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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작과 연정은 시대정신이다

합작과 연정은 시대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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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5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516g | 153*224*30mm
ISBN13 9791195327720
ISBN10 1195327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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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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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작과 연정으로 새로운 문명국가를

2009년 《진보를 연찬하다》라는 제목으로 책을 낸 뒤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경제 지표에서 약간의 긍정적 변화(GDP의 성장, 국제수지의 개선 등)와 인간 존엄 지표의 계속적 악화가 있었다. ‘헬조선’, ‘망한민국’ 같은 충격적인 말들이 특히 젊은 층에서 공공연하게 공감을 얻고 있는 지경이 되었다. 양극화, 불평등, 차별 등이 개선되지 못하고 오히려 고착되고 악화하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이제 그것이 이른바 수구적이고 보수적인 세력과 탐욕적인 자본에게만 원인을 돌릴 수 없는 실태를 나타내고 있다.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세력과 노동운동에게도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더 투쟁을 가열하게 못했다거나 더 ‘선명’하게 싸우지 못했다는 의미의 책임이 아니다. 사태를 여기까지 몰고 오는 데 ‘공범’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의 책임이다. 그런 자각이 없는 ‘선명’은 이미 시대착오로 된 구호를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몰라보게 달라진 도로를 업그레이드 안 된 네비게이션으로 달리는 자동차와 같다.
대한민국은 그런 ‘곧 망해야 할’ 형편없는 나라가 결코 아니다. 2차대전 후 신생 독립한 나라들과 개발도상국 가운데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는 성과를 달성한, 위대한 나라이고 위대한 국민이다.
지금의 위기는 절대빈곤과 독재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업그레이드해야 할 때 업그레이드하지 못하게 발목을 잡고 있는 낡은 제도(시스템)와 관행, 그리고 특히 산업화와 민주화의 시대에는 동력으로 작동했지만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데는 결정적인 장애로 되고 있는 ‘이미 낡아버린 의식’에서 발생하는 것이다.(……중략……)

그러나 희망은 있다.
이대로는, 즉 과거의 산업화·민주화 시대에나 쓰일법한 동력으로는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없다는 자각 또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지난해 세월호 참극을 겪으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전국민적 공감을 만들었던 소중한 경험이 있다. 이미 국민 대다수의 심층에는 새로운 동력으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불씨가 커가고 있다. 나는 그것이, 물신에 지배되고 차가운 이기주의가 지배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세상을 우리의 후손들에게는 물려주어서는 안 되겠다는 거룩한 자각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 때 공유했던 이 거룩한 마음마저 ‘고질적인 진영의 블랙홀’에 들어가면 변질되어 버린다.
우리 근현대사에서 ‘진영-편가름’의 폐해는 말할 수 없이 컸다. 진영-편가름은 대한제국 망국의 원인이기도 했고, 우리 손으로 나라를 해방하려는 노력이 성공적이지 못하게 된 원인이기도 했으며, 동족상잔의 한 원인을 이루기도 했다. 이제는 급기야, 위대한 업적의 나라를 쇠퇴와 망국의 길로 몰고가고 있다. 나는 근대 100년의 정치가 이제 ‘합작’과 ‘연정’으로 수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의 바탕에는 나라를 망하게 하고 사대적이며 비자주적으로 만들고 있는 진영-편가름의 뿌리를 극복해야 한다는 역사적 비원(悲願)과 절박한 인식이 놓여 있다. 우리가 함께 그러한 희망을 얘기해보자는 뜻에서, 이 책을 쓰게 됐다.(……중략……)

다행히, 요즘 협치(協治)·연정(聯政)·합작(合作)·합의제 민주주 등의 목소리가 현실 정치인들에게서도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이것이 희망의 하나다. 이런 말들 자체가, 화해나 해원(解寃)보다 전향적인 표현들이다.
그 동안 화해나 해원을 기치로 많은 움직임들이 있었지만, 오히려 과거의 상처들을 들쑤셔서 더 아프게 만드는 등, 과거집착적인 경향으로 그 본뜻을 살리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서로 잘 풀리지 않는 원한과 증오 대립 등을 대를 물려가면서 지속시키는 것보다, 잘 안 풀리는 것들을 괄호 안에 묶어놓고, 미래를 함께 논의하고 설계하는 것이 전향적이라고 생각한다. ‘합작’과 ‘연정’을 잘 진행하다보면 그 괄호 안에 놓아두었던 얼음들이 녹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 현대사에서 의미 있는 정권 교체는 바로 ‘합작’의 산물이었다. 김영삼 정부는 ‘3당 합작’에 의해 탄생했고, 김대중 정부는 ‘DJP 연합’에 의해 탄생했다. 문제는 그런 합작과 연정을 통한 정권의 탄생이, 이후에 진정한 합작과 연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을 것이다. 이른바 정권 창출을 위한 정치공학적 접근, 진영논리를 넘어서지 못한 낡은 진영 내의 소합작(小合作), 전근대적 보스정치 등 말이다. 그러나 나는 거기에 또 다른 중요한 원인도 있다고 본다. 이 시기 한국 좌파가 진보하지 못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만약 이 시기에 좌파가 진보했다면 합작과 연정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중략……)

