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정의해봐(Define love)”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떠오는 것은, 다름 아닌 영화 “Addicted to Love”(맥 라이언이 아직 귀엽던 시절의 대표작 중 하나였죠.)의 한 대사였습니다.
그리고 벌써 15년 전인가요, 대학교 신입생 시절 김윤식 교수님의 국문학 개론 수업을 듣던 중 아주 기억에 남는 설명이 떠올랐습니다.
“사물의 본질에 대한 완벽한 인식이란 없으며, 인간은 오직 그 파편적 흔적만을 더듬어 알 수 있을 뿐이다….”
이 말을 들었을 때에는 '대체 무슨 소린지...'하면서, 데이비드 흄이나 버클리 등의 영국 철학자 이름과 연결하여 외웠을 뿐이었는데, 고단한 20대를 지나 30대 중반에 이르면서 어째서인지 자꾸 떠오르는 것입니다.
초등학생 조카가 제 여권을 보고 “삼촌 참 많이 돌아다녔네?”할 정도로 해외 경험(1년 이상 장기체류도 2번)이 적지 않은 저이지만, 세상의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리고 실은, 직접 체험한 것조차도 시간이 지나면 가물가물해집니다. 그래서 그 ‘파편적 흔적’이 자주 생각나나봅니다.
금언(金言)의 향연
우연이라면 보통 우연이 아닙니다. 2007년 11월 마이크로소프트웨어지에 기고한 내용이 이 책의 한 장과 같은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어떻게 같은지는 이 책과 그 글을 모두 읽어봐야겠죠?^^). 일면식도 없는 출판사의 담당자로부터 온 추천사 청탁 이메일이었지만, 원저자와 책의 방향만 믿고 일단 원고를 받아보았습니다만, 실은 포장된 원고 뭉치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는 '언젠간 써야지...'하며 잡지 기고부터 먼저 끝내고 포장을 뜯어보았습니다.
저녁 식사를 가면서 제가 들고 있는 프린트 물을 보고는 다들 물어보더군요. 제가 책이라고 했더니, “무슨 책인데요?”
저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당연하죠. 읽어 보기 전이었으니까요. 약 300페이지의 내용을 다 읽어본 지금은?
“좋은 책입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추천사를 써야 하는 책이 정말이지 좋은 점이 하나도 없으면 어떻게 하냐고 묻더군요. 제 대답은 간단합니다.
“책을 썼다는 엄청난 노고를 치하합니다.”
다행이 이 책은 위의 형식적 문장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옳은 말로 '나도 다 알고 있는데...' 하며 짜증을 낼 지도 모릅니다.
초심(初心)
내심 깨닫고 있는 것들을 환기하는, 그래서 조금은 신선하고 조금은 빈정상한다면 애증이 교차할 만도 하죠?
마음에 라이프사이클(Lifecycle)이 있다면, 이 책은 마음의 재활용(recycle)을 해 줄 것만 같습니다. 이제 좀 자리를 잡은 듯 한데 또 다시 새로 시작하라니, 남자들에게는 악몽 중의 악몽인 ‘군대 다시 가라!’는 꿈처럼 가혹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결국 지불을 마치고 이 책을 손에 들고 있을 분들께 저는 경의를 표합니다.
그것은 바로, 당신이 스스로를 바꾸고 세상을 바꿀 용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창신 (오픈마루 스튜디오 플랫폼 오프너)
피아노를 20년 넘게 쳐 온, 하지만 지금은 미지근한 내가 기타를 10년 동안 쳐 온, 하지만 아직도 열정적인 동생에게 물었다.
"나 음악 제대로 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할까? 재즈를 많이 들을까 아니면 블루스를 많이 들을까? 보컬 트레이닝도 좀더 받아야겠지? 누구 음악을 들을까? 뭐가 뜨니 요즘은?"
동생의 대답은 간결했다.
"형, 그냥 해. 그냥 음악해."
막막한 대답이었다. 그런데 곧 기억한 것이 바로 나도 같은 대답을 많은 이에게 해왔다는 것이다.
"전업 블로거 태우님, 블로깅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일단 블로그 시작하십시오. 그리고 미친 듯이 하시면 됩니다."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도 그렇게 같이 발맞추어 움직이지 않으면 큰일 날 것이라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낸다. 두려운 것은 극히 당연한 것이다. 난 아직 젊은데. 그런데 이미 지쳤는데. 영어도 배워야 하고, 뜨는 신기술도 공부해야 하고, 실무에 대한 감각을 살리기 위해서 해커정신을 포기하면 안 되고, 그러면서 안정적인 지위를 위해 관리자로서의 역량과 심지어는 비즈니스 센스도 키워야 하는데... 재테크는 어쩌지?
난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런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을 당신에게 차드 파울러는 말한다.
"그냥 하십시오. 사랑하는 것을 그냥 미친 듯이 하십시오."
하지만 그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무엇을 정말 깊이 고민해야 하는지, 미래는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커리어의 방향은 무엇을 기준으로 잡아야 하는지, 어떤 것이 정말 중요한 것인지를 심도 있게 고민해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그가 말하는 것 중에 새로운 것은 없다. 하지만 새롭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너무나 오랫동안 잊고 지내온 것들을 하나하나 잘 정리해서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일종의 계시처럼 나타나서 말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떠나라 (Love it or Leave it)"
이 지극히 평범한 말에 우리의 삶이 바뀔 수 있는 것이다. 훨씬 행복하고 아늑한 삶으로…….
김태우 (태우's log 블로그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