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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침입자, 혹은 가정부 1

손님, 침입자, 혹은 가정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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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440쪽 | 435g | 128*188*30mm
ISBN13 9788951023415
ISBN10 895102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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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수술을 마치고도 30여분이 지났다. 그런데도 손의 경련은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한 달여쯤부터 나타난 이 증세는 보통은 수술 직후 10여분이면 가라앉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시작해 점심도 못 먹고 장장 7시간에 육박하는 대수술을 한 끝이라 그런지 경련이 쉬 가라앉지 않았다.
수술실 앞에서 이제나 저제나 수술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던 보호자에게 떨리는 손을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느라 속사포처럼 환자의 상태를 묻는 그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조차 해 주지 못했다.
사는 게 너무 피곤했다. 이 상태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었다. 손 떨림 증세가 시작된 이후로는 수술실에 들어갈 때마다 그에게 목숨을 내맡기고 누워 있는 환자에게 정말 미안했다. 돌팔이 의사를 만난 그들의 박복함에 연민까지 느꼈다. 절대 실수라는 것이 허용될 수 없는 그 순간, 그 공간에선 집중력이 흐트러질까 숨을 쉬는 것조차도 조심스러웠다. 마치 날이 시퍼렇게 선 메스 위에 맨발로 서 있는 것처럼 신경이 말할 수 없을 만큼 날카로워졌다. 수술이 끝나고 땀에 흠뻑 젖은 채로 그 지옥 같은 공간을 빠져나오면 당연한 순서처럼 시작되는 경련에 미쳐 버리기 일보직전이었다. 만약 수술 중에 경련이 시작되기라도 했다면……, 그 만약이라는 단어에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아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징그럽게도 그를 괴롭히고 있는 경련이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흘깃 시계를 보니 경련이 시작된 지 정확히 42분이 지났다. 마침내 경련에서 벗어난 그는 서랍을 뒤져 미리 준비해 둔 사직서를 꺼내들었다. 이제 그동안 생각해 왔던 일을 실천에 옮길 때가 왔다. 가업을 이으라는 집안의 강요만 아니었다면 절대 의사 가운을 입을 일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절대적인 사명감이 필요한 일, 하지만 그에겐 그 사명감 따윈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에 불과했다. 정작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었다.
요리사!!
하이스쿨 시절부터 품어왔던 꿈이었다. 가업을 잇는 것이 불문율로 통하는 집안 분위기에 눌려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강제적으로 접어야 했던 꿈이기도 했다.
요리사가 되겠노라 처음 말을 꺼냈을 때의 가족들의 반응은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났다.
여름 방학을 맞아 한국에 귀국한 첫 날, 저녁을 먹고 그간의 밀린 이야기를 한다는 핑계로 가진 티타임에서 의사가 아닌 요리사가 되겠다고 선언을 했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마치 용이 불을 뿜어내는 것처럼 마시고 있던 차를 사방으로 뿜어내는 부모님, 뜨거운 차를 뒤집어엎은 할아버지, 입을 쩍 벌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할머니…….
그들은 참 간단하고도 잔인한 방법으로 당신들의 의견을 표현하셨다. 그리고 옆에서 웃음을 삼키느라 끽끽거리던 두 형들도 모두 같은 의견이었다. 큰형은 아예 대놓고 그를 향해 미친놈이라 욕을 하기도 했었다.
요리사가 어때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할 권리와 자유가 있는 법이었다.
대관절 요리사가 되겠다는 게 뭐가 그리 잘못되었기에 그렇게 비웃음을 사야 하는 건지! 어린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그는 꿈을 채 펴 보지도 못하고 결국은 집안에서 밀어붙이는 대로 외과 전문의가 되었다.
그것도 또래에 비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어릴 적부터 천재니 신동이니 하는 말들을 달고 살던 그에게 거는 기대가 남달랐던 부모님 때문에 일찍부터 미국의 고모 집에 보내져 그곳에서 학업을 시작하고 마쳤다. 딱히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한 건 아니었지만 워낙 공부를 좋아하는 탓에 월반에 월반을 거듭한 끝에 동년배에 비해 많이 앞서나가는 중이었다. 가까운 예로 그와 네 살이나 차이가 나는 둘째형도 올해 겨우 전문의 자격을 땄다. 그에 비해 그는 의학박사 타이틀까지 거머쥔 상태였다. 집안 어른들은 그가 이룬 성과에 환호했고, 학업 때문에 미뤄둔 공중보건의 과정을 마치자마자 집안에서 운영하는 병원에 자리를 마련해 그가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고 의사 생활을 계속 이어가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자식의 진로를 마음대로 결정했었듯이 이제는 배우자마저도 당신들이 정해 준 대로 따르길 강요하셨다.
그동안 여러 차례 선을 봐왔었다. 어느 순간부터 선을 보라는 소리가 잠잠하다 싶더니 덜컥 약혼식을 올리기로 했다는 통고를 해 오셨다. 물론 싫다고 거절했었다. 그러나 그의 의견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더 이상의 월권은 허락할 수 없었다. 이건 그의 인생이지 절대 부모님의 인생이 아니었다.
