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길을 걸으며

길을 걸으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베스트
여행 에세이 top100 1주
정가
15,000
판매가
13,5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450g | 153*224*20mm
ISBN13 9788994054919
ISBN10 899405491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자크 라카리에르
그리스 전문가로서 『그리스에서의 여름』, 『고대 그리스 산책』, 『헤로도토스와 함께 길을 걸으며』 등의 작품을 저술한 작가이자 저명한 비평가 겸 저널리스트였으며 연극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연극인이기도 했다. 그밖에도 초창기 기독교의 그노시스 현상(신앙을 지식적으로 해석하려는 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호평을 받은 『그노시스 파』 등 프랑스 문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1년에 아카데미 프랑세즈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걷기에 대해 쓴다는 건 터무니없는 일이려나? 글쓰기와 걷기는 서로 다른 활동일 뿐 아니라 대단히 낯설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어울리는 경우가 드물다. 내 생각에 그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든 아무 때고 즉흥적으로 걸을 수 있지만, 갑자기 작가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육체를 가진 인간에게 걷기는 선천적으로 자연스러운 활동인 반면 글쓰기는 후천적으로 습득한 활동으로, 언어를 세련되게 구사하는 능력과 세상을 보는 사적인 시선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새삼 일깨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길을 걸으며』가 초판이 발간된 후 25년 동안 꾸준하게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분명 내가 글을 쓰는 보행자라서가 아니라 길을 걷는 작가라서 일 것이다. 길은 종이 위에 기록으로 모여 이야기로 들리고 회상되며, 작가의 재능에 따라 가뭇없이 시들어버린 기억들로 이루어지거나 생생하게 되살아나 새로운 삶을 얻기도 한다. 그래서 이 어려운 일에 몰두한 드문 작가들은-예를 들면 루소, 플로베르, 스티븐슨, 소로, 세갈렌, 루가 떠오른다-결코 자신의 두 다리는 언급하지 않고 내면의 여정과 정신의 지평을 이야기한다. 문학은 실제 지나온 먼 거리를 고스란히 되밟지 않기에, 걷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의 (잠재적) 재능은 장딴지의 두께나 지구력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 p.10

나는 모험의 문간에 서서 첫 번째 출발지를 바라본다. 이제부터 보고 겪는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이곳 또한 영원히 뇌리에 남으리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마른 강과 라인 강이 만나는 운하 가장자리에 있는 둥그스름한 낡은 탁자들이 가지런한 카페, 수문, 예인로曳引路, 왼쪽에는 앞마당에 고양이 두 마리가 잠들어 있는 거대한 저택 한 채가 있다. 예전에는 거룻배를 끄는 말들이 지나가도 거뜬했을 만큼 넓은 비포장도로의 끄트머리, 나란히 늘어서서 생기발랄하게 반짝이는 너도밤나무와 전 나무들 끄트머리에서 벌써부터 프랑스의 풍성함 너머로 원초적인 그림 같은 무수한 풍경들이 점점이 늘어선 모습이 보인다. 초원, 산맥, 들판으로 돌아가는 가축 무리, 말똥가리들이 지저귀는 어둑한 강 유역. --- p.23

나는 너도밤나무 숲의 빛이 좋다. 특히 보주 지역에는 너도밤나무가 많다. 하지만 너도밤나무는 조금씩 사라지고, 소나무와 독일가문비나무처럼 성장이 빠른 수종들이 차츰차츰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숲 한가운데에 자리한 나무들조차 시대의 괴롭힘을 받고 있는 셈이다. 정말이지, 나는 전나무 숲보다 조금 성기지만 명암이 더욱 짙은 너도밤나무 숲의 빛이 좋다. 거대한 줄기들은 하늘을 향해 치솟고, 매끈한 잿빛 껍질에는 햇빛이 가볍게 스친다. 그러면 머릿속에 난쟁이 지신地神들과 정령들, 신관들의 장소인 고대의 숲이 펼쳐진다. 마침 조금 떨어진 곳에, 막 폭이 넓어지는 길모퉁이에 갈로 로망 풍 묘지가 흡사 음산한 나무들에 붙들리기라도 한 듯 둘러싸여 있다. 장밋빛 사암으로 지은 무덤들은 집 모양으로 다듬어져 있고, 몇몇 무덤에는 망자의 초상이나 켈트 족의 십자가 같은 부조물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 묵직하고 차분한 빛. 묘지 말고는 아무런 흔적도 남아 있지 않은 구시가는 과연 어떤 곳이었을까? 그곳에는 온전한 모습, 무구한 과거가 깃들었으리라. 기독교는 미처 이곳까지 오지 못했다. 잊힌 역사의 나뭇잎 덤불에 묻힌 은밀한 이교 문명이다. 커다란 너도밤나무들 발치, 그 짙은 빛 속에서 무덤들은 난파선의 잔해, 망자들의 도시를 연상시킨다. 무덤의 사암 위로 그려진 망자들의 얼굴은 뜻밖의 난파로 수장되자 놀라서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있는 듯하다. 나는 구시가의 작은 빈터에서 한참을 머무르다 돌과 이끼와 나무들의 신기루에서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뗀다. --- p.28