합작의 인문적·과학적 토대는 ‘실사구시’(實事求是, 사실에 토대를 두어 옮음을 추구함)와 ‘구동존이’(求同尊異, 같음을 추구하되 다름을 존중함)라고 생각한다. 만일 이런 바탕에서 좌파가 진보했더라면, 철학도 없고 실력도 없는 빈곤한 정권 탄생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오죽하면 노무현 전대통령의 ‘대연정’ 주장?어떤 진영에서도 진지한 반응을 얻지 못하고 비아냥만 받았던?이 나왔겠는가? 나는 노 전대통령의 이 제안이 실제로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진심을 담은, 어쩌면 피 토하는 심정의 절규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역사를 크게 바꾸고 새로운 동력을 얻을 이 시기에 진보하지 못한 좌파는 이제라도 그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좌파가 진보라는 등식(이미 깨졌지만)은 앞으로 더더욱 우리 사회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빛을 잃을 것이다.
물질적 수준과 민주주의 제도는 역사적 비원인 진정한 ‘합작’과 ‘연정’의 조건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이제 크게 한번 점프하면 된다. 양심적인 보수는 ‘선진화’를, 합리적인 진보는 ‘인간화’를 시대정신으로 파악하고, 선진화와 인간화가 합작하면 된다.
합작에는 ‘상층(上層) 합작’과 ‘기층(基層) 합작’이 있다. 두 가지가 서로 보합해야 한다. 둘 다 쉽지 않다. 어떤 의미에서는 기층 합작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왜냐하면 아직 왕정(王政)의 의식을 벗어나지 못한 세대도 있고, 워낙 오랫동안 중앙집권적 정치가 지배해온 데다 지방분권이나 자치의 경험이 별로 없고, ‘저항’의 수준을 넘어선 진정한 시민주체가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층의 합작(풀뿌리, 민회 등)을 결코 경시하는 게 아니다. 상층의 합작이 더 선결과제로 되는 것이 우리의 역사적·현실적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안해보고 싶다. 물론 나는 현실정치에는 백면서생인 인문운동가이며, 바람잡이에 불과하다. 다행히 기운 왕성한 젊은이들이 많다. 나는 그 분들이 ‘새로운 정치’를 위한 상상력을 해방하는 데 다소라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할 뿐이다.(……중략……)

연정을 제도적으로 가능케 하는 헌법 개정은 어려워 보인다. 설령 그것을 가능케 하는 ‘의원내각제’ 같은 개헌이 이루어진다 해도 지금의 정당구조·정치문화·지역할거주의가 변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 단점인 정국의 불안정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현행 헌법 아래에서 진정한 합작과 연정을 가능케 하는 정당구조와 정치문화의 획기적 변화를 모색하고 추구해야 한다.
적어도 내년(2017년) 선거에서는 이것이 가능하도록 공개적이며 대담한 작업이 추진되고, 그것을 추진할 스스로는 현실의 정치권력에는 한 발 물러 설 수 있는 ‘사심 없는 결사(結社)’가 요청된다. 지금은 결사대(決死隊)가 필요한 때가 아니다. 다만 사심이 없으면서도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사람, 즉 현대의 애국자들의 결사(結社)가 절실한 때다. 그만큼 현실이 급박하다는 것이다. 더 바닥을 쳐야 변하지 않겠느냐는 분들도 계시지만, 바닥을 치는 게 아니라 땅을 뚫고 내려가면 회생불능이 될 수 있다. 망하는 집이나 사업 등을 보면 부지불식간에 거의 그렇게 된다. ‘나라’라고 다를 리 있을까?
합작을 하자는 건 모두가 비슷해지자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보수와 진보 그리고 새로운 문명을 지양하는 녹색이 그 정체성을 뚜렷이 하는 게 진정한 합작의 전제다.
자유와 평등은 서로 보완하는 점도 있지만 평면상에서는 서로 충돌하는 면이 불가피하게 나타난다. 공동체 전체의 번영과 안전이라는 측면과 공동체 내부의 정의라는 것도 서로 보합(保合)하는 면도 있지만, 구체적 상황에서는 갈등이 일어나게 되어 있다. 자본주의에서는 그런 갈등이 거의 필연적이다. 대체로 위의 두 면에서 전자의 입장에 가까운 게 보수고, 후자의 입장을 대표하는 게 진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합작과 연정이란 평면상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것을 입체로 튀어올라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입체로 튀어오르는 것이 업그레이드의 핵심이다. 나는 이 과정이 인문운동과의 결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고 있다.(……중략……)

