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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주의 여자와 냉혈인간

연애주의 여자와 냉혈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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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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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390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1023897
ISBN10 8951023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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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 밸런타인데이는 누구에게나 달콤하지만은 않다.

겨울의 끝자락임을 실감이라도 시켜 주듯 벼랑 끝에 매달려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처럼 무척이나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대학의 운동장 한편의 돌계단에 앉아있던 연희는 코트자락을 더 여몄다. 귀가 얼어붙는 것 같았지만 코트에 달린 모자를 쓰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아침부터 애써 다듬은 머리를 흐트러뜨리고 싶지는 않았다.
연희는 문득 시선을 돌려 농구골대 앞을 지나쳐 걸어오는 승표를 바라보았다. 큰 키에 단정한 머리, 하얀 얼굴, 이 북풍한설에 여자 친구를 기다리게 해놓고는 느긋하게 걸어오는 여유작작한 태도. 연희는 미간을 찌푸렸다.
오늘은 바로 밸런타인데이다. 이날은 짝사랑을 하는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 고백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남자에게 있어서는 받는 초콜릿의 개수로 자신의 가치가 새로이 매겨지는 날이기도 하다. 물론 연인들에게는 엄청난 닭살을 공공연히 떨어도 용서가 되는 날이다. 그런 날에 연희에게는 사랑의 고백도, 달콤한 초콜릿도, 무지막지한 닭살도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23살 정연희, 싸가지 없는 남자와 연애를 하기 때문이다.
한걸음에 천년의 세월을 보내 버릴 만큼 느릿한 걸음으로 걸어오는 승표를 보며 연희는 입을 비죽 내밀고 고시랑대며 옆에 놓았던 가방과 책을 챙겨들었다. 단 음식을 유난히도 싫어하는 승표 때문에 초콜릿을 준비하지는 못했지만 날이 날이니 만큼, 그를 위해 맛있는 저녁이라도 사줄 생각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마침 봄방학이 시작되었으니 잠시 겨울바다라도 구경하고 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겨울바다! 어렸을 적부터 아는, 그저 친한 동네친구였던 그가 남자로 다가왔던 21살의 봄. 그때 이후로 단 한 번도 연희는 단둘의 여행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것이 1박 2일이건 당일행이건 말이다. 그것은 연희의 로망이었고 환상이었다. 하얗게 부서지는 바닷가를 팔짱끼고 걷는 풋풋한 두 사람! 푸힛! 연희는 상상만으로 좋은지 풍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고 말았다.
한참을 망상 속에 걷고 있을 때 연희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승표가 왜 안 오지? 얼른 고개를 들어 연희는 운동장 속의 승표를 찾았다.
“뭐야……. 저거.”
승표는 운동장 한가운데서 멈추어서 있었다. 승표의 옆으로 작은 여자아이가 보였다. 발그스름한 색으로 두 뺨을 물들인 여자아이는 칠흑같이 검은 머리를 허리까지 늘어뜨리고 있었다. 아침에 40분 이상을 애를 써야 가라앉혀지는 자신의 머리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차분하고 찰랑거리는 머리였다. 연희는 왠지 모르게 드는 불안한 마음을 쉬이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 마음은 자신의 남자친구를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불안이 아니었다. 여자아이가 자그마한 손으로 내미는 작은 상자를 당장이라도 쥐어뜯어 버릴 듯 노려보고 있는 승표의 표정 때문이었다.
연희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날이 날이니 만큼 한 학년쯤 후배로 보이는 여자아이는 승표에게 고백을 하기위해 초콜릿을 준비해 온 모양이었으니까 말이다. 여기서 자신이 나타났다가는 여자아이의 면구스러운 표정을 봐야 할 것이 분명했고 그런 순간은 연희로써는 영 껄끄러웠다.
“이게 뭐야?”
승표의 날카로운 음성이 연희의 귀속에 파고들었다. 떨떠름한 승표의 얼굴. 연희는 알고 있다. 지금 그의 짜증이 최고치까지 올라있는 것을 말이다. 아마 몇 번이나 참고 참아 거절을 했는데도 여자아이가 질기게 붙잡고 늘어진 모양이었다. 승표가 제일 싫어하는데……. 연희는 야구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관람하듯 가방 속에서 작은 크래커를 꺼내 입에 넣고 아작 깨물었다. 오물오물.
“초콜릿이오. 오늘 밸런타인데이잖아요.”
“근데?”
승표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모르는 것인지 밸런타인데이의 초콜릿이라는 말에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눈으로 여자아이를 노려보았다. 승표는 학교 안에서 꽤나 인기가 많았다. 물론 그와 친분이 있는 여학생들은 연희와 사귀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 별 다른 생각을 품지 않는 듯 보였으나, 신입생이나 후배들은 그의 외모에 저렇듯 무모한 고백을 하고 만다. 자신이 고백하는 상대의 내면은 조금도 알지 못하면서 말이다.
아무튼 지금껏 연희는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고백하는 숱한 상대를 봐 온 경험으로 이쯤 되면 초콜릿을 승표의 손에 억지로 쥐어 주고는 휙 돌아서 마치 로맨스 드라마의 가녀린 여주인공인양 바람과 함께 사라져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보통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지금 저 여자아이는 오늘 완전 쐐기를 박기로 결심한 모양이었다. 예쁘게 포장된 선물상자를 럭비선수 하인즈 워드가 경기하듯 승표의 광활한 가슴에 꽂아 버리더니,
“좋아해요! 사귀어주세요!”
하고 외치고 있었다.
