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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비

찬비

보경 | 대명종 | 2008년 03월 0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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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3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398g | 153*224*30mm
ISBN13 9788951024436
ISBN10 8951024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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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찬비‘s
바람이 차다. 몇 겹이고 겹쳐 입은 옷을 아무리 꽉꽉 싸안아 보아도 서슬 퍼런 날을 세운 겨울은 뼈 속 깊숙이까지 차고 들어와 몸과 마음을 더욱 시리고 아리게 한다.
그저 두툼한 코트 한 벌이면 견뎌내겠다 싶은 날씨에도 춥다고 발버둥치는 내 몸은 겨울이면 늘 자잘한 소름들로 가득하다. 언제부터 이렇게도 추위를 타게 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희미한 옛 기억 속에 누군가의 따뜻한 손을 잡고 하얀 눈 위를 달렸던 기억이 있는 걸로 봐선 태어날 때부터 이 모양은 아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찬비야, 우리 찬빈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그럼 아빤, 찬비가 좋아? 엄마가 좋아?”
“아빤 당연히 우리 찬비가 더 좋지.”
“그럼 밤마다 엄마랑 안자고 찬비랑 잘 수 있어?”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진지하게 묻는 어린 찬비를 보며 아빠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찬비는 만족스럽게 웃으면서도 옆에 앉은 엄마의 눈치를 살핀다.
“아빠. 그렇게 쉽게 찬비가 더 좋다고 하면 엄마 삐져. 아빤 모르지? 엄마가 아빠 없을 때 찬비랑 아빠 랑만 사이가 좋다고 막 심술 내. 찬비 보러 아빠 도둑이래.”
아빠의 귀에 소곤거리며 종알대는 찬비가 얄밉다는 듯 눈을 흘기면서도 엄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세상 누구보다 곱고 예뻤던 엄마 그리고 너무도 멋지고 든든했던 아빠.
나는 그런 부모님 사이에서 모자란 거 없이 과분한 사랑을 받으며 자란 행복한 아이었다. 그저 너무 행복해서 어려움이나 고통 따윈 몰랐던 아이……
“복도 지지리 없는 년. 뒤지려면 다 같이 뒤지지. 어쩌자고 살아서…….”
중학교에 막 입학했을 무렵, 할머니의 말대로 나에겐 죽을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끔찍이도 날 아끼던 엄마가 나를 안고, 아빠는 엄마와 나를 온몸으로 감쌌다. 그래서 난 살아남았다. 비록 발목뼈가 으스러져 춥고 시린 비가 내리는 날이면 곧잘 절뚝이긴 하지만 어쨌든 난 살아남았다. 그 후부터 내 시간은 춥고 건조한 겨울 속에 갇힌 것처럼 항상 적막하고 차가웠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아나가야 하는 삶이기에 나는 쳇바퀴를 굴려대는 쥐처럼 그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모든 것을 희생하고 부여받은…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삶이기에…….

진유‘s
‘진유야. 지금까지 멋지고 좋은 아들로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그리고 미안. 엄마 외롭지 않게 늘 지켜준 우리 아들, 이렇게 혼자 두고 가야해서. 정말 미안하다.’
8월의 끝자락 장맛비가 내리는 창문을 바라보는 진유의 입술 사이로 안개 빛 담배 연기가 가느다랗게 뱉어졌다. 한숨이 실린 연기가 무겁게 사라지자 진유는 창문의 블라인더를 닫아버렸다.
생의 마지막을 지독히도 싫어하던 여름에 끝내고 떠난 어머니는 사는 동안은 웃음에 인색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마지막 순간엔 그렇게도 아름답게 웃었는지, 마치 슬픔으로 가득했던 이곳의 기억들을 완전히 잊은 사람 같았다. 약하고 불안정했지만 그만큼 여리고 아름다웠던 사람. 하지만 지독한 슬픔과 외로움을 병으로 만들어 세상을 등진 참으로 아픈 사람.
약하지만 따뜻했던 어머니를 나는 사랑했다. 오로지 나만이 어머니를 지킬 수 있어서, 세상에서 오직 나, 정진유라는 아들에게만 흔치 않은 미소를 보여주던 어머니와 함께여서 나는 행복했다. 하지만 너무도 깊이 자리한 외로움이 병이 되어 어머니를 한줌씩 잡아먹어가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끈적끈적한 여름의 비가 내릴 때면 어머니를 잃은 지 한참이 지난 지금도 묵직하게 가슴이 저리다.
아마 앞으로도 꽤 오랜 시간, 아니 어쩌면 평생… 나는 이런 아픔을 가슴에 안고 살아야 할지 모른다.

부드러우면서도 클래식한 분위기가 겉도는 커피숍에 앉은 진유는 맞은편에서 열심히 재잘거리는 여자를 보며 옅은 한숨을 뱉었다. 그냥 잠시 놀고 말 사이인데 뭘 그리도 알리고 싶은지 여자는 벌써 한 시간째 자기 얘기를 줄줄 늘어놓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 집은… 오빠. 듣고 있어?”
창밖으로 옮겨지는 시선을 눈치 챘는지 여자는 자신의 얼굴을 바짝 들이 밀었다. 순간 진한 향수와 화장품의 역한 냄새에 진유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만 가자. 비도 내릴 것 같은데.”
잔뜩 찌푸린 하늘이 금세라도 빗줄기를 쏟아낼 태세였다. 비가 오는 날, 특히나 여름의 끈적끈적한 비는 진유에게 그리 기분 좋은 존재가 아니었다.
“비? 정말 비올 것 같네. 나 비오면 어쩐지 센티해지더라. 오빠 우리 어디가? 바로 호텔로 가는 거야?”
첫 만남이 술에 취해 쉽게 이루어졌던 탓인지 아니면 제멋대로인 그의 성격 탓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진유는 눈앞에 있는 여자가 지겹고 귀찮았다.
“어! 비오네.”
여자의 말처럼 한 두 방울의 비가 통유리 벽을 치더니 금세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오빠 얼른 나와.”
어느새 커피숍을 나가 요란한 우산을 펼치고선 여자를 보며 진유는 낮은 한숨을 뱉었다. 더 귀찮아지지 않으려면 저 여자와는 오늘이 마지막이 돼야 할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좀 들어갈게요.”
비에 흠뻑 젖은 찬비는 문 앞에 서있던 진유를 스쳐 커피숍 안으로 들어갔다. 별 생각 없이 밖으로 나서려던 진유는 순간 코 가를 스치는 청아하면서도 달큰한 향에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잔뜩 젖은 머릿결을 털어내던 찬비 역시 낯설지만 어쩐지 묘한 느낌에 진유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잠시 찬비 쪽을 바라보던 진유는 이미 요란한 우산 속으로 사라진 후였다.
그렇게 거세게 쏟아지는 장맛비는 여름의 끝을 알리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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