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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과 용
1807년 유럽, 아프리카 지도 제1부 제2부 제3부 시포 출루카 들라미니의 <츠와나 왕국 간략사> 전3권에서 발췌 (1838년) 지은이의 말 옮긴이의 말 연대표 |
Naomi Nov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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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마당으로 나온 그는 최근 공작 작위를 받은 넬슨 경을 보고도 침울한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정복을 갖춰 입은 넬슨 경은 피부에 붙어 있는 메달들로 한층 위엄 있게 보였다. 그 메달들은 트라팔가르 전투에서 불을 뿜는 스페인 용이 넬슨이 타고 있던 기함에 불을 붙였을 때 그 열기로 살에 녹아 살에 달라붙은 것이었다. 당시 넬슨은 심각한 화상을 입어 살아날 가망이 거의 없었고 초기에는 사망한 것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으나 다행히 부상을 극복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렌스는 많이 회복된 넬슨의 모습을 보자 반가웠다. 턱에서부터 목을 지나 외투의 목깃 안쪽으로 불그스름한 화상 자국이 보였지만 넬슨 경은 전혀 개의치 않고 그를 둘러싼 몇몇 장교들에게 성한 한쪽 팔을 활기차게 흔들며 얘기를 하고 있었다. --- p.102
흥분한 이스키에르카는 몸을 똘똘 말고 앉아 있었고 야생용들과 테메레르도 숲 너머로 목을 길게 빼고 구경했다. 제인은 모자를 겨드랑이 아래 끼우고 어린 카지리크 용을 단호한 눈길로 바라보며 말했다. “흠, 이스키에르카. 네 비행사에게 들으니 네가 이제 정식 복무를 할 때가 되었다고 하더구나. 그런데 네가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던데 어찌 된 일이지? 명령을 따르지 않는 용을 전투에 내보낼 수는 없어.” “아!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나도 누구 못지않게 명령을 잘 따를 수 있다고요. 그런데 아무도 내게 멋진 명령을 내려주질 않아요. 싸우지도 말고 그저 얌전히 앉아서 하루 세 번 꼬박꼬박 먹이를 먹으라고만 하고. 멍청한 소는 더 이상 먹기도 싫어요!” 이스키에르카는 우울하게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야생용들은 자기네에게 소속된 장교들의 입을 통해 방금 이스키에르카의 말을 전해 듣고는 소가 싫다니 말도 안 된다며 나지막하게 웅성거렸다. 잠시 후 그 웅성거림이 잦아들자 제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린 재미있는 명령뿐만 아니라 따분한 명령에도 따라야 해. 네가 말을 잘 들을 때까지 그랜비 대령이 언제까지고 이 공터에 죽치고 앉아 기다려줄까? 아마도 테메레르에게 돌아가서 전투에 참여하려고 하겠지.” 그러자 이스키에르카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면서 마치 용광로처럼 가시돌기에서 수증기를 쉭쉭 뿜어냈다. 그리고 온 몸으로 그랜비를 두 번 칭칭 감았다. 그랜비는 찜통에 들어간 바다가재처럼 푹 삶아질 처지가 되었다. 이스키에르카는 그랜비에게 애원했다. “나를 떠나지 마! 안 떠날 거지, 그렇지? 나도 테메레르처럼 잘 싸울게. 그리고 아무리 멍청한 명령이라도 따를 거야.” 그리고 이스키에르카는 서둘러 단서를 달았다. “재미있는 명령도 같이 내려주기만 한다면.”--- p.130 “너 돌아왔구나. 중국은 재미있었어?” “어, 응. 그래. 하지만 너희들 모두 아파 누워 있는데 나만 여기 없었던 게 마음에 걸려. 정말 미안해.” 테메레르는 이렇게 말하고는 비참하게 머리를 푹 숙였다. “그냥 감기인데 뭘.” 막시무스는 또 다시 한 바탕 기침을 한 후 아무렇지 않게 덧붙였다. “곧 다시 건강해질 거야. 분명해. 그저 좀 피곤한 것뿐이야.” 막시무스는 도로 눈을 감고 혼수상태에 빠지듯 다시 잠이 들었다. 날갯짓 소리에 깨지 않도록 테메레르는 날아오르는 대신 조용히 공터 밖으로 걸어 나갔다. 버클리는 로렌스를 공터 밖까지 데려다주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리갈 코퍼들이 제일 지독하게 앓고 있습니다. 빌어먹을 체중 때문이지요. 식욕이 떨어져 통 먹질 않으니 근육을 지탱할 수가 없고 그러다가 호흡까지 불가능해지는 겁니다. 이미 이 병으로 리갈 코퍼 네 마리가 죽었습니다. 치료약을 찾아내지 못하면 라에티피캇도 다가오는 여름을 살아서 맞지 못할 겁니다.” 라에티피캇보다 막시무스가 먼저 가진 않겠지만 곧 뒤따라 죽게 될 거라는 말은 굳이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당연한 수순일 테니까. 테메레르가 힘주어 말했다. “우린 치료약을 찾아낼 겁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반드시요." --- p.173 황금빛이 도는 구리색 몸통, 고귀한 보라색 줄이 날개 안쪽에 들어가 있는 암컷 용이었다. 