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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예뻤다

엄마는 예뻤다

: 김하인 산문집

김하인 | 예담 | 2008년 03월 0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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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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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8년 03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14쪽 | 362g | 148*206*20mm
ISBN13 9788959132850
ISBN10 895913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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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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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치원에 다니던 그 무렵, 우리집에선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는 조그만 공장을 했다. 기술자로 대구에서 두 명의 아주머니가 온 그 다음날부터 작업장이 가동되었다. 빨간양철지붕집의 안주인인 엄마의 역할은 그 두 아줌마의 시다발이였다. (……) 엄마는 군소리 한마디 없이 그녀들의 잔수발을 들었다. 물론 그녀들의 일이 빨라질수록 우리집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엄마의 진짜 속셈은 그녀들에게서 실 뽑는 기술을 배우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매정하게 거절당하고 나서 얼마 후 두 기술자가 쉬던 날, 엄마는 기회는 이때다 싶었던 듯하다. 그동안 곁눈질로 기술자들의 작업 과정을 충분히 익힌 뒤 혼자 그 기술을 터득해볼 요량이었다. (……) 그러나 뜨거운 물에 손가락을 집어넣은 순간 엄마는 ‘앗! 뜨거!’ 하는 단말마적 비명소리와 함께 손을 허공으로 번쩍 쳐들었다. 작업장 밖으로 터져나오는 엄마의 비명 소리는 한두 시간도 넘게 계속되었다. (……) 친구네 집에서 놀다가 어둠이 내릴 무렵 돌아온 나는, 누군가 흐느껴 우는 소리를 들었다. 가서 보니 엄마였다. 엄마는 우물가에 찬물을 가득 받아놓은 고무 다라이에 두 손을 담근 채 흑흑흑 소리내어 울고 있었다. (……) 엄마가 열 손가락을 데어 한 달이 넘게 쓰라려하고 괴로워하게 된 것이 어디 단순한 욕심으로만 치부할 것이며, 어리석음으로만 웃어 넘겨버릴 일인가. 어쩌면 엄마는 고치가 둥둥 떠다니는 그 펄펄 끓는 물에 자신의 열 손가락을 담궈 다섯이나 되는 자식들의 길을 건져내고 싶으셨을 것이다.
--- <명주> 중에서

유치원 시절, 어느 비 내리던 여름날 오후 우리집으로 온 충호가 커다란 사각 지우개 모양의 흰 포도당 두 개를 주머니에서 꺼내 내게 불쑥 내밀었다. 그 시간 때 아버지 엄마는 집에 없었고, 외할머니만이 안방에서 곤히 주무시고 계셨다. (……) 우리는 외할머니가 깨지 않도록 조심하며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부엌으로 들어갔다. (……) 내가 포도당을 젓가락으로 돌리자 충호도 자신이 돌려보겠다며 앉은걸음으로 연탄불 가까이 다가오다가 근처 부뚜막 위에 있던 커다란 주전자를 탁 찼다. (……) 나는 기절하진 않았지만 갑자기 땅벌이 몇 마리 달겨들어 배를 쏜 것처럼 배가 쓰리고 아파오자 그 즉시 큰 울음을 터뜨렸다. 아궁이 구멍을 통하여 아주 강력하고 뜨거운 스팀 연기를 직방으로 맞은 내 배는 배꼽을 중심으로 주전자 뚜껑만 한 벌건 원이 물들어 있었다. (……) 할머니는 솜에다가 푸른 잉크를 묻혀 벌겋게 화상 입은 내 배의 동그란 자국에 칠하기 시작했다. “막둥이 니는 불이 바다에 던져지면 금방 꺼지는 거 잘 알지러? 바다가 시퍼런 색인지도 잘 알지러?” (……) 엄마는 올록볼록 맹꽁이배처럼 변한 내 배를 보고 눈물을 옷소매 끝으로 연신 찍어냈다. 엄마는 화상이 남을지도 모를 내 배에 정성을 쏟았다. 내 배가 아물 때까지 열심히 화상 연고를 바르며 눈을 감고 중얼거리는 기도를 빠뜨리지 않았다. 그때마다 즈려감은 엄마 눈가에 물기가 스며나와 반짝거렸다.
--- <포도당> 중에서