고요한 숲 속, 벌목부의 존재를 알리는 나무에 도끼 찍는 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는다. 대신 절단기 소리가 들린다. 절단기의 요란한 소리에는 확실한 장점이 담겨 있다. 멀리서도 소리가 들려서 길 잃은 여행자가 쉽게 방향을 구분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흥분한 말벌 떼처럼 집요하게 윙윙거리는 소리에는 절단공의 손아귀 안에서 분노로 안달하며 나무를 끝장내려는 기계의 조급한 외침이 담겨 있다. 나무를 움켜잡고 조금씩 갉고 뜯으며 정당한 싸움 끝에 쓰러뜨리는 도끼의 끈기 있고 리드미컬한 움직임과는 사뭇 다르다. 때로는 흡사 황소가 투우사를 들이받듯 나무들이 벌목꾼을 짓누르는 일도 있다. 오늘날 나무들은 싸움 한번 해보지 못하고 몇 분 만에 말끔히 쓰러진다. 무너지듯 쓰러지는 나무들의 소리를 나는 이번 도보 여행 동안 수도 없이 들었다. 점점 더 희귀해져가는 새들의 노랫소리보다 더 자주. --- p.44

누군가에게 눈을 감고 ‘걷기’라는 말을 들으면 떠오르는 생각을 바로 말하라고 해보자. 아마도 이런 대답이 가장 많이 나올 것이다. 오솔길, 햇빛, 바람, 하늘, 지평선, 공간. 이런 실험은 재미있다. 그런데 이런 대답을 듣고 놀라기도 한다. 비, 폭풍우, 땀, 피로, 물집, 티눈, 겹질리기, 낙상, 진창에 빠지기, 허겁지겁 먹기. ‘걷기’가 이런 것들을 연상시킬 수도 있다니! 그런데 지난 세기만 해도 흔했던 후자의 연상 작용들이 요즘엔 선뜻 떠오르지 않는 듯하다. ‘걷기’라는 말만으로도 체험하지 못한 무언의 꿈들, 공간과 지평선에 대한 욕구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유와 돌발성, 모험에 대한 갈망들이 발산되는 것처럼. --- p.64

길 위에서 진정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걷기는 기쁨이나 고역이 될 수도 있고, 산책이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이동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식의 수단, 길에서 만나는 다른 이들에 대한 지식이 넓어지는 방편이 될 수도 있다. 예전에는 이 점에 있어서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프랑스의 길들은 도붓장수들, 상인들, 순례자들, 방랑자들의 이동 경로였을 뿐만 아니라 섬세한 입문, 배움과 수학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조직망이기도 했다. 수려한 글에 비해 프랑스에서는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편인 스위스 작가이자 시인 귀스타브 루는 내게 길의 성서와도 같은 ‘걷기에 대한 글’이 담긴 책을 썼다. 1932년에 출간된 『평야에서의 걷기에 대한 소론』에 실린 글이다. 귀스타브 루는 진작 알고 있었지만 이 작품은 모르고 있다가 내 책 『길을 걸으며』를 읽은 한 스위스 독자가 보내주어 알게 되었다. 그리고 『평야에서의 걷기에 대한 소론』에 몰두하자마자 이 책에서 영감을 받은 ‘공감’, 함께 느끼고 겪는다는 말 그대로 강한 의미의 ‘공감’과 더불어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영원의 문턱에서처럼 시간으로부터 해방되는 동시에 기억의 모든 미립자들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제대로 살 줄 아는 사람이라면 멍해졌어도 퍼뜩 제 정신을 차렸으리라). 꽃이나 동물, 빛, 풍경, 얼굴, 미소 또는 멍하니 공간을 응시하는 공허한 눈빛과 우연히 마주쳤을 때의 느낌이었다. 귀스타브 루는 나보다 훨씬 먼저 『평야에서의 걷기에 대한 소론』을 쓰면서 나와 똑같은 것들을 느끼고 표현했다. --- p.77

