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격은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성이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당신은 누군가와는 잘 지내는 데 반해 또 다른 누군가와는 그렇지 못한다. 같은 연령대, 같은 인종, 같은 성별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필자 역시 겉으로 보기에는 나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 같은데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은 정상이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자신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물론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타인들이 자신과 다르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이해해야만 보다 행복하게 생활하고 일하고 즐기며 사랑할 수 있다. 나와 다른 점이 많은 사람일수록 신경이 거슬릴 때도 많겠지만,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각을 보다 온전하게 만드는 데 있어 그만큼 더 필요한 존재인 것이다. 모두 비슷하게만 생각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팀을 생각해보라. 이들은 서로 부딪히는 일 없이 원만하게 일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가끔씩 충돌을 겪으며 그 과정을 통해 창의적 활기를 이끌어내는 팀에 비해 능률적이지 못할 수 있다. 모든 유형의 성격에는 장점과 약점이 있게 마련이다. …
--- pp.8~9
… 마르코와 재닛은 둘 다 화학공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같은 제약회사에서 첫 직장을 얻게 된 그들은 부사장 직속 마케팅 부서에 배치되었다. 몇 달 후 두 사람은 처음으로 전문학회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그 결과는 참담했다. 부사장은 마르코와 재닛이 그곳에서 인맥을 쌓고, 제약업계의 다양한 회사들에게 자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향후 비즈니스 관계 발전을 위한 저녁식사 약속을 마련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들은 행사장을 서성이며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 고작일 뿐 누구에게도 말을 걸어보지 못했다. 둘 모두 내향적인데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생이었다는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그들은 부사장의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결국 그들은 기술적 측면에서는 높은 성취도를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업무 중간평가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듬해 개최된 학회에는 ‘수재너’라고 하는 동료직원이 동행했다. 수재너는 매우 외향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전형적인 내향형인 마르코와 재닛은 참석자의 명단을 입수하여 그들의 배경과 전문분야를 조사하는 등 철저한 사전준비를 했다. 학회 당일 마르코와 재닛은 어떤 참석자를 볼 때마다 수재너에게 “저 사람이 마이클 알렉산더야. 얼마 전에 제약 관련 잡지에 새로운 마케팅 기법에 대해 기고했어”, “저 사람은 웬디 퍼터맨이란 사람이야. 메가 제약의 부사장인데 작년에 쌍둥이를 낳았다지?” 하는 식으로 그들에 대한 정보를 알려줬다. 그러면 수재너는 그들에게 다가가 그 정보를 바탕으로 대화의 말문을 텄다. 일단 이야기가 무르익자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숙지하고 있는 마르코와 재닛 또한 어려움 없이 대화에 동참할 수 있었다. 마르코와 재닛 그리고 수재너, 세 사람은 훌륭한 팀을 이루었으며, 그 해에는 부사장이 원하던 바를 충실히 수행해냈다. …
--- pp.34~36, 제1장 태양에서 온 사람들 - 외향형 vs 내향형 중에서
… 행동형 동료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사고형 사람은 쉴 새 없이 바삐 돌아가는 업무활동에 대한 압박감으로 인해 지칠 대로 지쳐 좌절을 겪게 마련이다. 버젓이 정해져 있는 휴식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잠시나마 숨을 돌릴라치면 눈치가 보이며, 항시 시간에 쫓기듯 일해야 한다. 또한 준비가 채 되지 않은 사안들에 대해 서둘러 결정을 내리도록 종용받는가 하면, 스스로 생각하기에 미처 만족스러운 수준에 이르지 못한 기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더구나 마감까지 아직 한참이나 남아 있는 프로젝트마저 그런 식으로 성급하게 진행해야 할 경우에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좀 더 시간적 여유를 두고 심사숙고해서 업무를 진행한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심지어 퇴근시간이 되어 집에 갈 채비를 하고 있는데, “자, 이제 어디 비어있는 회의실을 하나 잡아서 다음 주 회의 안건에 대해 이야기해볼까?”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야말로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그와 같은 상황에 대처하는 데 있어 최선의 방식은 바로 ‘선제공격’이다. 향후 진행될 프로젝트는 무엇이고 어떤 사항에 대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미리 확인해두었다가, 그와 관련된 회의가 있기 전까지 충분히 검토하고 심사숙고하여 나름의 기획을 마련하라.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준비한 풍성한 자료들에 대해 우쭐해질 것까지는 없다. 행동형 동료들은 그 모든 자료를 필요로 하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그보다는 그들의 방식에 맞추어 토론에 참여할 때 보다 바람직한 동료로 비춰질 수 있다. 이처럼 적절한 사전작업을 해둠으로써 행동형 동료들과 함께 일하면서 느끼는 좌절감을 완화시킬 수 있으며, 회의석상 등에서 행동형 동료들의 성향에 맞추어 적극적인 행동을 보임으로써 그들의 호감을 얻을 수 있다.
또한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 한 퇴근시간이나 휴식시간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매번 그러지는 못할지언정 때로는 동료들과 시간외근무를 함께 하는 것도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내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가 채 마무리되지 않아 회의를 하느라 전원이 야근을 해야 할 경우, “저는 좀 곤란한데요. 어쨌든 퇴근시간이 지났잖아요.” 혹은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집에 가서 좀 쉬어야겠어요.” 하고 휙 가버리는 동료를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함께 야근을 하지는 못할지라도 행동형 동료들에게 보다 호감을 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어쩌죠? 저도 함께 마무리를 짓고 가고 싶기는 한데 저녁에 중요한 선약이 있어서요. 회의에서 결정되는 사항은 내일 저에게도 꼭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하는 식으로 이야기한다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여유를 확보하는 동시에 팀 내에서의 입지에 큰 손상을 입는 일도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런 방식을 지나치게 자주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
--- pp.77~79, 제2장 수성의 메신저 - 사고형 vs 행동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