내가 목욕탕에 처음 가본 것은 10살 때 한겨울이었다. 하지만 기억컨대, 초등학교 시절 그 한 번의 목욕탕이 내게 있어 처음이자 마지막 목욕탕이었다. 봄하고 가을 때는 목욕을 한 기억은 별로 없고, 여름엔 우물이나 펌프 물이 쏟아지는 곳이 내 야외 목욕장이었다. 엄마는 한사코 발가벗지 않으려는 내 손목을 잡아끌어서라도 그득히 물 받아놓은 커다란 방티에 날 처박았다. (……) 엄마와 관련된 내 진정한 목욕은 겨울철의 목욕이었다. 엄마가 부엌의 커다란 가마솥을 청소한 뒤 물을 가득 채워넣고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펴넣는 그날은 우리 가족들의 단체 목욕날이었다. (……) 엄마는 목욕에 한해선 아픔을 봐주는 법이 없었다. 내 발바닥까지 때수건으로 벅벅 문지르고 나서야 엄마는 허리 한번 길게 펴고는 내 머리칼에다 더운물을 들이부었다. (……) 대장정인 나의 목욕이 끝날 때면 엄마의 웃옷은 내가 텀벙거리며 튀긴 물기와 흘린 땀으로 인해 흥건히 젖어 있었다. 엄마가 발가벗은 나를 안아 부뚜막 위에 올려놓을 때는 엄마에게선 언제나 진한 땀냄새가 났었다.
--- <목욕> 중에서

갱시기는 경상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서민 음식이다. 김치를 숭숭숭 썰어넣고 콩나물 집어넣고 식은 밥 한 덩이를 넣고 마른 멸치 열댓 개 넣고 냄비뚜껑 처닫고 강한 화기에 그냥 퍽퍽 끓여내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울 엄마는 제일 마지막에 한 가지를 더 넣는다. 밀가루를 한 그릇 정도 찰기 있게 물에 갠 뒤 펄펄 끓는 갱시기에 젓가락 한 개로 빠르게 수제비를 삐져넣는 것이다. 엄마는 비오는 날에만 갱시기를 끓이는 게 아니라 국이나 반찬에 신경 써야 하는 게 싫으면, 그러니까 툭하면 갱시기를 끓여냈다. (……)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음식이 바로 이 갱시기였다. 우선 음식은 눈으로 먼저 먹는다지 않던가. 그런 점에서 갱시기는 군데군데 콩나물과 김치 쪼가리, 수제비가 떠 있는 불그죽죽한 돼지죽이다. (……) “안 먹어! 엄마 혼자 다 먹…….” 나는 씨근덕거렸던 그 말을 다 뱉을 수가 없었다. 엄마가 치마 주머니를 뒤지더니 지폐 한 장을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 <갱시기> 중에서

6, 7월이 되자 엄마는 가꾸어낸 밭작물을 본격적으로 수확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서너 번, 그러니까 엄마는 이틀에 한 번씩 수확한 채소를 리어카에 가득 싣고 점촌 상시 시장에 팔러 갔다. (……) 학교를 일찍 끝마치고 오는 토요일인 경우에는 나 또한 엄마 일을 도왔다. (……) 시장거리를 지나다니는 많은 사람들. 특히나 눈길을 끄는 여자들…… 여기는 참 예쁜 옷 입은 여자도 많고 분 바른 고운 여자도 많이 사는구나, 나는 엄마와 같은 나이대면서도 엄마와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옷차림새와 얼굴의 아줌마들을 쳐다보고 또 쳐다보았다. (……) “엄마,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남들은 우리집이 부자라는데…….” “니는 아즉 어려 모른다. 서울에서 대학교 다니는 니 큰형 한 사람한테만 해도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간다꼬. 내가 구냥 밥만 하고 집에 포시랍게 들어앉아 있어만 봐라. 그야말로 택도 없데이. 니 아부지가 무슨 사업체나 번듯한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구.”
--- <리어카> 중에서

6학년 1학기가 끝나는 시점에 엄마는 나의 전학 수속을 밟았다. (……) 엄마는 전날부터 대구에서 자취하는 두 형들과 나를 위해 여러 종류의 반찬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 우리가 탈 기차는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호였다. 그러나 비둘기호는 칙칙폭폭 낭만적인 휴식과 평화로운 여행이 함께하는 공간이 아니고 전쟁터였다. 객차 안은 물론 칸과 칸 사이까지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서 기차에 올라타는 것 자체가 만만찮았다. (……) “엄마! 우리 버스 탈걸 그랬다. 그러면 이 고생 안 해도 되는데!” “인석아, 그거야 돈 아낄려고 그런 거제. 아마도 버스비가 기차비보단 두 배는 더 들껄. 안그렇습니껴, 아줌씨?” (……) 엄마는 볼이 퉁퉁 부은 나를 올려다본 뒤 비닐봉지에 싼 찐 계란을 꺼내 까기 시작했다. “자, 먹어!” “안 먹어. 내가 거지야? 이런 데서 앉아서 먹게?”
--- <비둘기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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