20여 년 가까이 나는 뿌리가 없다고 느꼈다. 내가 자유롭게 선택한 관계나 장소 말고는 이 세상 무엇에도 구속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관계들, 장소들은 다름 아닌 그리스의 것들이었다. 나는 그리스에서 여러 해 동안 머물렀다. 이따금 뜨거운 바위 위나 나무 그늘 아래에 누워 태양 아래 떨고 있는 바다, 석회를 바른 눈부신 벽들을 바라보노라면, 사시가 아득히 멀고 조금은 낯선 지역인 듯 느껴졌다. 어찌 되었든 당시의 내 취향과 관심사로 보면 낯선 지방이었다. 내게 고향은 그곳, 그리스라고 생각했다. 스스로를 태양과 열기, 마르고 뜨거운 땅과 미지근한 바다의 자식이라고 생각했다. 숲의 자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늘, 여러 해 동안의 공백 끝에 찾은 이 마을과 땅, 네 개의 계곡 사이, 퀴르 강과 스렝 강 사이에 있는 작은 동네가 머릿속에 조금씩 포도밭과 숲, 노랗고 부드러운 돌들을 불어넣고 있다. --- p.102

풍경에 싫증이 날 수도 있을까? 언덕들, 나무들, 거의 흔들림 없는 땅, 수천 년 동안 편암질의 온순함과 석회질의 단조로움으로 평평해진 지질 구조에 싫증이 날 수도 있을까? 보주 지역에서부터 그랬듯이 프랑스 풍경을 바라보는 일은 누렇게 빛바랜 낡은 책의 책장을 넘기는 일이며, 굽은 지평선에서 옛 전투 장소이자 유서 깊은 땅의 투지가 보이 는 장소를 포착하려고 애쓰는 일이다. 또한 차분하게 가라앉은 토지에 느지막이 도착하는 일이다. 보행자에게는 고마운 땅이다. 넘을 수 없는 협곡, 닿을 수 없는 산봉우리라면 어쩔 뻔했는가? 그러니 미리 간파해서 땅속에 잠겼거나 부서진 형태의 땅을 다시 찾는 수밖에 없다. 보주 지방을 걸어 부르고뉴까지 가는 일은 평평한 지평선을 학습하는 일이자 반복되는 시간을 자신의 발길로 부단히 채우며 다소 헐벗은 거대한 공간을 이해하는 일이다. --- p.117

천장에 매달린 끈끈이에 들러붙은 파리들이 윙윙거린다. 노파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고양이가 기다리겠네. 저기 있어야 하는데. 지금쯤 밥 먹을 시간이거든. 뭐 할 게 있겠어? 난 항상 고양이가 짐수레나 자동차에 깔려 죽을까봐 무섭다오. 그래도 짐승이 곁에 있어 의지가 된다니까. 특히 겨울엔 말이야. 가끔은 몇 날 며칠 이방인 한 명 못 보고 지나기도 하거든.” 어두워지기 전에 뵈브레 산을 오르고 싶은 마음에 길을 떠나려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 노파가 나에게 말한다. “잠깐만, 아직 가지 말아요. 포도주를 조금 더 마시고 가야지. 내가 대접할게.” 나는 다시 앉는다. 노파는 내가 더 있기를 바란다. 희한하게도 노파는 내가 이곳에 온 이유나 배낭에 대해, 여행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무관심이나 소심함 때문일까?). 우리는 함께 고양이를 기다린다. 하지만 고양이는 늦도록 오지 않는다. 결국 나는 카페를 나온다. 길을 걸으며 작별인사를 하려고 뒤를 돌아보니 노파는 창틀에 몸을 기댄 채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멀어지는 내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 p.136