헉! 연희는 그만 날카로운 숨을 삼키며, 너무나 놀라 손에 들고 있던 과자를 바닥으로 떨어뜨려 버렸다. 평소 같았으면 ‘아까운 내 과자.’ 하며 울상을 지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승표의 오른쪽 눈썹꼬리가 비죽 하늘을 향해 치켜 올라가고 있었다. 아마 가슴팍이 아팠나보다. 승표는 아픈 것을 싫어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승표는 좀 유별났다. 승표의 말이 이어지고 있었다.
“너 유괴범이냐?”
“네?”
여자아이는 좀 당황한 듯 보였다. 연희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떨어진 과자를 포기하고 다른 것을 꺼내어 입에 물었다.
“아니면 내가 초등학생으로 보이냐? 초콜릿 줄 테니 사귀자 그러면 내가 니 손잡고 줄레줄레 따라갈 줄 아냐?”
“아니, 저기 오빠 전 그런 게 아니고요…….”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떨려왔다. 그럴 만도하다. 연희는 흑발 여학생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승표의 가슴까지 서늘해지는 시선을, 그것도 정면에서 맞받아 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니까 말이다.
연희는 혀끝을 끌끌 찼다. 아무튼 연애에는 영 젬병이라니까. 어렴풋이 연희의 입가에 미소가 걸쳤다. 귀엽다. 적당히 거절을 하거나 적당히 받아줄 줄 모르는 그가 너무나 귀엽게만 느껴졌다. 그런 연희의 생각을 승표가 알아챈다면 불같이 화를 내뿜을 지도 몰랐지만 연희는 연애에 익숙지 못한 승표가 귀여웠다. 그것은 십 수 년을 알아온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리라.
“짜증나.”
결국 승표의 입에서 ‘짜증나.’라는 말이 나왔다. 여자아이가 물러서지 않고 계속 울상을 지으며 그를 놓아 주지 않은 모양이었다. 연희는 다시금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그 말은 그가 폭발하기 10초전의 카운트타운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승표는 늘 그래왔다. 누구에게 한번 거절 했을 때 그걸로 끝나야했다. 그렇잖으면 저 짜증난다는 말을 끝으로 폭발해 버리고 말았다. 흑발의 여학생은 승표의 ‘너 유괴범이냐.’ 하는 말이 거절인줄 몰랐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랬을 것이다. 허나 문제는 그것을 본인은 분명 딱 잘라 거절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승표에게 있다.
여하튼,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승표는 화가 나있고, 그 폭발의 끝은 항상 좋지 못한 쪽으로 치닫는다는 것이다. 연희는 황급히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 너무 화가 나서 저 무서운 표정으로 소리를 지른다면 조용히 끝나지 않음은 보지 않아도 훤히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엉엉대는 여자아이의 울음소리를 제일 싫어하는 승표였다.
연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승표가 서 있는 운동장으로 달렸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달려가는 이 순간만큼은 백 미터 달리기 23초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자신의 두 다리가 뜯어 치울 만큼 원망스러웠다.
“오빠 여자 친구도 없잖아요!”
흑발 여학생의 목소리에 점점 눈물이 묻어 나왔다.
“있어.”
그러거나 말거나 승표의 대답은 차갑고도 간단했다.
“어디요? 누구요?”
흑발 여학생이 발악처럼 소리를 쳐댔다. 열심히 두 다리를 놀리면서도 연희는 생각했다. 간덩이가 부었군. 그때였다. 달리던 연희는 승표와 눈이 마주쳐 버렸다. 승표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 같은 것이 걸리는가 싶었다. 그리고…….
“저기, 저 달려오는 광년이.”
그것이 흑발 여학생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었다. 망할 자식. 연희는 나직이 욕지기를 내뱉었다. 승표의 손가락은 정확히 달려오는 연희를 가리키고 있었고 동시에 그녀의 몸은 승표의 손가락에 반응하듯 딱 멈추어 버렸다. 흑발 여학생의 시선이 서서히 자신에게로 오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 전까지 만해도 백 미터 23초의 다리가 원망스럽더니 지금은 왼쪽에 잘만 있다가 달린 탓에 오른쪽으로 넘어가 버린 응삼이 같은 머리카락과 숨이 턱까지 차올라 헤하고 벌어진 입이 뜯어 치워버릴 만큼 원망스러웠다. 누군가 지금 바라고 있는 소원을 하나 들어줄 테니 무엇을 빌겠느냐 묻는다면, 그것은 통일도 아니오, 백만장자의 꿈도 아닐 것이다. 지금은 딱 하늘로 치솟든 땅으로 꺼지든 둘 중에 하나는 하고 싶은 연희였다.
흑발의 여학생이 동그래진 눈으로 연희를 쳐다보다가 이내 픽 웃어버렸다.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져 버릴 만큼 연희의 속에서 뜨거운 열기가 확 치솟았다. 연희는 승표를 부서져라 노려보았다.
승표는 킥킥거리며 한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흑발 여학생 옆을 지나 연희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신을 지나쳐 버리는 승표를 보던 흑발여학생의 입가에 웃음기가 사라져버렸다. 눈물이라도 나는 것일까. 눈가를 손으로 쓱 훔쳐내고는 흑발의 여학생은 그 찰랑거리는 머리를 흩날리며 돌아서버렸다. 돌아서기 전에 연희를 노려봐주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연희는 왠지 흑발여학생에게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승표에 대한 미움으로 바뀌었다.
“너 일부러 나 웃기려고 광년이 분장한 거지?”
“뭐?”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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