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가 싸늘한 눈빛으로 엄마를 내려다봤다. 이제는 엄마보다 키가 더 커진 현지였다. “간섭하지 마. 내 인생이야.” 엄마는 자신의 두 귀를 의심했다. “뭐? 어디 엄마한테 그따위 말버릇을.” “내 인생이라고. 내, 인, 생!” 엄마는 화가 나서 그만 현지의 등을 찰싹 때렸다. 현지는 피하지도, 아프다고 소리를 치지도 않았다. 엄마는 약이 올라 한 대 더 때리려고 했다. 그러나 엄마의 손은 곧 현지의 손에 꽉 잡히고 말았다. “엄마가 불쌍해. 엄만 엄마 인생 없어?” “…….” “제발 엄마도 엄마 인생 좀 살았으면 좋겠어. 나나 아빠 좀 들볶지 좀 말고.” 딸애가 노려보는 시선이 엄마의 가슴 깊숙이 들어와 박혔다. 엄마는 아팠다. 온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엄마는 후들거리는 두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꼭 닫았다. - 본문 〈페이스메이커의 존재〉
우리가 살아가는 길에는 수많은 돌이 놓여 있어. 그냥 무턱대고 길을 걷다가는 그 돌에 걸려 넘어지겠지? 그러면 그 돌은 걸림돌이 되는 거야. 만약 어떤 사람이 그 돌을 밟고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면, 그 돌은 디딤돌이 되는 거고. 그것이 걸림돌인지, 디딤돌인지는 우리가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 다르다는 얘기지. 또 살아가다 보면 앞을 가로막는 수많은 문과 맞닥뜨리게 될 거야. 어떤 사람은 문 앞에서 좌절하고, 어떤 사람을 돌아가고, 또 어떤 사람은 무너뜨리려 하고, 역시 다양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지. 그런데 모든 문에는 반드시 열쇠가 있단다. 그럼 그 열쇠로 열고 나아가면 참 쉽겠지? 무슨 소리냐고? 열쇠를 주고 싶다는 얘기야. 네 앞을 가로막는 문을 활짝 열어젖힐 열쇠를 말이야. 이제부터 열쇠를 하나씩 보내 줄 테니까 그것으로 인생의 문을 열고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나가길 바라. - 본문 〈수상한 러브레터〉
과연 누굴까? 얼굴도 궁금할뿐더러 왜 자신을 도와주는지 알고 싶었다. 누구인지 몰라도 참 고마웠다. 필요할 때마다 적절한 도움을 주고 있으니까. 현지는 영원한 자신의 편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열쇠를 받을 때마다 자신감이 생겼다. 진짜로 열쇠를 손에 쥔 것 같았다. 당장 거기에 적힌 방법대로 실행에 옮기고 잘 지켜 내지는 못해도 마음 저 밑바닥이 왠지 든든했다. - 본문 〈공주병 치료하기〉
페이스메이커가 내면화되는 과정은 중학교를 전후한 시기에 서서히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유는 첫째, 대략 중학교 시절에 자아의 독립성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고 둘째,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공부 노하우를 익히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현실적으로 공부의 노하우를 익힌다는 게 어렵다. 그러므로 공부의 노하우가 집중적으로 형성되는 중학교 시기에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쳐 자기가 어떤 방식으로 학습을 진행하고 관리할 때 가장 좋은 효과를 보는지 알아야 한다. (중략) 결국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부모들은 자녀가 중학교에 들어가는 시기부터 조금씩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을 갖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어떤 공부 요령과 시간 관리법을 이용했을 때 가장 효과적이고 스트레스가 덜한지를 자녀가 스스로 깨우치도록 도와줘야 한다. - 부록 〈공부와 인생을 지켜주는 진정한 페이스메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