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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향이 내린다 1

서향이 내린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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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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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년 11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365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1023668
ISBN10 8951023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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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

<2007년 1월 9일>, 경기도 양평. 싸한 공기를 타고 싸락눈이 내린다. 어제부터 쉼 없이 내린 눈에 덮인 겨울 산은 병풍처럼 온 천지를 휘두르고, 눈 뿌리는 하늘은 유난히 높고 청명했으며, 귓가에서 속닥이듯 재잘거리는 산새소리는 유명 산조가가 따로 없었다. 서울 가까이에 이렇게나 멋진 곳이 있었을까 싶은 찰나 이 보다 더 눈을 떼지 못할 장관에 숨이 턱하고 막혀온다.
능히 3미터가 되고도 남을 거대한 담! 세상에 무슨 집 담벼락이 저렇게나 높을까? 하늘이라도 따라잡을 듯 치솟은 것이 무슨 유럽 중세시대 성도 아니고 도대체 누구네 집이 길래 저리 꽁꽁 싸놓았을까? 호기심이 거침없이 파고든다.
집 안에 금덩이라도 숨겨 놓은 걸까? 아니, 그 보다 사람이 사는 집이기는 한 걸까? 숱한 물음들이 파리의 비행처럼 머릿속을 윙윙 돌고 있을 때쯤, 마침 대답이라도 해주듯 검은색 고급세단 한 대가 눈길을 가르며 달려와 성 같은 이 저택의 대문 앞에 떡하니 멈춰 섰다.
잠시 후, 뒷자리의 차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내린다. 4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이 여자는 151~2센티미터의 작은 키에 뚱뚱했고, 차림새는 외제 세단과는 그닥 어울리지 않게 검소했다. 게다가 살집이 두둑한 양손에는 장을 본 듯한 짐들이 들려 있었다. 사재기라도 한 듯 양이 꽤 많아 보인다. 드디어 절대 열릴 것 같지 않던 거대한 저택의 대문이 묵직한 소리와 함께 움직이면 여자는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이 아닌 듯 아주 익숙한 폼으로.
휘이잉~ 바람이 분다.
얼마 후, 다시 묵직한 소리와 함께 열린 대문 사이로 여자는 피둥피둥한 제 몸만을 끌고 도로 나오더니 차에 바로 올랐다. 여자가 차문을 닫는 순간 세단은 매몰찰 만큼 미련 없이 떠나버렸고, 저택의 대문 역시 언제 열렸냐는 듯이 다시금 굳게 닫혀버렸다.
휘이잉~ 또 다시 바람이 분다.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은 소리마저도 냉정했다, 마치 더 이상은 어떤 관심도 갖지 말라고 경고하듯.
어쩌면 저 집은 감옥일지도 모른다. 공주님이 살고 있는 성이 아니라, 공주님이 갇혀있는 감옥! 보기에는 동화 속 공주님의 성처럼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이지만 그러나 그 안은 차가움과 삭막함, 그리고 지독한 외로움으로 바람마저 갇혀버린 감옥을 닮아있었다.
공주는 바람과 함께 하늘 높이 치솟은 저 담 안에 갇혀 세상을 볼 수도, 또 세상에게 자신을 보여줄 수도 없는, 아니 절대로 보여서는 안 되는 형벌을 받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혹...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성안에 갇힌 공주님, 당신 지금 누구를 기다리고 있습니까?”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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