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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털리 부인의 연인

채털리 부인의 연인

모던 컬렉션 시리즈-007이동
리뷰 총점8.7 리뷰 3건 | 판매지수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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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5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744쪽 | 592g | 115*170*40mm
ISBN13 9788962609752
ISBN10 8962609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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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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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유혜영
책 읽는 시간은 작가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며, 현재의 나와 잊고 있던 내면의 또 다른 내가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충실한 번역으로 이런 소중한 시간의 징검다리가 되고자 한다. 글밥아카데미 수료 후 현재 바른번역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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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쓸쓸하고 진절머리가 나는 나날들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는 클리퍼드가 온전한 삶이라 부르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공허하게 흘러가는 인생만이 남았다. 같은 집에서 서로 습관처럼 길들여진 두 사람이 오랫동안 함께 사는 삶 말이다.
공허하기만 했다! 인생이 지독하게 공허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삶의 목적처럼 보였다. 매우 분주하고 중요해 보이는 온갖 사소한 것들이 그 엄청난 공허함을 이루고 있었다!
--- p. 133

코니에게는 모든 위대한 말들이 자신의 세대에서 의미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사랑, 기쁨, 행복, 집, 어머니, 아버지, 남편, 이런 모든 위대하고 역동적인 단어들은 이제 반쯤 죽어버렸고, 날마다 죽어가고 있었다. 집은 그저 그 안에서 사는 장소일 뿐이고, 사랑은 바보처럼 속아 넘어가면 안 되는 것, 기쁨이란 찰스턴 춤을 실컷 출 때나 쓰는 표현이고, 행복은 허세를 부리기 위해 점잖은 체하며 사용하는 위선적인 말이며, 아버지는 자신의 삶을 즐기는 개인이며, 남편은 함께 살면서 계속 활기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줘야 하는 남자였다. 마지막 위대한 말인 섹스는 잠시 동안 기운 나게 했다가 전보다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흥분을 의미하는, 잡다하게 섞인 말이다. 닳아 사라져버렸다! 사람이란 존재를 만드는 데 사용한 재료가 싸구려들이라 결국 닳고 닳아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 p. 148

그래서 코니는 그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전에 벌거벗은 그의 몸에서 보았던 고독한 외로움을 이제 옷을 입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도 볼 수 있었다. 홀로 움직이는 짐승처럼 고독하게 일에 몰두하면서도 생각에 잠긴 모습은 모든 인간과의 접촉을 피해 뒷걸음질 치는 영혼 같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리고 끈기 있게 그녀에게서 도망치고 있었다. 참을성 없고 열정적인 한 남자가 지닌 고요함과 한없이 인내하는 그 모습이 코니의 자궁에 전율을 일으켰다. 그녀는 숙인 그의 머리에서, 조용하면서 민첩하게 움직이는 손에서, 호리호리하고 섬세한 허리를 구부리고 있는 모습에서 그것을 보았다. 끈기 있게 참으면서 움츠러드는 어떤 것을 보았다. 그녀는 그가 자신보다 더 깊고 넓은 경험을 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훨씬 깊고 넓으며 아마도 더 끔찍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런 느낌이 들자 어느새 긴장이 스르륵 풀렸다. 그녀가 생각해도 거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긴장이 풀려버렸다.
--- p. 215

이상하게도 순종적으로 그녀는 그의 말에 따라 담요 위에 누웠다. 그리고 그녀는 감당할 수 없는 욕망에 휩싸인 그의 손길이 자신의 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얼굴로 더듬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한없이 달래고 안심시키는 듯한 손길로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아주 부드럽게 쓰다듬었고 마침내 그녀의 뺨에 부드럽게 입 맞추었다. 그녀는 잠에 취한 듯, 꿈을 꾸는 듯 가만히 누워 있었다. 그러다 그가 부드럽지만 뭔가 어색한 듯 묘하게 서투른 손길로 그녀의 옷 사이를 더듬는 것을 느꼈을 때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역시 그 손은 원하는 곳에서 옷을 어떻게 벗기는지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몸에 꼭 맞는 얇은 실크 원피스를 천천히 조심스럽게 아래로 끌어내려 발에서 빼내었다. 그리고 그는 섬세한 기쁨에 전율하면서 그녀의 따듯하고부드러운 몸을 어루만지고 그녀의 배꼽에 잠시 입을 맞추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평온한 대지 같은 그녀의 부드럽고 고요한 몸 안으로 들어갔다. 여자의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 그것은 그에게 순수하게 평온한 순간이었다.
--- p. 285