시름 깊은 한숨을 내쉬고 가운을 벗고 옷을 갈아입으면서 병원 근무를 시작하면서부터 간직해 오던 사직서 봉투를 양복 윗도리 안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그리고 책상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켜서 메신저를 연결시켰다. 메신저가 연결되자 등록해 놓은 주소들이 화면에 나타났다. 온라인으로 표시된 주소들을 살피면서 다시 한 번 시간을 확인했다.
6시 50분.
‘그렇지, 8시는 넘어야 되겠지?’
그의 메신저 친구 '돈벼락'은 아직 퇴근 전이었다. 이렇게 기분 꿀꿀한 날 잠깐이라도 대화를 나누면 좋을 텐데……. 그는 아쉬운 마음을 접고 컴퓨터의 전원을 껐다. 술이라도 한잔하면서 기분전환을 하고 싶었지만 가장 친한 친구, 수혁이 놈이 두 달 전 아프리카로 의료 봉사를 지원해 떠나버려 그럴 수도 없었다. 수혁은 한국에 귀국해 할아버지의 권유로 참석하게 된 어느 의학 세미나에서 만난 친구였다. 그의 기억 속엔 없었지만 같은 유치원에 다녔었다며 수혁이 먼저 그를 알아보았다. 수혁은 성격이 활달하고 사교성이 좋았다. 한국에서는 사귈 기회가 없어, 그리고 학창시절을 보낸 미국에서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느라 친구라 부를 존재가 거의 없는 그에게 수혁은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와 주었다. 경기도 변두리에서 공중보건의 생활을 하는 중에도 수혁은 그를 잊지 않고 계속 연락을 해 왔었고, 그런 시간들이 쌓여가면서 수혁이란 친구는 그에게 아주 각별한 존재가 되었다. 수혁은 이날 이때까지 살면서 사나이들만의 찐한 우정을 나누는 것이 어떤 건지 전혀 알지 못하는 그에게 진정한 친구란 어떤 건지를 가르쳐 준 친구기도 했다. 그런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아프리카 오지로 떠난다고 했을 때, 너무도 허전하고 섭섭해 붙잡고 싶은 마음 굴뚝이지만 제 꿈을 펼치기 위해 간다는 놈의 발목을 붙잡는 건 진정한 친구가 하는 짓이 아니라는 생각에 웃으며 보내주었다. 집안끼리의 친분 때문에 알게 된 또래들이 몇 명 있기는 해도 속내를 털어놓을 만한 친구는 수혁 말고는 없었다. 수혁을 떠나보내고 난 후 그게 참 아쉬웠다. 그 허전함을 채워 준 이가 바로 메신저 친구인 ‘돈벼락’이었다. 그는 공중보건의 생활이 거의 끝나갈 때쯤 과학수사를 소재로 한 미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사이트에서 알게 되었다. 채팅 중 채팅방에 있던 사람들과 반대 의견을 내고 있는 그의 손을 들어준 일이 계기가 되어 친해지게 되었고, 그 후로는 메신저 주소도 교환하고 서로의 연락처까지도 주고받으면서 특별한 사이가 되었다. 실제로 만난 적도 통화를 한 적도 없지만 가까이에 있다면 수혁에게도 소개를 시켜주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드는 친구였다. 그 친구랑 편하게 술을 한잔할 날이 올까? 하지만, 오늘은 그 친구가 옆에 있다고 해도 술을 마실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랫동안 머릿속에서만 그려왔던 결심들을 행동으로 옮길 작정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약해져 또다시 주저앉지 않도록 결심을 굳혔을 때 모든 일을 끝낼 것이다.
평소와는 달리 일찍 퇴근한 그를 본 어른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셨지만 대수술을 끝낸 후라 너무 피곤하다는 대답에 별 의심을 하지 않으셨다.
저녁을 먹고 일찍 쉬겠다는 핑계로 방으로 올라와 문을 단단히 잠가 걸고는 짐을 꾸렸다. 짐은 될 수 있는 한 간단하게 꾸렸다. 속옷과 양말 몇 개, 청바지와 티셔츠 각각 두 벌, 트레이닝복 한 벌, 노트북, 수혁의 명의를 빌려 만든 통장, 세면도구…….
별로 넣은 것도 없이 배낭은 금세 불룩해졌다.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침대 옆 나이트 테이블 서랍 안에 던져 넣었다. 자동차 키는 몇 번을 망설인 끝에 포기를 하고 신용카드와 함께 서랍 속에 같이 넣어두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후 잠자리에 들었다. 아직 잠자리에 들기엔 이른 감이 있었지만 새벽에 일찍 일어나려면 지금 잠을 자는 것이 나을 것이다.
사춘기도 아니고 나이 서른에 가출이라니…….
하지만 이 지긋지긋한 직업과 집안의 압력에서 벗어나는 길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길밖에는 없었다.
내일이면 자유를 손에 움켜쥐게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벌렁거려 쉬 잠이 올 것 같지 않았지만 지난 며칠 동안의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와 자리에 누운 지 5분도 되지 않아 잠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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