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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6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314g | 148*210*11mm
ISBN13 9788952234070
ISBN10 8952234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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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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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한 상황이라 함은 내가 왕따 아니, 우리 학교에서 ‘전따’ 가 된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부지런히 머리를 써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지금은 그것만이 내가 살 길이다 . 애들한테 대들어 봐야 악순환만 계속될 테니까. 내가 물면 나를 또 물어 댈 것이고 대들면 대든다고 또 나를 때릴 것이다. 쟤들은 오로지 근거도 없는 소문만 믿고 나를 공격하는 무뇌아들이니 긴 싸움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기필코 살아남을 것이다. 나는 길을 찾고 있으니까. 길은 찾는 자의 몫이다.
(중략)
사건의 발단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면…… 지지난 달쯤? 그러니까 여름 방학이 시작되기 직전에 우리 반의 서하늬란 애가 전학 을 갔다. 워낙 존재감이 없는 아이라 관심 밖이었는데, 어느 날 야 자 시간에 느닷없이 송윤미가 내게 종주먹을 대며 물었다.
“너지?”
“뭐가?”
“서하늬, 너 때문에 전학 간 거잖아.”
솔직히 난 그때 처음 깨달았다. 하늬란 애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근데 나 때문이라니? 어이가 없어서 별 대답을 안 했는데 또 다른 애가 혼잣말처럼 뇌까렸다.
--- p.8~10

괴로운 현실을 잊기에는 뭐니 뭐니 해도 잠이 최고라 일찍 잠자리에 누웠다. 헌데 잠이 안 온다. 학교에서 너무 많이 잔 것 같다. 이리저리 뒤척이는데 학생주임 쌤의 말이 내내 맘에 걸린다. 하늬의 수첩에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는 말. 대체 걘 왜 내 이름을 적 어 둔 걸까? 혹시 내가 별 뜻 없이 말한 걸 듣고 뭔가 크게 오해한 걸까?
과거로 돌아가 기억의 갈피갈피를 뒤적거려 보지만 오해할 만 한 일 자체가 아예 없었다. 그렇다면 혹시 누군가 나를 음해한 건 아닐까? 대체 왜 내가 이렇게 억울하게 왕따를 당해야 하는 건지 미칠 노릇이다. 그러다 병문안이 어쩌고저쩌고 하던 윤미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 서하늬한테 가 보자.’
찾아가서 걔네 오빠나 아빠를 붙잡고 호소라도 하면 혹시 길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을 가져 본다.
(중략)
“하늬 학생의 친구는 첨이라요.”
마음이 짠했다. 친구가 처음이라니……. 하긴 하늬가 아무 의식이 없으니 이런저런 친구들이 만나러 올 리 없겠지만 그래도 내가 처음이라니! 너무 심했단 생각이 든다. 코끼리 코처럼 길다란 호스를 콧속에 삽입하고 짐짝처럼 누운 하늬를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울음을 삼키려 했지만 그간 나의 설움이 한꺼번에 빗장을 열고 뛰쳐나와 급기야 어깨를 들썩이며 울 지경이 되었다. 하지만 울면서도 속으로는 하늬에게 조목조목 따졌다.
‘너 왜 날 엿먹이냐!’
‘대체 수첩엔 내 이름을 왜 쓴 거야?’
‘일어나라구! 일어나서 뭐라고 해명해 봐!’
맞다! 하늬가 깨어나기만 하면 모든 게 다 해결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들 하늬가 회복되긴 쉽지 않다고 했다. 비관적이라고 생각하니 더 훌쩍이게 된다.
‘뭐야! 왜 물귀신처럼 내 발목을 잡냐구.’
--- p.29~31

내 추측은 이렇다. 하늬와 수림과 윤미와 시영, 네 아이는 친했었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하늬가 그 아이들로부터 거세된 것이다. 그 중심에 수림이 있고 결국 하늬는 수림이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윤미와 시영은 방관자이거나 혹은 조력자일 테고 혹은 공범인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하늬가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세 아이는 수림의 존재를 숨기려고 나에게 화살을 돌렸을 테고 난 어이없게 가해자가 된 것이다. 단지 주수림과 이름의 이니셜이 같다는 이유로.
내 추측이 맞다는 증거는 없지만 그렇다는 전제하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대체 걔들은 무얼 감추고 싶어 하는 걸까? 그리고 하늬는 뭣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다가 결국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된 걸까? 친구를 궁지로 몰 수밖에 없었던 적의는 무얼까? 그 적의는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혹시 지금 내가 당하는 것처럼 실체도, 근거도 없는 그 무엇 때문이 아니었을까?
--- p.42~43

“도망친다고 문제가 없어지진 않잖아. 문제를 덮어놓는다고 없어질 것도 아니고. 세상의 모든 문제에는 태생적으로 도돌이표가 달려 있어서 해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어떤 식으로든 다시 되돌아오게 되어 있지.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누군가는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럴라나? 근데 워낙 고약한 애니까 그냥 피하는 게 나은 거 아닐까? 그런 말이 있잖아. 더러워서 피한다는 말.”
“그건 합리화지. 무서워서든 더러워서든 한번 피하면 자기 삶의 이력으로 남아서 반복되기 쉽거든. 살면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계속 피하게 된다고.”
“반복된다구?”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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