걸으면서 다시 발견한 것은 매일 달라지는 새로운 만남들, 너무도 빨리 익숙해지고 마는 낯선 얼굴들, 내 기대에 점점 더 민감하게 부응하는 반응들만이 아니다. 하루의 시간들도 파리나 심지어 사시와도 완전히 다르게 느껴진다. 나는 일찌감치 동이 트자마자, 그러니까 꼭두새벽부터 일어나고 땅거미가 지는 시간에 잠자리에 들면서 계절의 리듬에 맞춰 살아간다. 매번 맞는 새벽이 새롭다. 그날은 또 새로운 만남들로 채워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빛, 내게 말을 걸어오는 이들의 입을 통해 새롭고 색다르기까지 한 어휘들로 매일의 시간들이 새롭다. 이렇게 걷다 보면 인간관계, 사소한 일들과 시간을 대하는 시선에서 어떤 해방감과 야릇한 유연성이 조금씩 생긴다. 그래서 파리로 돌아가면 최소 몇 주는 지나야 완전히 다른 시간, 완전히 다른 리듬에 맞출 수 있고, 더는 친구들이건 모르는 사람들이건 ‘약속’한 사람들 외에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는 일에 다시 익숙해질 수 있다. 그래서 약속이 최후통첩이라는 걸 알게 된다. 나는 늘 약속에 대한 뿌리 깊은 저항심을 갖고 있는데, 이번 프랑스 여행을 하면서도 별반 나아질 건 없었다(개인적으로 우연한 만남과 뜻밖의 출현만 좋아한다). 지도를 펼쳐놓고 마음 내키는 대로 선택한 여정, 즉흥적인 방랑, 예기치 못한 기적 같은 모든 일들. 이처럼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 저절로 생겨난 일들, 마치 약속과 일정표라는 맥없는 모래시계에서 빠져나온 시간들에 고유의 본질과 해방감만 덧붙이면 된다. --- p.162

나도 길에서 읽을 책을 챙겨가겠다고 생각했다. 나만의 오솔길 애독서, 풀과 꽃의 복음서, 여정의 성서. 그러기에 『신곡』이 가장 적합하게 느껴졌다. 오래전부터 다시 읽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눈 깜짝할 새 책을 잊었고, 더는 떠올리지도 혹은 동반자로 여기지도 않게 되었다. 꼭 필요하다는 생각도 점점 흐릿해졌다. 낮 동안에는 (떡갈나무든 아니든, 몇 백 년 된 나무든 아니든) 나무 아래에서 바뀌는 구름의 모습, 새들이 전하는 말, 보이지 않는 벌레들의 울음소리, 어느 농가나 마을을 알리는 아련한 소음에 몸을 맡긴 채 아무 생각 없이 눕는 게 좋았다. 그리고 저녁이면 은신처로 찾아낸 카페의 분위기가 단테의 연옥이나 지옥을 떠올리게 할 때조차, 손님이 있든 없든 그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편이 더 좋았다. 생동감 넘치는 사람들의 외침과 웅성거림. 인간적인 소음이 마치 썰물 빠진 바닷가처럼 갑자기 사라지고 드러난 황량해진 은밀한 시간. 장소들의 익명성보다 더한 은밀함. 늘 그렇듯 여행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다시 생각날 책을 읽겠다고 방에 혼자 틀어박힐 때보다 을씨년스러운 장소들에서 훨씬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걸 종종 느낀다. 책과 길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만남과 이야기들은 일시적이다. 그리고 바로 그 덧없음이야말로 내가 길의 지질학적 영속성이나 얼굴들의 유동성에서 찾고자 했던 것이다. 하루하루의 흐름에서 낟알처럼 떨어지는,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매 순간마다 작은 영원으로 바뀌는 덧없음. --- p.163

생각과 이미지, 우주를 품고 나의 방황을 따라다니는-때로는 나보다 앞서가는-유일한 존재들은 시인이다. 흔히 걸을 때는 정신적으로 자아를 내려놓는다. 마음속으로 농촌 사회학의 특징들이나 개선된 밀의 수확량에 대한 통계 목록 따위를 외우지도 않고 정신을 비운다. 여기서 ‘비움’이란 일상과 도시 생활에서 거추장스럽게 하는 모든 것들을 비워낸다는 뜻이다. 그렇게 비워낸 정신만이 갑자기 나타나는 모든 것들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한 송이 꽃의 아름다움을 눈여겨보며, 색다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저 아래에서 산등성이 혹은 마을의 우툴두툴한 지붕들과 노니는 태양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정신을 혼란스럽지 않게 몰두시킬 수 있는, 정신을 비운 채 그대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바로 시다. 일찌감치 내팽개친 책들과 달리 시들은 이번 여행 동안 은밀한 존재처럼 필요할 때면 매번 나와 함께해주었다. 시는 내면의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어주는 눈에 띄지 않는 유일한 동반자였다. --- p.178

