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윗세대 디자이너가 미술관 일을 할 때 나오는 도록들이 오히려 더 비슷했던 것 같아요. 가령 회화 도록이라고 하면 뻔히 관습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디자인이 더 많았다는 것이죠. 저희를 포함한 새로운 세대의 디자이너들이 미술관과 협업하는 것을 아직은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세부를 보면 다양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아직 풍부해 보이지 않을 뿐이지, 과거 5년 전이나 10년 전에 비하면 미술계에서 나오는 프린트들이 훨씬 더 다양해졌다고 봅니다." - 신해옥·신동혁(그래픽 디자이너, 프리랜서)
"저는 디자이너이구요,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진 노동자입니다. 결국 디자인이라는 수단을 통해 누군가의 목적을 이루어 주고 그것에 대해서 적절한 보수를 받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 틀에 어긋나지만 않으면 보통 제가 다 받아들일 수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시간적으로 허락만 된다면, 그러니까 계약의 당사자로서 성실히 응할 수만 있다면 다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그래서 보통은 하기 싫은 작업이라는 것은 없어요." - 김기조(그래픽 디자이너, 기조측면)
"누구나 서체를 만들 수 있게 될 앞으로의 환경에서, 제 입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좋은 눈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 말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가 되면 스스로 작업하는 일 외에도, 검수를 한다던지, 연구원으로서 활동한다든지 등 다른 영역에서 먹고살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 윤민구(그래픽 디자이너)
"일단 확신은 있어요. 공허한 자신감 일수도 있는데, 그거 하나는 확신합니다. 사실 그런 것도 있잖아요. 사람이 내일을 모른다고. 올 때는 순서 있어도 갈 때는 순서 없다. 저는 그것을 기본으로 삼고 살아요. 안정적인 것은 없다. 내일 일이 어떻게 될 줄 모른다, 오늘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걸 열심히 하면서 잘 해 보자, 이런 겁니다." ? 정영훈(그래픽 디자이너, 프리랜서)
"'태양으로 간다’라는 말은 예전부터 저희가 동의하는 지점이고, 그게 힘이 되냐고 여쭤 보시는 거면, 엄청나게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늘 사소한 문제들이 생길 때가 있잖아요. 가고 싶은 방향이 조금 다르더라도 한 배를 타고 가고 있다는 것이 정신적으로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 강진(그래픽 디자이너, 오디너리피플)
"개인적으로 저의 개인 작업에는 ‘세 가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예산이 없습니다. 클라이언트가 없기 때문에 작업을 하려면 제 돈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시간 제약이 없어요. 그래서 아이디어가 있지만 실제로 제가 완성시키지 않는 이상 빨리 만들라는 재촉도 없죠. 언제 만들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것입니다. 다음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한데, 필요가 없습니다. 만들어 봤자 팔려고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필요가 없죠."-양상미(그래픽 디자이너, 프리랜서)
"학생분들한테는 ‘이거 해서 포트폴리오 하시면 되죠’,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구호단체나 문화예술 관계자가 정말 많거든요. 무척 위험하고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작업이죠.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몰라요. '내가 이 작업을 이렇게 해주면 다음번엔 이 사람이 그래도 나를 챙겨주겠지'.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절대 그걸 챙겨주지 않아요. 심지어 디자이너의 작업에 대한 어떤 존중도 없을 가능성이 크죠."-김어진(그래픽 디자이너, 일상의실천)
"안타깝게도 이 전시에 참여한 44명의 디자이너 가운데 많은 이들이 중간에 이 일을 그만둘 겁니다. 경제 기반이 무너진 상황이니까요. 각개전투를 하기엔 가혹한 상황인 건 분명합니다. 제도적 장치를 바라는 것조차 욕심처럼 보이는 상황이에요. 어쨌든, 시대는 역행하고 있지만 이 전시에 참여한 동료 디자이너들이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10년 뒤 전시에서 또 만났으면 합니다." ? 김병조(그래픽 디자이너, 프리랜서)
"이 전시와 관련해 인하우스 디자이너들의 무력감을 지적하고 싶어요. 기업이나 출판사에 들어가는 순간 디자이너는 익명성에 갇히게 되죠. 그런 부분을 우리가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죠. 그런데 이를 ‘상업적’이라는 편견 안에 가두고 있어요. 물론 부분적으로 사실이긴 하지만, 디자인 생태계를 전체적으로 살펴볼 때 궁극엔 상호 교차, 공존의 문제라고 봅니다. ‘XS’전의 디자이너들이 기존 디자인계의 반작용이듯이 이와 같은 관계가 점 더 균형적으로 가시화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세력을 분리시켜 보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 전가경(디자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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