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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도시 - 스카페타 시리즈 18
eBook

죽은 자의 도시 - 스카페타 시리즈 18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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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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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06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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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2.29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30.7만자, 약 10.2만 단어, A4 약 193쪽?
ISBN13 978892558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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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일찍 필딩이 냉장실에 들어가 보니, 바닥에 핏방울이 떨어져 있었고 시신을 넣어둔 곳에도 제법 많은 피가 고여 있었다고 했소. 필딩은 즉시 앤과 올리를 불렀지. 그 시신이 인계된 어제 오후까지만 해도 죽은 남자의 코와 입에서는 피가 흐르지 않았다고 했소. 현장에도 피 한 방울 없었고. 그런데 이제 와서 피를 흘린다는 건, 부패가 시작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유체도 없어지지 않았다는 뜻이잖소. 남자의 시신을 덮어놓은 시트는 피에 흠뻑 젖어 있었고, 시신 주머니 안에도 피가 1리터는 넘게 고여 있는 것 같더군. 완전 엉망이 된 거지. 난 이제껏 죽은 사람이 그런 식으로 피를 흘리는 걸 본 적이 없소. 그래서 아무래도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긴 것 같으니, 직원들에게 입조심하라고 단속을 했지.” --- p.18~19

루시는 전체 계획이 없을 때는 직접 나서지 않으며, 아무리 극한 상황이라고 해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그 애는 내재적인 행동에 능하다. 이제껏 자기 자신일 때보다, 자기 자신이 아닌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훨씬 편안하게 여겼다. 일을 시작한 초기에는 항상 그랬다. 루시는 비밀 엄수에 능하고, 극적인 위험, 진짜 위험한 일을 할 때 활기를 띠곤 했다. 일이 위협적일수록 더욱 그랬다. 지금 그 애는 죽은 남자의 아파트에 구물이 된 로봇이 있다는 사실만 알려주었다. 다르파의 지원 아래 만들어진 모트라는 로봇으로, 한때 유골 운송용으로 쓰려고 만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전쟁터에서 시신을 치우는 기계식 죽음의 신이었다. 모트는 비인간적이고 부적절했기에, 나는 몇 년 전 모트의 사용을 격렬하게 반대했었다. 하지만 죽은 남자가 기이하게도 자기 아파트에 그 로봇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루시의 지금 같은 태도를 설명할 수 없다. --- p.83

나는 신체 도면 위에 남자의 사체가 완전히 차갑게 식은 시간을 오후 11시 15분이라고 기록한다. 사체의 검붉게 변색된 부분과 창백한 부분으로 보아 그 남자는 옷을 완전히 입고 있는 상태로, 팔을 양옆으로 가지런하게 손바닥을 아래쪽으로 한 채 똑바로 누워 있었다. 왼쪽 손목에 시계 자국, 왼쪽 새끼손가락에 반지 자국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죽은 지 열두 시간은 지났다.
시반, 혹은 사반이라고 알려져 있는 사후 혈액침체를 통해 여러 가지 사실들을 밝혀낼 수 있다. 가끔 잘못 해석할 때도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시반은 많은 정보들을 알려준다. 시반은 얼핏 외상으로 인한 타박상처럼 보이지만 실은 중력으로 인해 순환되지 못한 피가 작은 혈관들에 고여 있는 일반적인 생리학적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딱딱한 표면에 놓여 있던 시신 부위가 창백한 피부색에 농암적색이나 보랏빛을 띠는 것으로 나타난다. 어떤 상황에서 사망했어도 시신 자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p.152

나는 필딩이 나락으로 떨어질 때마다 그를 붙잡았다. 매번 점점 더 힘들어진다. 보기 싫고, 끔찍하다. 하지만 그 과정은 계속 반복된다. 나는 마치 걷지 못하는 아기처럼 잭 필딩이 고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내버려둘 수가 없다. 벤턴이 말했던 것처럼 이 드라마의 결말은 언제나 예측이 가능하다. 필딩은 법의학자가 되지 말았어야 했다. 그리고 그가 법의학자가 된 건 나 때문이다. 필딩은 1988년 봄에 나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때 그는 이 일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난 그에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내가 보여줄게요. 내가 가르쳐줄게요. 만일 필딩이 리치먼드에 오지 않았더라면, 나와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을 하며 평생을 보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의 직업이나 인생은 나와 관련된 것이 아닌, 그 자신만의 것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 p.210

지금 내 상태는 각성제도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빈속에 카페인만 느껴진다. 간헐적으로 욕지기가 나다가 허기를 느끼고, 그러다 아무 느낌이 없어진다. 한숨도 못 잔 덕분에 계속 두통이 난다. 어쩌면 진짜 머리가 아픈 게 아니라 몸이 기억하고 있는 두통일지도 모른다. 눈은 빠질 것 같고, 머릿속에는 여전히 남아 있는 의문점들과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아무도 기다리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기다릴 수가 없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필요하다면 경계선을 넘을 것이다. 그렇게 못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다른 사람들은 내가 세운 경계선들을 사방에서 넘어온다. 나도 그렇게 할 것이다. 어떻게 하는지도 알고 있다. 나는 혼자다. 혼자인 것보다 내가 변했다. 도버가 나를 변화시켰다. 나는 필요한 일은 무엇이든 할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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