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리에게 묻다
Q : 미국에서 사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케빈 리 : 22년째입니다.
Q : 미국에서 아주 유명하시다고 해요.
케빈 리 : 가게가 헐리우드에 있다 보니 영화배우와의 접촉이 많아서 더 유명해졌죠.
Q : 단골 스타 중에 우리가 아는 분으로 어떤 분들이 있나요?
케빈 리 : 샤론 스톤, 엘리자베스 테일러, 빌 클린턴,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또 젊은 분으로는 베이비 페이스도 있죠. 그리고 가수로는 마이클 잭슨...
Q : 미국에서는 케빈 리 씨에게 장식을 맡겨야 안심할 수 있다는 말이 떠돈다고 그러더군요.
케빈 리 : 로저 무어 아시죠? 007에서 제임스 본드 역할 맡으셨던 분. 그 분 같은 경우는 집이 남쪽의 블란서인데도 생일 때는 항상 LA에 와서 파티를 여세요. 친한 친구들 25명 정도 초대해서 파티를 여시는데 언제나 그 파티 장식을 제가 맡아주시길 바라셨죠.
Q : 예, 그렇군요. 그러고 보면 케빈 리 씨는 꽃 장식만 하는 게 아닌가 봐요?
케빈 리 : 그럼요, 꽃 장식뿐만 아니라 조명에서부터 음식, 테이블 장식 등 전체적인 분위기 즉 토털 패션을 다 하죠.
Q : 예, 파티의 전반적인 진행 사항을 다 케빈 리 씨가 통괄하는 거군요. 그럼 어떤 행사들을 주로 맡아서 하시나요?
케빈 리 : 여러 가지 파티라든가, 장례식, 결혼식도 제가 하죠.
Q : 그럼 큰 행사를 한 달에 몇 번이나 하시는 건가요?
케빈 리 : 적으면 12번, 많을 경우 22번에서 25번 가량 하고 있어요.
Q : 그럼 지금까지 맡았던 파티 중에 가장 규모가 컸던 것은 무엇인가요?
케빈 리 : 총 비용이 84억 원 정도 되는 결혼식을 진행했던 적이 있어요.
Q : 84억 원요? 결혼식에 84억 원을 쓰시는 분은 도대체 누구신가요?
케빈 리 : 미국에서 인텔 컴퓨터 대표세요. 그때 참석하신 분만 대략 600명 정도였죠.
Q : 결혼식에 84억 원이면 과소비 아닌가요?
케빈 리 : 평생에 한 번뿐인데…. 돈도 많고 일생에 한 번밖에 없는 날이니만큼 세계에서 최고로 좋은 파티로 만들어 보자 하는 생각에 돈을 많이 쓰셨던 것 같아요.
Q : 그래요. 일생에 한 번 기념적으로 해보자는 거고, 미국은 또 한국과 생활양식이나 수준이 다르니까. 한국에서 그랬으면 정말 까무러칠 일이죠. 그런데 어떻게 하셨길래 비용이 84억 원이나 들었나요?
케빈 리 : 가수 분으로는 로드 스튜어트가 왔었고, 투나잇 쇼에서 MC하시는 분, 밴드로는 영국에서 직접 오신 분들이 왔었죠. 조명하는 데 돈이 꽤 들었어요. 조명에만 20만 불이 쓰였으니….
Q : 그럼 케빈 리 씨가 한 일은 무엇이었나요?
케빈 리 : 토탈 패션을 다 했죠. 결혼식의 모든 것들을 전부 진행했다고 보시면 돼요.
Q : 그래도 84억이면 다른 것에도 많이 쓰였을 것 같은데….
케빈 리 : 그렇죠. 외국에 사시는 친구분들이 많아서 전용비행기를 빌려다가 그분들을 다 모시고 오고, 그분들이 묵을 호텔 비용하며 호텔에서 먹는 식사비용까지 모두 지불했으니까요.
Q : 그렇군요. 그런데 알고 보면 유명인들이 케빈 리에게 파티를 부탁하는 이유가 있다고 해요. 바로 케빈 리 씨가 고객의 뒷조사를 철저히 해서 그 고객의 분위기에 맞는 연출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데요. 케빈 리 씨는 꽃을 장식해도 그냥 하는 게 아니라 꽃을 장식하면서 꽃의 의미를 나름대로 다 생각하시고, 고객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다 파악을 하시는 거군요.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도 꽤 걸리고 힘들었던 점이 있었을 것 같아요. 케빈 리 씨는 미국에 가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어요? 아무래도 처음 가서 영어도 익숙하지 못하고, 외국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케빈 리 : 가장 힘들었던 거는 아무래도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오해였어요. 미국은 한국과는 달리 사람들이 표정도 풍부하고 말도 많아서,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저는 아무렇지 않은데 나에게 화가 났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미국에서는 잘 웃어야 하고 가끔씩은 상황에 적절한 표정도 만들어야 해요. 처음엔 잘 몰라서 실수도 많았고, 오해도 받았지만 그것을 없애려고 제가 많이 노력했죠. 철저하게 미국 문화를 익히려고 내 표정, 행동, 생각을 많이 바꿨었어요.
Q : 그래도 동양인이 미국에서 성공하기까지는 상당히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아요. 미국사회에서 동양인이라고 소외당하지는 않으셨나요?
케빈 리 : 그렇죠. 미국이 아무리 차별이 없고 직업에 귀천이 없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가라고 하지만, 실제로 살아보면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굉장히 많은 나라에요. 처음엔 그런 차별 때문에 힘들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은 제가 어느 정도 성공하다 보니 그런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죠.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제가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 옷 입는 것까지 세세하게 다 신경을 써야 했어요.
Q : 한국인이라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무슨 디자인 쇼 같은 것 하면 항상 한복을 입고 나오신다면서요.
케빈 리 : 제가 디자인 쇼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미국사람들은 꽃 하면 다 일본 사람이 하는 줄 알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쇼도 많이 하고 한국인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한복을 입었었죠.
Q : 미국에서 성공도 하고 이제 이룰 것은 많이 이루신 것 같은데 앞으로 계획이 있나요?
케빈 리 : 더 돈을 많이 벌어서 이제는 한국에 투자를 하고 싶어요. 꽃 관련된 사업뿐만 아니라 없는 분들을 위한 사업을 하고 싶어요. 주위에 불쌍하신 분들을 위한 사업이요.
Q : 오늘날의 케빈 리가 있기까지 성공 비결이 있다면요?
케빈 리 : 꿈을 버리지 말고 항상 노력하라. 노력하면 어딜 가든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얻는다라는 거요. 제가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노력하면서 살 것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