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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빈자리

아내의 빈자리

이재종 등저 | 오늘의책 | 2002년 06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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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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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2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90쪽 | 425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7181731
ISBN10 897718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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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퇴근하려고 하는데 전화가 왔다. 동네 우체국 직원이었는데 아이가 우체통에 주소도 안 쓴 장난 편지를 100통이나 넣는 바람에 바쁜 연말 업무에 지장이 많다는 것이다. … 난 아이를 한 쪽 구석에 밀쳐놓고 우체국에 가서 편지 뭉치를 받아 왔다. 그 뭉치를 아이 앞에 던지며 도대체 왜 이런 장난을 쳤느냐고 다그쳤다. 그러자 아이는 울먹이는 소리로 대답했다. 엄마에게 편지를 보낸 거라고 … 그럼 왜 이렇게 많은 편지를 한꺼번에 보냈느냐고. 그러자 아이는 우체통의 구멍이 높아서 키가 닿지 않았는데, 요즘 다시 서 보니 우체통 입구에 손이 닿기에 여태까지 써왔던 편지를 한꺼번에 넣은 것이라고 했다. … 잠시 후 나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하늘에 계시니까 다음부터는 편지를 태워서 하늘로 올려보내.'
-- p.18
경남아, 엄마야. 경남이 엄마. 이젠 그 누구도 엄마한테 경남이 엄마라 부르지 않는구나. 이 엄마는 경남이 엄마로 불리던 그 시절이 너무나 그립구나.

일주일 후면 추석이다. 명절 때 되면 우리 경남이가 제일 좋아했지? 명절의 유래, 명절에 먹는 음식, 명절에 하는 민속놀이, 그런거 따져가며, 참 즐거웠는데….

사랑하는 경남아! 네가 꾸었던 꿈들, 우리가 이루고 싶었던 작은 동물농장, 그 햇빛 충만한 뜰 안의 것들이 지금은 아득하게만 느껴진단다.

우리도 남들처럼 더러는 싸워가며 살 것을. 아빠 회사에서 엄마 아빠는 샘플 부부였고 동네에서 우리 경남이네는 어르신들의 교육용 모범가정이었지. 다 우리 경남이가 있어 행복한 시절이었는데….

경남아, 이 엄마 어떻게 해야 너를 만날 수 있을까? 이젠 이 삶이 무겁다면 우리 경남이 엄마 용서할 수 있겠니? 남아 있는 민지는 또 엄마와 같은 삶을 살까 두렵다.
---pp.14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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