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사랑의 가장 예리한 날이 무뎌지기 시작하는 순간의 환멸은 끔찍한 법이다. --- p.63
늙은 황소와의 관계가 젊은 황소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폼페이우스는 굽힐 것인가? 그는 굽힐 수 있는가? --- p.71
로마는 나의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나의 죄가 셀 수 없고 회개는 결코 없었다 하더라도, 강탈이라면 나는 그 생각조차 좋아한 적이 없다. 로마가 자진하여 내게 오는 것이 내가 로마를 강탈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보다 훨씬 낫다……. --- p.105
존엄은 개인이 사람으로서, 그리고 그가 속한 사회의 지도자로서 무엇인지를 요약한다. 존엄은 개인의 자존감, 온전함, 말, 지성, 행동, 능력, 지식, 지위, 사람으로서의 가치의 총합이다……. 존엄은 사람의 죽음을 넘어서기에, 사람이 죽음에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래, 이것이 가장 올바른 정의다. 존엄은 사람의 물리적 존재의 멸실에 대한 승리다. --- p.211
위대한 사람의 적들은 히드라 같다. 아무리 많은 머리를 잘라내도, 더 빨리 자라나고 더 크고 튼튼한 이빨을 뽐내는 머리들이 자라나는 법이다. --- p.245
카이사르는 로마에 속하지만, 그 로마는 팔라티누스 사람들의 로마가 아니야. 카이사르가 속한 로마는 수부라와 에스퀼리누스 사람들의 로마지. 그리고 그애는 마침내 위대한 인물이 되었을 때 자신의 자리를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차원으로까지 끌어올릴 거야. 단지 경험의 폭이, 인생의 폭이 어느 누구보다 넓기 때문에. --- p.418
“포르투나 여신의 선택을 받은 건 나지! 내게는 운이 따랐어! 하지만 거기에는 처러야 할 대가가 있음을 기억하게. 포르투나는 질투심이 강하고 요구가 많은 애인이야.” --- p.458
2권
어쩌면 위대한 자는 도덕적일 수 없는 거예요. 선할 수도 없고요. 아마 그러한 덕목을 갖춘 자들은 애초부터 위대한 자가 될 수 없는지도 모르죠. --- p.51
“네놈 시민권을 박탈해버리고 채찍으로 매질한 뒤에 십자가에 매달 수도 있었어. 네가 로마인으로서 죽게 해주는 건 힘든 시기에 내 식솔들을 잘 돌보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전부야. 애초에 내가 너를 산 것은 네가 비열한 두꺼비임을 알아봤기 때문이다. 단지 내가 너무 바빠져서 네놈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게 될 것을 미리 계산에 넣지 못했지.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잘 가거라, 크리소고노스.” --- p.135
그는 자신이 나아갈 곳을 알았다. 그는 가장 높은 자리를 향해 가고 있었다. 자기 본성을 숨기며 정상에 오르기란 쉽지 않을 터이다. 하지만 자신이 부당한 오해를 받고 있음을 알면서 정상에 오르기를 시도하기란 그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다. --- p.167
사람들은 술라 안에 사자와 여우가 있다고 수군덕거렸다. 그러나 바로의 생각에 술라 안에 도사린 최악의 동물은 한 마리의 예사로운 고양이였다. --- p.274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나는 자신의 본성을 부인해왔어. 나 스스로 애정과 쾌락을 거부하며 살아왔지. 처음에는 나 자신의 명성과 야망을 위해, 그리고 그것들이 자리잡기 시작한 뒤로는 로마를 위해. 하지만 이제 끝났어. 끝, 끝, 끝이야! 이로써 나는 로마를 그대들에게 돌려주겠어. 하찮고 주제넘고 머릿속이 구더기로 가득찬 그대들에게로! 그대들은 이제 그대들의 가련한 나라를 못살게 굴 자유를 다시 얻은 거야. 엉뚱한 놈을 뽑고, 나랏돈을 멍청하게 날려먹고, 당장 내일의 일과 잘나빠진 자기 자신만을 바라보며 살아가겠지. 네놈들과 그뒤를 이어받을 놈들은 로마를 겨우 30년 한 세대 만에 구제불능의 지경으로 몰아넣고 말 거야!” --- p.301
