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가 보아온 니체상은 극단을 향해 치닫는 위험한 니체를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배제하거나 희석시킨 니체였다. 니체를 제대로 보려면 밝은 니체뿐만 아니라 어두운 니체도 보아야 한다. 니체의 앞면뿐만 아니라 뒷면도 보아야 한다. 니체 정신의 표면뿐만 아니라 심층도 보아야 한다. 웃는 니체뿐만 아니라 우는 니체, 통곡하는 니체도 보아야 한다. 속삭이는 니체뿐만 아니라 분노하는 니체, 포효하는 니체도 보아야 한다. 고양이 발걸음으로 걷는 니체뿐만 아니라 번개처럼 구름을 뚫고 내리꽂히는 니체, 눈사태처럼 덮치고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는 니체, 망치를 휘둘러 우상을 때려 부수는 니체, 전쟁터를 지주하고 약탈하는 니체도 보아야 한다. 그 모든 니체를 보아야 우리는 니체를 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여러 얼굴을 지닌 니체를 통째로 겪고 났을 때 우리는 니체 인식의 본관에 들어설 수 있다. --- p.14
너무 깊어서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었던 내면, 니체의 내면 속으로 들어가는 데 도움을 줄 아리아드네의 실은 무엇일까. 니체 자신의 삶이 아리아드네의 실 노릇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가 겪은 것, 느낀 것, 말한 것 생각한 것을 실마리로 삼아 니체라는 미궁 속으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테세우스의 용기를 가지고 그 라비린토스로 들어가 니체 정신 속의 괴물과 대결해보자. 니체의 언어로 말하면, 테세우스는 권력의지이고, 아리아드네의 실은 진리 의지이다. 권력의지가 진리의지의 힘을 빌려 괴물의 실체와 만날 수 있을지, 한번 용기를 내 따라가 보자.
《니체 극장》은 니체 평전의 결정판이라고 할 만하다. 고명섭은 난해한 철학서들의 핵심을 간명하면서도 깊이를 잃지 않는 문체로 소개하면서 한겨레신문의 격조를 높여왔다. 이 책에서도 그는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니체의 삶과 사상을 눈으로 보듯 선명하게 독자들 앞에 펼쳐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박력과 재미 그리고 해박함과 치밀함을 모두 갖춘 책이다. 이 책을 잡는 누구나 저자가 보여주고 있는 니체의 삶과 사상의 드라마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박찬국 (서울대 철학과 교수)
두 명의 니체가 있다. 뜨거운 니체와 차가운 니체. 고명섭은 오랫동안 차가운 니체의 동행자였다. 그는 “시민사회를 적으로 몰고 국민의 저항을 깔아뭉개며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인” 정권을 가장 신랄하게 비판해온 언론인 중의 한 사람이다. 그 점에서 그는 국가와 이윤추구자의 이기심을 공격한 《반시대적 고찰》의 니체를 닮아있다. 그러나 또 다른 고명섭이 있다. 시인 고명섭. 시인의 욕망은 철학자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살아보는 것. 당신은 이 책에서 뜨거운 니체를 쫓고 있는 어느 지독한 실존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진은영 (이화여자대학교 HK 연구교수,『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