나는 진정한 합작과 연정을 위해 크게 세 종류의 대표 정당이 출현하는 새로운 정당 질서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물론 정당의 자유는 완전히 보장되므로, 다수당이 출현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의 실태로 볼 때,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동안 보수 정당이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그리고 신당 추진 세력 가운데, 자유민주주의의 원칙과 공동체 전체의 번영과 안전을 통해 선진국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지역적 할거의 기득권에서 벗어나 ‘보수 대표 정당’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자유민주주의와 공정한 시장 질서를 옹호하는 보수정당 말이다. 과감히 지역할거의 구심력과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지금 있는 인재들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나는 보고 있다.
진보 정당은 현재 정의당 등 4자가 통합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사구시에 바탕을 두고, 노동자와 농민, 영세자영업자를 포함한 대다수 사회경제적 약자의 권리와 이익을 대표하는 한국형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되었으면 한다. 연정의 진보적 입장을 대표하는 당사자로 될 수 있는 대표성이 있는 정당으로 되어야 한다. 이른바 진보적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거나 지금까지 인정 받아온 정당끼리의 연합이나 연정이 아니다. 보수 정당과의 연정이다. 처음에는 노동·복지·농업·중소기업 등의 각료로 소수가 참여하게 되겠지만, 진정한 진보의 길을 진정성 있게 걷는다면 언젠가는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비폭력·민주집중제의 폐기, 계급투쟁이 아니라 계급조화를 그 강령으로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말은, 투쟁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부당하고 불공정한 행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투쟁하되, 다만 그것이 과거처럼 계급투쟁이 계급독재의 과정으로 되는 것을 이른바 해방이라고 보는 시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계급 없는 사회라는 이상(理想)은 계급투쟁이 아니라 계급 조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게 훨씬 현실적 전망에 가깝다.
그리고 여기에 아직은 미약하지만, 녹색당이 연정의 파트너로 받아들여지고, 스스로도 그런 준비를 해야 한다.
이 당은 문명 자체의 전환을 목표로 한다. 지금의 생태주의자나 환경운동가뿐만 아니라, 협동운동이나 공동체 운동, 마을운동이나 사회적경제 등 새로운 문명을 추구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 당의 지지기반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미 그 잠재적 역량은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아마 스스로 잘 준비하면 한두 개 분야의 내각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결국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 그리고 새로운 문명추구의 세 분야가 합작에 성공하고 연정을 실현하는 게 최상의 전망이다. 아마도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그리고 새로 출현할 신당들이 헤쳐모여서 먼저 진정한 보수 대표정당을 만든다면, 당장은 그 당의 후보가 대통령으로서 가장 유력할 것이다.
그 당의 대통령 후보가 연정을 강력히 지지하고, 가능하면 선거에 나올 때 진보정당과 녹색당(신문명당)을 각료에 포함시키는 이른바 주요부서의 내각을 미리 구성하여 선거에 임하는 방법은 불가능할까?
합작의 주 파트너는 상당 기간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가 될 것이다. 언젠가는 번갈아가면서 집권하는 시대도 올 수 있겠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특성으로 볼 때 기어코 한 번은 합작과 연정에 성공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꿈이 아니라 나라와 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고, 산업화와 민주화의 위대한 성과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나는 보고 있다.(……중략……)

나는 오랜 세월 익숙해진 위대한 성현들의 이야기를 과학적으로 대중적으로 보편화하는 것을 인문운동의 중심으로 잡고 있다. 나는 다음의 세 문장을 나의 인문운동의 도구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첫째는 공자의 말이다.