나는 책을 쓰다가 문득 사베른에서 출발한 이후로 들렀던 도시들 중에 언급하는 걸 잊은 곳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분명 의미심장한 망각이다. 사실상 그곳들은 눈여겨보지도, 제대로 들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샤워나 목욕을 위해서, 도시의 분수나 얼어붙은 실개천 또는 지방 호텔의 꽉 막힌 세면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 씻기 위해서, 이따금 제대로 된 빨래를 하기 위해서, 필요에 의해서 그곳들을 거쳐 갔다. 하지만 그런 실용적인 이유 외에는 딱히 그 도시들에서는 할 일이 없었다. 길을 걷는 내내 그런 곳들은 지겨운 우회, 어쩔 수 없는 정지 같았다. 숲과 오솔길 그리고 시골 마을의 익숙함, 예기치 못한 만남에 대한 취향과 욕구 때문에 이내 도시들은 내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매일 들여다보는 지도에서 도시들은 마치 주변에 있는 도로들, 변두리 도시들, 공장들을 향해 사방으로 발을 뻗어 들판의 초록색 본질을 빨아먹는 거대한 거미 괴물처럼 여겨졌다. 길을 걷다 보면 멀리서 도시가 점점 가까워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조금씩 판에 박힌 듯 엇비슷해지는 풍경으로, 시야에서 사라지는 숲으로, 늘어나는 도로로, 거만하고 추하게 앞장서는 빌라들로, 도시가 가까워 옴을 예고라도 하듯 나타나는 쓰레기들로 미루어 짐작된다. 이번 여행을 하는 동안 도시가 마음에 들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 어쨌든 도시에서는 늘 가급적이면 머무는 시간을 줄였다. 그래도 딱히 불쾌할 것까진 없다지만 어쩔 수 없이 번번이 잠시 머물러야 할 때도 있었다. --- p.193

방랑 세계는 결코 죽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안에 있지도, 우리 주변에 있지도 않다. 성지 순례나 직공들의 이동처럼 목적과 분명한 지표가 있든 없든, 선교사들이나 수도사들 또는 옛날의 떠돌이 직공들처럼 막연한 지표가 있든 없든 수백 년 동안 끊임없이 우리를 매료시키거나 공포에 빠뜨리거나 두려움 또는 감탄을 자아냈다. 정착민과 유목민 사이에 오랫동안 유지되었던 대단히 복잡한 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근본적인 역사조차 정립되지 않았다. 오랜 세월 동안 한정된 시대와 장소에서만 시도되었을 뿐 간선도로, 물살, 팻말들을 배제한 전체적인 관점에서는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다. 내쫓기고 냉대 받고 배척되다가 반대로 찬양받고 연구되고 간청되기를 번갈아 겪었던 방랑자들은 저마다 다른 공동체들의 사고방식이나 필요에 따라서 영벌의 세상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구원의 세상을 가져다주기도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를 가로지르는 크고 작은 길들은 지옥의 문 아니면 천국의 문을 열어주었다. 그 길들은 우리 땅에서 사랑 아니면 증오의 토대, 형제 아니면 적을 데려오는 통로였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이 모든 건 그대로 살아 있다. 과도하게 도시화된 사회는 정착민들의 승리를 확실히 굳히는데 일조한 반면, 우리가 이동하거나 떠나거나 여가를 향해 더욱 맹렬히 달려들게 만든다. 동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제 길을 떠나는 건 설교하기 위해서도, 구원하기 위해서도, 성관 한가운데에 있는 성배를 쟁취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하지만 출발과 방황으로 약속된 그리고 되찾은 낙원의 이미지는 다소 왜곡되었을지언정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 시대의 성배라 할 수 있는 여가에 대한 열렬한 추구는 필연적으로 조직적인 형태를 갖추게 만든다. 비록 예전의 기사도 정신은 사라졌지만, 옛날 이주민들의 이동 못지않은 규모로 계절에 따른 대이동의 형태를 띤다. 그래서 흔히 피서객들, 캠핑자들, 일주여행자들은 환영을 받는 반면에 부랑자나 왕래가 많은 길을 벗어나서 홀로 걷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이번에 몇 달 동안 여행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보았던 것은 무수한 얼굴들에서 읽었던 놀람과 불안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신이었다. 따라서 길을 떠나고자 하는 유혹은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만 유익하고 필연적이다. 예기치 않았던 일상의 만남들을 과감하게 대면하는 일은 타인들에게서 자아의 또 다른 이미지를 찾고, 친숙한 세계의 판에 박힌 습관을 부수고 틀을 깨는 일,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일이다. 걷다 보면 때로는 지치고 좌절하며, 힘들고 침울하다. 그로 인해 시도 자체가 터무니없고 부질없다는 느낌은 비극적이지는 않더라도 시련으로 다가온다. 점점 더 도시의 인위적인 얼굴, 관습적이고 판에 박힌 관계 외의 다른 뭔가를 원하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부족한 것을 찾아 길을 나선다. 그리고 제보당에 가까워져 가는 햇빛 화창한 오늘, 나는 하염없이 걷는다. 비록 예스러운 기쁨이나 특혜 받은 시간을 찾기는커녕 결국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얽히고설킨 길들의 미로 속을 헤맬 뿐이지만,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발견하고 그들과 함께 길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리아드네를 찾게 되리라고 혼잣말한다. 이처럼 우리 시대의 걷기는, 특히 우리 시대의 걷기는 신석기 시대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예언자가 되는 일이다. --- p.211

