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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영등포

이재익 | | 2016년 05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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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62g | 130*200*20mm
ISBN13 9791187229025
ISBN10 1187229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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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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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에서는 모든 사람을 딱 네 개의 이름으로 불러요. 일을 하면 아가씨. 일을 도와주는 여자는 이모. 일을 도와주는 남자는 삼촌.”
“나머지 이름 하나는 뭡니까?”
“네?”
“아까 영등포 뒷골목에서는 모든 사람을 네 개의 이름으로 부른다고 하셨잖아요. 아가씨, 삼촌, 이모. 그러면 나머지 이름 하나는요?”

도영희는 구형사를 보면서 빙긋이 웃었다. 그리고는,

“오빠.”
“오빠요?”
“형사님처럼 이 골목 사람이 아닌 외지 사람은 다 오빠라고 부르지요. 어차피 여자들은 우리 골목에 올 일이 없고. 그 골목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나이에 상관없이 전부 오빠예요.”
--- p.23


“죄송합니다.”
미선은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보자 구형사는 불쑥 화가 났다.
“윤미선씨가 뭐가 죄송합니까?”
“네? 아니…… 저도 떳떳하지는 않으니까요.”
--- p.31

밤이 깊어간다. 이 골목에서 보는 달은 어딘가 더 쓸쓸해 보인다. 타임스퀘어 빌딩 귀퉁이에 장식물처럼 걸린 달을 보면서 미선은 어떤 노래 멜로디가 떠올랐다. 지난주 일요일에 엄마
집에 갔을 때 들었던 유재하의 노래.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장치로 쓰였던 노래 말이다. 머릿속에 맴도는 멜로디를 겨우 떨쳐냈다. 불운과 연관된 어떤 작은 것도 멀리하고 싶었다.
--- p.42

아까 올 때는 정신없이 오느라 몰랐는데 생각해보니까 동선이 안 맞았다. 남자가 미선을 폭행하고 도망쳤다면 영등포 역 쪽 입구 방향에서 타임스퀘어 지하주차장 쪽 입구 방향으로 달려갔어야 말이 되는데 남자는 반대 방향으로 달려왔다. 오히려 미선의 가게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단 얘기다.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나하고 부딪혔던 남자는 미선의 폭행범이 아니란 얘긴데’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졌다. 구형사는 다시 칼을 빼들고 아까 남자의 이동 경로를 역으로 따라 걸었다. 거의 골목 끝, 그러니까 타임스퀘어 지하주차장 쪽 입구까지 나온 그는 혼란에 빠져버렸다.
‘뭐가 어떻게 된 걸까? 아까 골목에 비슷한 인상착의를 한 남자가 둘이 있었단 얘기? 한 사람은 미선을 폭행하고 도망친 남자, 그리고 또 한 사람은 나와 부딪힌 남자. 그렇다면 나랑 부딪힌 남자는 왜 그렇게 맹렬히 달렸던 걸까?’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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