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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

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

[ 개정판 ]
박지민 | 뜨란 | 2002년 05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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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47쪽 | 35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5132005
ISBN10 899513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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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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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숙모는 맷돌을 돌리다가 첫아이를 낳았다. 산기를 느낀 셋째 숙모는 방에 들어가 아이를 낳고 아랫목에 뉘어놓은 뒤 다시 밖으로 나와서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리고 일을 다 마치고 나서 방에 들어가 보니까 아이가 죽어 있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자식을 모두 밤에 낳았다. 어머니는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홀로 출산을 치렀다. 혼자서 산통을 견디고 아이를 낳고 탯줄을 끊은 다음에서야 아버지를 불렀다. 그리고 다음날 흰죽 한 그릇 먹는 것으로 산후 조리를 끝내고 곧바로 일터로 나갔다. (...)

우리 마을 서쪽에는 개울이 하나 있다. 어느 집안에서든지 어린애가 죽으면 가마니로 싸고 끈으로 묶어서 그 개울가에 두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그 개울을 '죽은 아이 개울'이라고 불렀는데 그곳에는 산 속의 늑대나 동네 개들이 먹을 것을 찾아 얼씬대곤 했다.

어느 날 밤 우리 집 개가 담벼락 아래에서 쩝쩝 소리를 내며 뭔가를 씹고 있었다. 나와 동생이 궁금해서 등잔불을 들고 비춰봤더니 개가 죽은 아이의 다리를 뜯어먹는 중이었다. 우리는 너무 무섭고 놀라서 울면서 어머니에게 달려갔다. 그러나 어머니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런 것쯤은 늘 일어나는 흔한 일이라고.
--- pp 75~76
10년 전 어머니의 생신날이었다. 나와 누나는 생일 케이크를 사 가지고 집에 내려갔다. 가족들이 축하주를 한잔씩 마시고 케이크를 먹을 차례가 되었다. 어머니는 생전 처음 보는 생일 케이크를 부엌칼로 자르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알맞게 조각으로 나눠지기는 커녕 케이크 위에 이리저리 칼자국만 남았다.

어머니는 한숨을 쉬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건 꼭 두부 같구나. 죽처럼 돼 버리는 이딴 걸 뭐하러 사와? 쓸데없이 돈만 쓰고.... 차라리 집에서 쪄먹는 떡이 훨씬 보기도 좋고 맛있겠다."

작년 85세 생신 때도 나와 누나는 붉은색 크림으로 '목숨 수(壽)'자가 써진 큰 케이크를 준비했다. 우리 가족은 케이크에 울긋불긋한 갖가지 색깔의 초를 꽂고 모두 둘러앉아서 손뼉을 치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촛불을 끄는 어머니에게 서양식으로 환호를 지르며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어머니는 풀이 죽어 있었다. 케이크의 촛불을 입으로 몇 번씩이나 불어 간신히 껐기 때문이다.
"옛날엔 등잔불도 단번에 끌 수 있었는데.... 이제는 이까짓 작은 촛불도 제대로 못 끄다니! 늙어서 다 빠진 이빨 사이로 자꾸만 바람이 새는구나."

어머니의 얼굴이 쓸쓸해 보였다.
--- pp.10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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