매일 애는 쓰지만 길에서 일지를 쓴다는 건 쉽지 않다. 이 책을 쓰면서 나는 있었던 일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일, 평범하든 독특하든 사건들을 간략하게 메모하는 일이 실질적으로 걷는 시간들을 재구성하기에 얼마나 무력한지 깨닫는다. 빛바랜 작은 구슬들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늘어놓은 연속적인 메모들로 이루어진 책보다 더 지루하고 거짓된 책은 없으리라. 메모들은 여행의 생생하고 은밀한 구성을 배반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말하는 자가 기억을 말한다. 기억을 말하는 자가 선택을 말한다. 우리는 여행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여행에서 얻은 수많은 인상, 감정, 기쁨, 권태 등 모든 경험들 가운데 선택한 몇몇 얼굴, 몇몇 대화, 몇몇 풍경만 기억한다. 그리고 나날이 그 기억들을 붙잡으려 애쓰며 메모장에 열심히 기록해 보지만, 이미 나름의 방식으로 일상의 체험을 걸러낸 후다. 그리고 이번에는 기억의 선택을 통해 어떤 얼굴, 순간적인 몸짓, 특별한 순간을 지우거나 도드라지게 해서 어떤 새로운 세상으로 버무려낸다(길다고 느낀 특별한 순간이 고작 몇 초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그리하여 그 세상은 진실로 경험했던 모든 것들 중에 지금 나에게 남은 유일한 것이 된다. 진짜 여행은 옛 흔적들을 되풀이하고, 기억에서 유일하게 닿을 수 있는 어떤 길들, 어떤 풀들, 어떤 얼굴들을 되찾는 것이며,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희한한 경험을 했다. 몇 달 전에 차를 타고 (‘모르방에서 제보당까지’ 편에서 거론했던) 생 보네 르 부르 마을을 지나가다가 문득 당시에 나를 맞아주고 길을 안내해주었던 소목장이를 다시 만나보고 싶은 호기심이 솟았다. 하지만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길을 걸으며』는 읽었다면서 나에 대한 또렷한 기억이 전혀 없어서, 자신을 만났다고 말하는 이 낯선 사람이 누구인지 곰곰이 생각하는 눈치였다. 물론 내가 직접 들어가지 않고도 그의 집 안 가구 배치를 포함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먹이자 차츰 기억이 선명해지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나에게는 두 번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던지라, 차라리 미리 한 번 겪기를 잘 했다 싶었다. 개인적인 기억은 다른 누군가의 기억과 무엇 하나 비슷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를 기억하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우리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거나, 만났던 사람인데도 전혀 기억에 없어서 유령으로 치부될 우려가 있다. 바제유로 돌아가서 함께 걷고 꽤나 유쾌하게 대화를 나눴던 여인을 찾아갔다가 이런 말을 들으면 어쩌지? “누구시죠? 전혀 기억이 안 나네요. 이곳에 들른 적 없는 분인데요!” 따라서 실질적인 시간과 기억의 시간을 대면시키는 일은 부질없다. 나 자신은 물론이고 지났던 길, 숲, 들판, 만났던 얼굴들, 심지어 나 자신의 기억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감동의 장소로 돌아가고 싶다가도 막상 가보면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로 완전히 딴 고장이 되어 있을 때처럼. --- p.228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할지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를 따분함으로 이끌지 혹은 경이로움으로 이끌지 결정하는 건 길이니까. 그렇게 우리는 어쩌면 다른 길에서 보았을지 모를 무언가에 대한 영원히 충족되지 않는 욕구가 아니라 피할 수 없으며 동시에 자양분이 되는 일종의 충만함, 필연의 느낌을 체험하게 된다. 그런 느낌만이 며칠,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 도로의 ‘실’을, 인생 자체의 ‘실’을 이룬다. 그래서 발밑에서 날아오르는 새, 미루나무 지평선을 따라 보이는 말을 탄 형상, 어스름한 석양 속에 지나온 죽은 나무들이 삐걱거리는 숲, 축사의 편암 판석에 서늘한 새벽 기운이 서리는 풍경처럼 각각의 만남, 각각의 우연 속에 매번 ‘그’ 계곡에서, ‘그’ 고원에서 혹은 ‘그’ 마을의 양지바른 골목에서 느닷없이 어떤 강렬한 필연의 느낌을 느낀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우리를 위해 준비하며 기다렸을지도 모르겠다는 강렬한 직감을 느낀다. 우리 앞에 놓인 풍경이 발걸음에 맞게, 꿈에 맞게 구성되기라도 한 듯이. 그렇게 우리는 연구원, 조사원, 농촌의 진실 몰이꾼, 감춰진 삶들을 셈하는 사람이 아니라 명백한 삶, 대단한 ‘우연’, 길들의 거대한 ‘필연’을 들려주는 이야기꾼이 된다. 그리고 단순한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귀스타브 루의 『평야에서의 걷기에 대한 소론』을 읽으면서 길들의 경이롭고 필연적인 우연 앞에서는 불가피하게 똑같은 시선, 똑같은 감정을 되찾게 된다는 사실에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다. --- p.276