공자가 말하기를, “내가 아는 것이 있겠는가? 아는 것이 없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나에게 물어오더라도, 텅 비어 있는 데서 출발하여 그 양 끝을 들추어내어 마침내 밝혀 보겠다.
(子曰, 吾有知乎哉? 無知也 有鄙夫問於我 空空如也 我叩其兩端而竭焉)
(《논어》, 〈자한편〉)

나는 이 구절을 ‘소통은 과학이다’라는 주제로 이야기한다. 소통을 윤리적·도덕적 또는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집단주의적 요구에서가 아니라, 이미 상식화한 과학을 우리의 사고와 실천에 적용하자는 것이다. ‘무지’의 자각이 출발이다.
인간은 사실 그 자체를 인식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고, 자신의 감각과 판단을 통해서 인식할 뿐이다. ‘내가 옳다’, ‘내가 사실을 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다. 그러면서 동시에 사람은 끝까지 사실이나 진리를 추구하는 존재이다. 자신(또는 자신이 확대된 집단)의 감각과 판단을 통해서 한다. 따라서 그것을 비우라는 것이 공공(空空)이 아니다. 다만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이 사실 자체와는 별개로 자신의 감각과 판단이라는 자각을 유지하라는 것이다.(……중략……)

둘째도 역시 공자의 말이다. 사실 내가 60대의 나이에 공자를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이 나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자공(子貢)이 여쭈었다.
“가난하면서도 아첨함이 없으며, 부유하면서도 교만함이 없으면 어떠합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가난하면서도 즐거워하며,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은 못하다.”
(子貢曰, 貧而無諂 富而無驕 何如 子曰, 可也 未若貧而樂 富而好禮者也)
(《논어》, 〈학이편〉)

사람이 많아진 마을을 지나면서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를 제자들이 묻자 공자는 ‘부(富, 물질적 성숙)’라고 말하고, 그 다음이 ‘교(敎, 정신적 성숙)’라고 말한다. 행복의 일차적 조건을 물질적 수요의 충족이라고 보고 그 다음을 정신적 성숙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물질적 풍요가 정신적 성숙의 조건으로 작용할 때만 행복이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적 통찰이고, 실제로 인류 역사를 통해 검증되어 왔다.
그리고 ‘교’의 목표를 빈이락(貧而樂, 가난하지만 즐겁다)과 부이호례(富而好禮, 넉넉하지만 서로 예로써 대한다)로 제시한다. 이것은 현대에 와서 자발적 가난을 주창하는 사람들에게나, 자본주의의 인간화를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중략……)

셋째는 선가(禪家)의 이야기다. 중국 송나라 때의 청원유신(靑源惟信) 선사(禪師)의 말이다.

노승이 30년 전 아직 참선을 하지 않을 때, 산을 보니 산이고, 물을 보니 물이었다. 나중에 친히 선지식을 만나서 하나의 깨침이 있음에 이르러서는 산을 보니 산이 아니고, 물을 보니 물이 아니었다. 지금에 이르러 하나의 휴식처를 얻고 보니 여전히 산을 보니 다만 산이고 물을 보니 다만 물이다.
‘산은 산임을 본다〔분절 1〕→ 산은 산이 아님을 본다〔무분절〕→ 산은 다만 산임을 본다〔분절 2〕’는 것은 더 이상 선가의 화두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상식화한 이야기다. ‘분절 1’의 의식으로부터 ‘분절 2’의 의식으로 나아가는 데는 이른바 ‘무분절에 대한 깨달음’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이 깨달음이 예전에는 탁월한 사람들이 각고의 노력을 통해 오직 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 현대 즉 21세기의 인류사에서 보면 보통 사람들이 이런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는 지점에 왔다고 생각한다.
‘일체(一體)’, ‘온생명’, ‘한생명’, ‘한살림’, ‘유일한 생명단위로서의 우주’ 등 표현은 다양할지 몰라도 분리 독립된 실체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상식화하고 있다. ‘한 장의 종이, 한 벌의 옷 속에서 우주를 본다’는 표현은 더 이상 신비주의자의 말이 아니게 되었다. 다만 문제는 과학적 상식일 뿐 우리의 사고와 삶과 사회적 실천에 삼투하지 못하고 화석화(化石化)되고 있을 뿐인 것이다.
아마도 인류가 지금의 자본주의 문명을 넘어서기 위한 철학적 기초는 ‘분절 2’의 의식을 바탕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철학적 기초가 구체적 사회운영의 원리로 작동해야 하는 것이다. 노동운동이나 계급투쟁론 등 과거의 운동 방식을 변혁하는 인문적 토대가 될 것이다.
어디 그 뿐일까? ‘분절 2’의 의식으로 살게 되면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새 한 마리가 다 무분절, 즉 일체의 드러남이기 때문에 생태적 삶은 너무 자연스럽게 되어 ‘산은 푸르고, 물은 맑게’ 된다. 또 나와 너의 경계가 점차 사라져 ‘사랑과 평화’가 강처럼 흐르게 될 것이다. 예술적 감각이 고도로 발달하게 되어 해와 달이 뜨고 지는 것에서도, 이름 모를 산새의 지저귐이나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데서도, 그 감각의 순도가 높아져 세상이 있는 그대로 최고의 예술이 될 것이다.(……후략……)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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