그는 언덕 꼭대기로 가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결코 작업을 멈추지 않는 스택스게이트에서 기계를 질질 끄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는 것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작업장에서 일렬로 환하게 빛나고 있는 전깃불 말고는 빛도 거의 없었다. 세상은 어둠에 깔리고 자욱한 연기에 싸여 잠들어 있었다. 두 시 반이었다. 그러나 잠들어 있어도 세상은 불안하고 잔인했다. 기차나 도로 위를 달리는 대형 트럭 소리로 흔들리고, 용광로에서 솟구치는 장밋빛 불길로 번쩍거렸다. 그것은 철과 석탄, 철의 잔인함과 석탄의 연기,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몰아대는 탐욕을 끝없이 내뿜고 있는 세상이었다. 탐욕, 오직 탐욕만이 모두가 잠든 세상에서도 들썩거리고 있었다.
날이 추워서 그는 기침을 했다. 상쾌하고 차가운 바람이 언덕 위로 불어왔다. 그는 그 여자를 떠올렸다. 자신이 갖고 있거나 갖게 될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지금 이 순간 그녀를 다시 따뜻하게 품에 안고 함께 담요를 덮고 잠들고 싶었다. 영원을 꿈꾸는 모든 희망과 과거에 얻은 모든 것을 내주고서라도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와 한 담요를 따뜻하게 덮고 함께 잠을, 오직 잠을 자고 싶었다. 그 여자를 품에 안고 자는 일만이 지금 유일하게 필요한 일처럼 느껴졌다
--- p. 351

그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아, 당신은 훌륭해!” 하고 말했을 때 내면에 있는 어떤 것이 전율했고, 그녀의 정신속에 있는 어떤 것은 저항하며 뻣뻣하게 굳어졌다. 끔찍할 정도로 친밀한 육체적 접촉 때문이었고, 서둘러 가지려는 그의 태도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자신의 열정에서 비롯된 강렬한 황홀감도 그녀를 사로잡지 못했다. 그녀는 애쓰며 몸부림치는 그의 몸에 힘없이 두 손을 얹고서 누워 있었고, 그녀가 무엇을 하든 그녀의 정신이 머리 꼭대기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엉덩이를 밀어대는 그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보였고, 별 볼일 없는 배설의 절정에 도달하려고 갈망하는 그의 페니스도 그저 우습게 보일 뿐이었다. 그랬다. 이것이 사랑이었다. 이 우스꽝스러운 엉덩이의 들썩임과, 그 불쌍하고 보잘것없는 페니스가 축축해져서는 조그맣게 시들어버리는 것이 그 신성한 사랑이라는 것이다! 결국은 그 연기 행위에 경멸을 느낀 현대인들이 옳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정말로 연기 행위였기 때문이다. 몇몇 시인들의 말처럼 인간을 창조한 하느님은 짓궂은 유머 감각을 지녔음에 틀림없었다. 인간을 이성적인 존재로 창조해놓고는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취하게 만들고, 이런 굴욕적인 연기 행위를 맹목적으로 갈구하도록 내몰다니. 모파상 같은 작가도 이것을 굴욕적인 반전이라 여겼다. 인간은 성행위를 경멸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짓을 해댄다.
--- p. 419

관능과 열정의 밤이었다. 그녀는 좀 깜짝 놀랐고, 거의 마음이 내키지 않기까지 했다. 그러나 날카롭게 찌르는 관능의 전율이 그녀의 몸을 다시 꿰뚫었다. 그것은 부드러운 애정에서 오는 전율과는 달랐다. 더 날카롭고 더 지독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더 간절히 원하게 되는 전율이었다. 그녀는 좀 두려워하면서도 그가 마음대로 하게 두었다. 그러자 무모하고 수치를 모르는 관능이 그녀를 저 뿌리까지 뒤흔들었고 마지막 껍질까지 벌거벗겼으며 그녀를 다른 여자로 만들어놓았다. 그것은 사실 사랑이 아니었다. 온화한 관능의 탐닉도 아니었다. 그것은 날카롭고 불처럼 화끈한, 영혼까지 불태우는 관능이었다.
가장 은밀한 곳에 있는, 가장 깊고 오래된 수치심까지 모두 불살라버리는 관능이었다. 그가 하고 싶은 대로, 그가 의도하는 대로 놓아두는 데에도 그녀의 노력이 필요했다. 그녀는 노예처럼, 성적으로 봉사하는 노예처럼 수동적으로 모두 응하고 허락하는 존재여야만 했다. 그러나 정열이 그녀의 몸을 핥고 지나가면서 온 마음을 사로잡았고 관능의 불꽃이 오장육부와 가슴을 통과해 지날 때 그녀는 정말로 자신이 죽어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깊이 사무치는, 기막히게 경이로운 죽음이었다.
--- p. 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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