마지막 놀라움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에 나를 기다리고 있다. 가장 바라던 놀라움이지만 이상하게도 급작스런 발견처럼 주어진다. 푀이야에서 트레유까지 내리막길이 이어진다(트레유에 있는 친구 집에서 며칠 쉬어갈 작정이다). 바로 그곳에서 나는 곳곳에 덤불이 있는 황갈색 언덕, 비탈에 퍼져 있는 마을들 그리고 아래쪽에 경작지와 작은 집 하나 없는 끝 모를 청회색 평야를 발견한다. 평야는 그냥 바다다! 전혀 예상치도 못하고 있었다. 더 멀리 있을 거라고, 더 가까이 하기 어려울 거라 상상했는데! 어제만 해도 페르페르튀즈에서 단 한 순간도 청회색 평야가 그곳에, 그렇게 가까이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꿈도 못 꾸었다. 산들바람이 불지 않을 때면 그리스의 바다처럼 파랗고 잔잔한 아리아드네의 바다. 배 한 척도 보이지 않는다. 가장자리는 길게 늘어진, 완전히 텅 빈 흰 백사장. 멀리 동쪽에 있는, 바다 안개 속에서 그리스의 새하얀 섬들을 상상하는 내 기억. 나는 이제 더는 코르비에르에, 바위와 까마귀들의 땅에 있지 않다. 하늘과 땅 사이의 공기와 바다의 푸른 물질 속에, 모든 세계의 중간에 있다. 벌써 나는 느낀다. 바다를, 맑은 물과 흰 모래를. 그리고 친숙한 목소리가 나에게 말을 건넨다. “율리시스처럼 너도 다시 떠나야만 한다. 되찾은 시간 속에서 끝과 시작은 같으니까.”
--- p.315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3,5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