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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우지

가마우지

홍종화 | 얼과알 | 2002년 06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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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86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5290547
ISBN10 8955290543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제가 죽음에 이르러서야 운명은 당신을 보내줬어요. 당신이라는 제가 도저히 품을 수 없지만, 품어보고 싶었던 사랑을 보내준 거지요. 이렇게 죽어 가는 그 순간에 제가 원하던 사랑을 얻을 수 있었으니 이 얼마나 큰 축복이에요. 오히려, 당신이 늦게 오셨기 때문에 죽은 후에도 내 마음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만약, 당신을 일찍 보내주었더라면 내가 그 사랑을 분별할 수 없을 거예요. 그래서, 운명은 참 현명한 것 같아요. 고귀한 사랑을 그대로 간직하게 하기 위해서 늦게, 하지만 너무 늦지 않게 당신을 보내준 거지요. 모든 게 다 감사할 일이에요.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당신이 혼자서 늦은 밤길을 걷고 있을 때, 너무 사랑이 그리워서 지친 어깨로 누군가를 찾아 헤맬 때 따스한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면 살며시 오른 팔을 왼쪽 가슴에 대고 걸으세요. 그 순간, 나는 당신과 팔짱을 끼고 걸으면서 섹스폰 소리를 들으며 당신이 상한 마음이 치유될 때까지 춤을 출 거예요. 그럼, 이만 가야하겠군요. 너무 늦었어요'
--- p.176
가마우지가 죽어 갈 때, 주인은 가마우지가 평생 먹고 싶었던 물고기를 먹여주거든요. 목이 막힐 정도로 큰 고기를 먹으면서 가마우지는 주인이 주는 술잔을 받아넘기며 이강의 시원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을 느끼며 그렇게 죽어 가는 거예요. 하지만, 가마우지는 주인을 원망하지 않아요. 오히려, 죽어 가는 그 순간에 주인과 헤어져야하는 그 이별을 아쉬워하죠. 저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죽음에 이르러서야 운명은 당신을 보내줬어요. 당신이라는 제가 도저히 품을 수 없지만, 품어보고 싶었던 사랑을 보내준 거지요. 이렇게 죽어 가는 그 순간에 제가 원하던 사랑을 얻을 수 있었으니
이 얼마나 큰 축복이에요.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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