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21세기 초반에 의료와 질병, 그리고 몸에 대한 사회문화적 차원을 이해하려는 학문과 연구에 서로 다른 이론적 관점을 연결시키려는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관련 현상에 대한 생생한 경험의 실증적인 증거를 제공하려는 연구들에 의해 지지되고 있으며, 이러한 경험과 지식을 만들고 제한하는 거시적인 정치적 과정에 대한 인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책은 의미가 재생산되는 장소로서 대중매체와 엘리트 문화에 대한 문화연구의 관심과 담론(어떤 현상에 대한 표현과 논의 방식)에 대한 후기구조주의적 관심, 그리고 실재의 실천과 개념 구성 면에서 담론의 역할 등을 주제로 채택하고 있다.
1장에서는 의료와 사회에 대한 주요 이론적 시각을 개괄한다. 여기서는 1950년대 이래 의료사회학과 건강과 질병의 사회학에서의 발전과 패러다임의 변화를 검토하기 위해 기능주의, 정치경제학적 관점, 사회구성주의와 푸코의 이론들을 논의한다. 의료인류학과 의료역사학의 공헌이 논의되고 문화연구와 담론 분석의 새로운 학제적 분야도 소개된다. 이 장에서는 이러한 하위 영역들과 학제적 영역들이 후기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운동의 출현으로 합류되고 있다는 점을 논의하고, 이러한 차이와 유사성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가 어떻게 의료, 보건 관리, 의사-환자 관계 등의 사회문화적 차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는지를 보여준다.
이후의 장들은 이러한 이론적 기초에 근거하여 문화로서의 의료에 대한 더 구체적인 차원을 검토한다. 2장에서는 서구 문화에서의 몸을 탐험하는 데 할애하여, 인문학과 사회과학에서 성적이고 성별화된 몸과 훈련된 몸, 깨끗한 몸, 상품화된 몸, 그리고 의과학과 공중보건 담론의 맥락에서 죽은 몸 등의 구성을 이해하려는 최근의 훌륭한 학자들의 통찰력을 살펴본다. 3장에서는 의료와 질병에 대한 지배적인 담론적 표현과 회화적 표현을 탐구하는 데서 언어와 시각적인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관심을 옮겨간다. 이 장에서는 문학과 대중문화에서의 질병과 죽음에 대한 묘사와 현재 지배적으로 사용되는 기계와 군대의 은유 체계, 면역 체계와 암에 대한 은유, 은유와 젠더 등을 포함하는 중세시대 이래 사용된 몸과 질병에 대한 은유의 변화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3장에서는 에이즈 환자들의 이미지와 몸의 내부에 대한 도해법, 정치적 행동주의 전략으로서의 문화적 분석의 사용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4장과 5장은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4장은 건강과 질병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점을 검토하고 있다. 이 장에서는 수백 년에 걸친 의학적 치료 양식에서 변화하는 ‘환자’에 대한 인식을 추적하고, 건강관리에 대한 환자의 경험에 대해 과학적 의학의 등장이 미친 영향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이 장에서는 ‘환자 역할’, 질병의 도덕적 차원, 질병에 대한 현대적 경험, 특히 병의원에서의 경험, 일반인들의 관점에서 의료기술이 질병의 원인에 대한 주관성과 신념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등을 살펴본다. 5장은 더 자세하게 의사와의 상호작용에서 권력 관계를 둘러싼 문제들을 다루고 의료의 지배, 의사-환자 관계, 환자의 의존성과 저항, 의료에서의 간호사의 위치, 환자와의 상호작용에 대한 의사의 시각 등을 둘러싼 최근의 이론적인 논쟁과 연구들을 살펴본다. 또한 이 장에서는 대안 치료(총체적인 치료)와 정통 의사-환자 관계에 내재되어 있다고 주장되는 문제에 대해 유효한 대안이라고 제시되는 자조 집단(self-help group)의 주장들을 검토한다.
마지막 6장에서는 생의학과 보건관리의 사회문화적 분석에 적용되어온 여성학을 검토한다. 이를 위해 이 장에서는 앞선 장에서 다루었던 몇 개의 이슈와 논쟁을 선택했다. 이 장에서는 부인과학이라는 전문분야의 발전과 역사적으로 여성의 몸이 구성되어온 방식에 대한 함의를 논의한 뒤, 보다 자세히 피임과 낙태, 월경과 폐경, 출산과 산전관리 기술, 인공적인 재생산 기술 등을 둘러싼 권력 투쟁과 담론적 규정, 이론적 논쟁들을 살펴보려 한다. 6장에 이은 간단한 결론에서는 이 책의 전반에 걸친 지배적인 주제와 논쟁을 상기시키고 의료·건강·질병에 대한 담론과 이미지에 대해 보다 정교한 사회문화적 인식이 대안적인 ‘시각’을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