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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씨 아줌마의 우리 동네 이야기

느림씨 아줌마의 우리 동네 이야기

김진수 글,그림 | 샘터 | 2007년 12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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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270g | 150*200*20mm
ISBN13 9788946417076
ISBN10 8946417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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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진수
1961년에 태어나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현재 가족들과 함께 강화도에서 살며 글과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창작집으로 그림책 《모두 함께 지은 우리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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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리 망 밖을 향해 날아보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러나 내 몸은 오리 장을 넘지 못하고 그만 그물망에 걸려 버렸다. 온 힘을 다해 몸부림쳐 보았지만 망에 걸린 내 날개는 더 엉켜들 뿐이었다.
그날따라 유난히 둥근달이 나를 무심히 내려다보았다. 어둠 속 저편에서 시퍼런 빛을 발하는 눈동자가 서서히 나를 향해 다가왔다. 순간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다. 그뿐이었다. 잠시 후, 그 굶주린 눈동자는 나를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내 몸이 이렇게 가볍다니!’
나는 하늘을 향해 날갯짓을 해보았다. 그때였다.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아, 나도 이제 날 수 있게 되었구나!’
저 아래 내려다보이는 논으로 내 옛 동료들이 손뼉 치는 소리를 따라 몰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 불쌍한 나의 친구들. 오늘 하루 남보다 빨리 달린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 <나와 오리의 동상이몽> 중에서(pp. 32~34)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며 부스스 메마른 소리를 낸다. 나도 저 소리를 안다. 내 마음속이 메마르고 힘들 때 내 안에서 나던 소리였다. 갈대가 저희들끼리 몸을 부빈다. 혼자 뭘 잘해 보겠다고 오만 떨지 마라. 피차 불쌍히 여기고 기대며 살아라.
마른 갈대가 흔들흔들, 서로 몸을 기대며 그렇게 얘기하고 있었다.
--- <흔들흔들, 서로 몸을 기댄 갈대> 중에서(p. 125)

나 같은 농사꾼이 바라는 건 그리 큰 게 아니라오. 땀 흘려 정성을 기울인 만큼 제값을 받고 팔아 가족 먹여 살리고 자식들 교육시키고 남에게 해 끼치지 않고 오순도순 사이좋게 사는 것이요. 평생을 농사지은 농민이 제 자식에게 농사는 절대 짓지 마라 하는 판이요. 부모가 자식에게 한평생 바친 자신의 삶을 부정하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다면 그 속이 시꺼멓게 타지 않고서야 그럴 수 있겠소?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많이 벌어 국민소득 올리자고 세상살이가 이리도 팍팍하게 돌아간다면 그 소득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란 말이요?
생명을 가진 것들이 어느 것 하나 혼자 잘나서 사는 법은 없습디다. 잘나 보이는 것도 못난 것의 도움을 받고 서로 기대고 품어 주어야 다 같이 살아남습디다. 이것이 생명 가진 것들의 스텐다드요. 난 평생 땅만 파고 산 무식한 농사꾼이라 자연의 이치를 떠난 세상의 이치가 따로 있는지는 잘 모르겠소. 뭐라, 있소? 아, 역시 글로벌 스텐다드라구요?
--- <글로벌 스텐다드라고요?> 중에서(p.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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