을로 돌아왔다.
네거리에 이르자 녹디셍인이 말했다.
“형님들일랑 동서남북중앙, 오방으로 벌려 서십시오. 대기해 있다가 내 큰 소리가 들리거든 왈칵 집 안으로 달려드십시오.” --- pp.59-63『제주 신화 2』중에서

소별왕이 녹디셍인의 입을 빌려 말한다.
“어머니, 춘하추동 사시절을 물속에서만 살았으니 몸인들 안 추울 리 있겠습니까? 이제부터 어머니는 하루 세 번 더운 불을 쬐며 음식을 받아먹을 수 있는 조왕할망(부엌신)으로 좌종하십시오.”
어머니 여산 부인은 조왕할망으로 들어서게 하고, 일곱 형제는 집 안 오방에 각각 자기의 직분을 차지하며 신들이 되었다.
큰형은 동방청대장군, 둘째형은 서방백대장군, 셋째형은 남방적대장군, 넷째형은 북방흑대장군, 다섯째형은 중앙황대장군, 여섯째형은 뒤쪽 문신(門神)인 뒷문전, 마지막으로 영리한 녹디셍인은 일문전(앞쪽 문신)이 되어 들어섰다.
이후로 사람들은 명절?기일?제사 때 문전제를 지내고, 그 제상의 제물을 조금씩 떠서 지붕 위에 올린 후, 다시 조금씩 떠서 어머니신인 조왕에게 올리게 되었다. 또한 변소의 신인 측도부인과 조왕할망은 처첩 관계였기 때문에, 부엌과 변소는 마주 서면 좋지 않을 게 뻔했다. 부엌과 변소는 서로 멀어야 하고, 변소의 것은 돌 하나, 나무 막대기 하나라도 부엌으로 가져오면 좋지 못하다는 말은 이 때문에 생겨났다. --- pp.67-68『제주 신화 2』중에서

차사는 적패지를 들고 그 마을 사람들의 생명을 관장하는 본향당신에게 가서 호적 장적을 맞춰본다. 죽을 때가 된 사람이 확실하면 그 사람의 집으로 찾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망자의 신심이 깊어 집 안의 신들이 지켜줄 경우 넋을 잡아가는 데 번거로움을 겪는다. 문 앞에는 일문전신이 있어 못 들어가고, 뒷문으로 들어가려 하면 뒷문전신, 부엌으로 들어가려면 조왕할망이 가로막는다.
그래서 차사는 지붕 상마르로 들어간다. 집을 지키는 신들이 많지만 상마르를 지키는 신은 없기에 차사가 상마르로 들어가면 막을 길이 없다. 일단 집 안에 들어서면 평소에 덕이 많아 가속을 지켜주던 조왕할망일지라도 어떻게 손을 쓰지 못한다. 차사가 한 발로 할망을 밟고 ‘죽을 자가 누운 방을 이르라’고 호통을 치면 아무리 조왕할망이라도 꼼짝없이 일러바치지 않을 수 없다.
차사는 죽을 자가 누운 방문을 활짝 열고 그 이름을 세 차례 부른다. 죽을 나이가 됐음을 선고하는 것이다. 초혼?이혼?삼혼……. 산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안 들리지만 죽을 자의 귀에는 우레인 듯 벼락인 듯 어마어마하다. 세 번을 다 부르는 사이 몸은 차갑게 굳어지고, 영혼은 오래 깃들였던 몸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 pp.70-71『제주 신화 2』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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