나는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아! 피를 내뿜고 숨을 헐떡이며, 더러워진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채로. 로마인의 존엄에 걸맞게, 훌륭하게 절제된 분위기 속에 생을 마감해야 해. 나는 로마의 왕관 없는 왕이 었어. 놀라에서 풀잎관을 받았지. 나는 대서양에서 인더스 강에 이르는 온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이었어. 내 죽음은 이 모든 것에 걸맞아야 해! 이렇듯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피와 공포의 악몽이어선 안 돼! --- p.315
최고의 친구·최악의 적 --- p.326
“혈통은 사람의 행동보다 훨씬 덜 중요하다는 사실을 왜 이해하지 못하는 거야?” --- p.458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을 곱씹는 건 불필요한 일이라 생각하네.” --- p.533
3권
사실 우리가 벌이는 다른 전쟁들도 주로 그렇게 시작되죠! 어린애들 행진의 지휘도 맡겨서는 안 될 황금에 눈먼 사령관에게 로마 군단의 지휘를 맡기면, 그는 노획물을 찾아서 전쟁에 나서는 겁니다. 로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돈주머니를 불리기 위해서 말이에요. 카르보와 게르만족의 전쟁, 카이피오와 게르만족의 전쟁, 실라누스와 게르만족의 전쟁 등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지요. --- p.44
저들이 나를 영원히 상아 대좌에 앉지 못하게 하려는 게 확실해지면, 태어난 걸 후회하게 만들어주고 말 테니까요! --- p.67
유구르타는 가까운 혈족들을 무수히 죽이기는 했지만, 신들이 자신에게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어. 반면 미트리다테스는 자기 자신을 신으로 여기는데다 부끄러움도 죄의식도 없구나. --- p.210
“로마가 너무 바빠서 우리에게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할 때지요. 우리는 젊으니 충분히 기다릴 수 있습니다, 티그라네스. 나는 로마를 알아요. 조만간 로마는 서방이나 아프리카에서의 전쟁에 휘말리게 될 겁니다. 우리는 그때 가서 움직이는 거지요.” --- p.224
로마로부터 벗어나기로 새로이 결심하게 된 것은 어쩌면 순전한 피로감에 기인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실로는 생각했다. 로마가 그 대단한 시민권을 나눠주던 시절은 이미 끝났으며 지금의 이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는 뿌리깊은 예감 말이다. 상처 위에 모욕까지 쌓이다보니 이탈리아인이 로마 치하의 삶을 도저히 참을 수도, 견딜 수도 없다고 느끼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 p.259
‘나는 로마인이다, 나는 그 외 다른 모든 인간들보다 낫다!’ --- p.373
우리 로마인들은 로마를, 오직 로마만 섬긴다오. 우리는 한 인간 앞에 무릎을 꿇지 않소, 오로바조스 경. 또한 이상이라는 추상관념 앞에 무릎을 꿇지도 않소. 로마가 우리의 신이자 우리의 왕, 우리의 생명 그 자체요. 로마인 개개인은 자신의 명성을 쌓고 동료 로마인들이 자신을 우러러보게 하기 위해 애쓰지만 길게 보면 그것은 모두 로마를, 그리고 로마의 위대함을 드높이기 위한 것이오. 우리는 터전을 숭배하오, 오로바조스 경. 사람도 이상도 숭배하지 않소. 사람은 왔다가 가기 마련이고 이 세상에서 순식간에 사라지오. 이상은 온갖 철학의 바람이 불 때마다 바뀌고 흔들리오. 하지만 터전은 그 땅에 사는 자들이 가꾸고 위대함을 더하는 한 영원할 수 있소.
--- p.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