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주의자는 여성의 아를다움과 사랑의 감미로움을 찬양하며 향락하지만, 책임이 수반되는 ‘결혼’을 싫어한다. 심미주의자는 결혼에 깃들어 있는 실상은, 습관이고 단순한 되풀이이고 구속뿐이기 때문에 거기에는 진정한 자유와 심미적인 요소가 없다고 한다. 이에 한해 윤리주의자인 B는, 심미주의자는 진정한 사랑(에로스)을 모르고 있다. 따라서 사랑의 아름다움도 모른다. 그가 추구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감성적인 향락뿐이라고 한다. 심미주의자는 한 사람의 여성을 정복하고 나면 헌신짝처럼 미련없이 그녀를 버리고 다시 새로운 여성을 정복하려 나선다. 따라서 거기에는 ‘지속’이라는 것이 없다. 단지 있는 것이라고는 각기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사건들뿐이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에는 ‘영원성’이 깃들어 있다. 그러니만큼 진정한 사랑은 의당 결혼에까지 이르지 않을 수 없다. 결혼에까지 이르지 못하는 사랑은 일시적인 향락이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결혼은 일종의 ‘소유’이지만 그것은 물건을 소유하듯이 한 번 소유하면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그런 소유가 아니라, 매일매일 새롭게 회득해야만 하는 소유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겸손’과 ‘종교성’과 ‘인간성’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심미주의자가 윤리적인 것과 심미적인 것은 서로 모순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다. 오히려 참다운 심미주의적인 것은 윤리적인 것의 바탕 위에 성립된다.
심미주의자의 근본적인 결함은, 그에게는 ‘진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또 남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영혼이 무엇이며, ‘인격’이 무엇인지를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대상인 인격에 관해서도 아무것도 모른다. 사랑은 유회가 아니고 엄숙한 사건이다. 왜냐하면 사랑은 보편적인 것과 개별적인 것의 종합이기 때문이다. 심미주의자가 개별적인 것을 향락하려고 할 때, 그는 자신의 반성을 통하여 개인적인 것을 보편적인 것으로부터 제거하고 고립화시킨다. 보편적인 것과 개별적인 것이 서로 침투하고 있으면 있을수록 그 사랑은 더욱 아름답다. 결혼은 사람보다 더욱 엄숙한 사건이다. 결혼의 선서가 하느님 앞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것은 단지 하나의 형식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결혼은 윤리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결혼은 영혼과 영혼의 결합이다. 그러므로 서로가 상대방의 영혼을 존중하지 않는 결혼은 진정한 결혼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렇게 주장하며 B는, 무엇을 위해서 하는 결혼을 배격한다. 돈이나 명예나 그 밖의 공리적인 목적을 위해서 하는 결혼은 물론이거니와, 생활의 불편을 덜기 위해서나 자식을 얻기 위한 결혼은 옳지 않다고 단정한다. 요컨대 ‘왜’ 혹은 ‘무엇을 위하여’라는 결혼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결혼은 신성하다. 결혼은 그 자체가 목적이고, 무엇인가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사랑이 없는 결혼은 죄(罪)다. 결혼은 사랑을 전제로 하고, 부부 사이에 태어나는 자식들은 하느님의 선물이다. 그렇기에 공정과 정직과 진실이 결혼생활을 지배해야 한다고 B는 주장한다.
요컨대 B는 「결혼의 심미적 타당성」에서 사랑의 본질부터 따지기 시작하여 사랑의 본질의 구현으로서의 결혼을 논하고, 결혼의 윤리적이고 종교적 표현으로서의 결혼식의 본질, 그리고 이어서 결혼생활의 역사성과 부부 사이의 사랑의 비의(秘意)와 결혼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어려움을 논하고, 끝으로 결혼을 사랑과 의무의 통일체라고 단정하고 있다.
인격형성에 있어서의 윤리적인 것과 심미적인 것의 균형에 있어서 B는, ‘선택’의 문제를 거론하며 그 일반적인 의미를 논하고, 윤리적인 결정과 심미적인 무차별한 선택을 관찰하고 선택의 현실성으로 이끌어간다. 이어서 B는 윤리적인 관점에서 본 심미적인 인생관을 개관하고, 심미적인 인생관을 ‘절망’이라고 단정한다. 다음으로 B는 윤리적인 인생관과 심미적인 인생관의 관계를 살피며, 거기에서 야기되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며, 끝에 가서는 빈곤과 노동과 직업과 결혼생활 그리고 우정의 문제를 논한다. 또한 마지막으로 B는 이런 것들이 개인에게 어떻게 적용되며 예외자(例外者)에게는 어떻게 적용되는가를 언급하여, 후에 키르케고르의 근본사상의 하나인 예외자의 개념을 등장시킨다.
이상의 두 편의 논문(편지)이 쓰여진 것이 키르케고르의 약혼과 파혼이라는, 그에게는 결정적인 기간 동안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결혼과 사랑의 본질, 그리고 인격형성의 요소들을 이 정도까지 샅샅이 따지고 검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약혼을 파기하지 않을 수 없었던 본질적인 고민이 어디에 있었는가 하는 것을 우리는 다시 한 번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그것을 살핀다는 것은 그 장소가 적당하지 않기 때문에, 독자는 단지 이 책 끝부분에 등장하는 ‘예외자’의 개념에 각별히 유의하여 후속되는 그의 저서에서 그 흐름을 더듬어 주시기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