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숫자가 올라갈수록 우쭐해지며 인스타그램에서 처음 맛보는 존재감 같은 것이 생겼다. 나와 연결된 사람이 셀 수 없이 많으며 이들은 나의 셀카와 일상이 중계되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닌 거다.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어 나는 그 라인 속에서 숨을 쉬며 살고 있다. 학교에 많은 아이들이 실재하지만 온라인 속 팔로워들만 못했다. 같은 반에 실재하는 아이들이 오히려 허상이 아닐까. --- p.20
먹통인 전화기를 보자, 접속되지 않은 나는 더욱 고립되어 진짜 외로운 섬이 된 듯했다. 연결되었던 모든 것들과 이별을 고한 것처럼 몹시 쓸쓸했다. 세상에서 나는 완전히 잊힌 존재가 된 것 같은, 고립무원의 쓸쓸함 같은 게 파도처럼 덮쳤다. 스무 명 남짓이 내 눈앞에 실재하는데도 의미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내가 올린 사진이나 댓글에 좋아요를 눌러주던 팔로워들이 몹시 그리웠다. --- p.89
묘한 구석이 있는 곳이었다. 이국의 낯선 땅. 나는 춤하고는 담 쌓은 사람인데 무언가에 단단히 홀려 넘어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지금의 상황이 실감나지 않았다. 꼭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낯선 것은 긴장감도 주지만 무장해제도 시킨다. 알 수 없는 곳에서 알 수 없는 힘을 뿜어 올리는 것, 긴장감도 어색함도 모두 떨쳐버리게 하는 힘이 있었다. --- p.129
사막에서는 좌표, 그러니까 기준점이 없기 때문에 어디로부터 어느 만큼 왔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오로지 시간만으로 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시간의 축적만큼 어느 정도 간 것임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중략) 뭔지 모르지만 멋졌다. 시간만이 알 수 있다니. 우리가 간 길은 거리로 가늠할 수 없고 오로지 시간의 양만이 그것을 말해준다고 했다. 더불어 우리가 사는 것도 이와 같다고 했다. 어디로 가는지 무엇이 될지 어느 만큼 왔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우리가 쓴 시간의 축적만큼은 내가 무엇을 했는지 증명해줄 것이라는 거다. 현재의 내 모습은 그간 쓴 시간의 내용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시간의 축적, 멋진 말이다. --- p.135
이 순간, 저 별똥별과 나는 어떤 인연이기에 몽골 초원에 누워 있는 나와 만나 찰나의 시간을 함께하다 이렇게 스쳐가는 것일까. 태어나 처음으로 우주와 조우한 느낌이랄까. 이 거대한 우주 속에 별이 있고, 그 별을 바라보는 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먼 우주 속, 나의 존재는 먼지보다 더 작을 텐데. (중략) 난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라 이 우주 속에 당당히 존재하는 하나의 생명이라는 자부심이 저 수많은 별을 보며 되새김질되었다. 오히려 거대하고 드넓은 공간에서 나는 먼지보다 못한 하찮은 존재라고 여길 것 같았는데 내 존재가 이렇게 크게 다가오다니. 이 느낌은 또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