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함께 걷는 길
열일곱 살이 되던 해, 나는 베트남의 한 사찰에 기거하며 수행의 첫해를 보냈습니다. 그때 수행자로서 꼭 알아야 할 여덟 가지 깨달음에 대한 말씀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암기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6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나는 여전히 이 두 가지 안에서 내 수행의 길을 환하게 밝혀줄 등불을 찾습니다. 그것은 수행자에게만 필요한 깨달음이 아니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많은 것과 부딪히며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이에 60년 세월의 수행 끝에 깨닫게 된 깨달음과 행복의 의미를 찾고 발견하는 것만이 진정한 삶의 보물을 갖는 것임을 이 책을 통해 전 세계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1978년에 나는 남중국해로 배를 타고 탈출한 베트남 난민들을 구조하는 일을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처음 수행할 때 암기했던 이 여덟 가지 깨달음에 대한 말씀을 여러 사람과 함께 베트남어로 옮겨 작은 책자에 담았습니다. 이 넓고 넓은 세상 어딘가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자 사투를 벌여야 하는 동포들을 돕기 위해서 였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 이 책에 담긴 말씀과 이야기를 되새겨보면 그 내용들이 그들만이 아닌 서양에서 살아가는 아니,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어떠한 경험을 했던지 우리는 누구나 행복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일상의 삶이 이루어지는 지금 이 순간, 바로 이곳에서 말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와서 행복하고,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생에 보물을 얻고 가는 것입니다. 이 책은 제가 여러분에게 드리는 보물입니다.
여기 있는 수천 년의 세월을 간직한 말씀과 이야기들이 진정으로 당신의 삶과 어우러진다면, 당신 안에서 길고 긴 세월을 건너 온 말씀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나 비로소 가슴으로 이해되는 아름다운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몸과 마음이 가장 편안한 순간에, 여러분이 이 책과 만날 수 있기를 빕니다. 따뜻한 물로 목욕을 마치고 난 뒤, 여유롭게 책장을 펼쳐들어도 좋을 것입니다. 작은 초를 켜거나 향을 피워서 방안에 은은한 불빛이나 향기가 감돌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이 책을 천천히 음미하듯 읽으며 그 안에 담긴 깊고 깊은 의미를 찾아보십시오.
이 말씀과 이야기들을 거듭해 명상할수록, 그 안에 담긴 심오한 지혜들을 더 깊이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 책에 담긴 두 가지의 이야기 보물들은 서로 함께 있어야 더욱 빛나게 됩니다. 한 장 한 장 나누어 읽을 수도 있으나 말씀과 이야기들이 함께 있을 때, 깨달음과 행복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과정을 보다 실용적이고도 상세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까닭입니다.
당신에게 참된 보물은 무엇입니까. 오랫동안 천천히 음미하며 이 책에서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2006년 7월 틱낫한
--- 저자의 글 중에서
진정한 보물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래를 꿈꾸며 오늘을 삽니다.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위해 오늘, 지금 이 순간을 희생하는 사람들은 앞만 보며 달려가는 탱크와 같습니다. 그들은 삶을 전쟁으로 받아들이고, 그 삶의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하는 소중한 가치들을 무참히 짓밟아버립니다. 그런 현대인들에게 틱낫한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당신이 서 있는 바로 이곳에서 행복을 느껴보십시오. 그리고 당신 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을 바라보십시오. 그 느낌과 그 눈길이 당신이 그토록 찾아 헤맨 진정한 삶의 보물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60여 년이라는 긴 수행 동안의 깨달음. 그리고 금세기에 살아있는 부처로 칭송받는 틱낫한.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는 그런 틱낫한 스님이 현대인들에게 선물하는 보물입니다. 나와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나’와 ‘너’가 만들어낸 시간과 공간 모두를 사랑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기에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지금 내 삶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모든 것에는 인연의 법칙이 작용한다고 합니다. 지금 내 손에 있는 이 책을 만난 것도, 이 책을 번역하여 세상에 내놓은 것도, 그리고 지금 이렇게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을 만난 것도 모두 인연이라는 끌어당김의 법칙이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인연, 이 순간의 인연이 이토록 소중한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언젠간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소중한 인연을 잘 가꾸고, 행복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틱낫한 스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 옮긴이의 글 중에서
모든 것은 세상에 잠시 다녀가는 손님입니다. 그러니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모두가 한순간에서 또 다른 한순간으로 덧없이 흘러갈 뿐입니다.
모든 것이 공허하기에, 사물에 집착을 하면 할수록 그 공허함에 아픔을 느끼게 됩니다. 고통은 공허함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행복이란 몸과 마음이 온전히 평화로운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는 소박한 바람을 지닐 때만 가능한 것이지요. 지극히 소박한 소망을 가지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를 향한 위대한 첫걸음입니다.
진흙 속에서 피어났으나 여전히 순수하고 맑은 연꽃과 같은 삶을 이어나가야 합니다.
선하고 현명하며 따뜻한 마음을 지닌 벗을 곁에 두는 것은 크나큰 축복입니다. 자기 안에 그리고 자기 주변에 건강함이 자리할 수 없다면 우리는 결코 행복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곳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평안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까닭입니다. 자기만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입니다. 자기 앞에 펼쳐진 옳은 길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기쁨을 맛볼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두려워하거나 혼란을 느낄 이유가 없어지는 까닭입니다.
가장 고귀한 형태의 관대함은 신을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두려움을 갖지 않는 마음입니다. 다시 말해, 삶을 두려움 없이 대할 수 있는 의지와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평안을 나누는 것입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사는 방법을 배워야만 합니다. 단순하게 살면, 더 많은 시간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삶의 수많은 경이로움과 소통하는데 그 시간을 쓸 수 있게 됩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