그 용은 십자군 전사처럼 전투 복장을 착용했다. 다른 부위에 비해 취약한 넓은 가슴에는 두꺼운 강철판을 댔고 복부에는 촘촘한 사슬 갑옷을 걸쳤으며 척추를 따라 돌출된 각 돌기와 발톱에는 쇠 덮개를 씌었다. 그 쇠 덮개에는 군데군데 피가 묻어 있었다. 한나는 로렌스에게 저 용이 바로 이 부족을 다스리는 모카찬 왕이며 저 젊은 남자는 모카찬 왕의 맏아들인 모슈슈라고 알려주었다. 암컷 용인데 여왕이 아니라 왕이라고? 로렌스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 용이 바로 앞에 앉았기 때문에 로렌스는 그 용의 성별이 암컷이라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었다. 모카찬 왕은 스핑크스처럼 허리를 세우고 앉아 옆구리에 꼬리를 가지런히 가져다 대고는 차가운 호박색 눈으로 로렌스를 내려다보았다. 모슈슈 왕자는 부하가 가져온 나무 의자에 착석했다. 케펜체는 존경의 뜻으로 머리 숙여 절을 한 뒤 로렌스 일행을 여기까지 잡아 오게 된 경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케펜체는 로렌스 일행이 재배 중인 약재를 훔쳤다고 고했는데 그것은 사실 미미한 죄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큰 죄는 로렌스 일행이 자기네 조상들을 이끌고 왕의 영토를 침범했다는 점이었다. --- p.3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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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침공에 대비해 해안을 지키고 있던 영국공군 소속의 용들과 비행사들에게 비극적인 일이 발생한다. 발병원인은 물론, 치료법조차 알 수 없는 전염병이 고귀한 용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병에 감염된 용들은 격리구역에 수용된다. 현재 영국에서 그 병에 걸리지 않은 용은 테메레르와 새로 영국 공군에 들어온 야생용들뿐. 프랑스 공군의 훨씬 대담해진 단기 출격에 맞설 수 있는 용들도 이제 그들밖에 없다. 나폴레옹의 용들은 쉴 새 없이 영국 군함들을 괴롭히고 있다.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테메레르와 윌 로렌스 대령은 이 괴상하고 치명적인 전염병의 치료약을 찾기 위해 지체할 여유없이 아프리카로 출발한다.
그 여행은 인간과 용의 본질적 문제를 향한 여행이기도 하다. 한편, 승전을 거듭해온 나폴레옹의 군대는 영국 해협을 건너오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데……. 아프리카의 숨막히게 아름다운 대자연 풍광, 신처럼 인간을 지배하는 아프리카 용들, 전염병 치료약인 신비의 약재와 그 치료약을 획득하는 과정 등 스릴있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한가득 펼쳐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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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들이 지배하는 태고의 땅 아프리카 대모험!
중국, 이스탄불, 프러시아를 거쳐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 테메레르와 로렌스 일행은 이제 태고의 땅 아프리카로 향한다. 영국의 국방을 짊어진 영국 공군소속 용들 사이에 죽음에 이르는 정체 모를 전염병이 돌자 테메레르와 그의 비행사 윌 로렌스 대령 일행이 그 병의 치료약을 구하고자 다시 머나먼 여행길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일전에 중국을 향해 머나먼 항해길에 올랐던 테메레르가 이 전염병과 비슷한 증세로 고생하던 중 아프리카 대륙에서 섭취했던 약으로 치유되었던 것을 떠올리고,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출발한다. 그러나 식민의 땅이자 치유의 땅인 아프리카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새로운 임무를 띠고 날아가는 아프리카 대여정, 그것은 인간과 용의 본질적 문제를 향한 여행이기도 하다. 나폴레옹 전쟁사를 새로 쓴다! 본격적인 대체역사의 세계를 보여주는 신선한 판타지 전세계 독자들을 열광시킨 테메레르 시리즈 제4권 《상아의 제국》은 독자들의 예상 범위를 완전히 뛰어넘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의 궤도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대체 역사 세상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실제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전사한 넬슨 제독은 이 소설에서 부상을 극복하고 살아나 ‘노예무역’을 찬성하는 편에 섬으로써, 테메레르 및 윌버포스의 정적으로 등장한다. 또한 토착 용을 보유한 아프리카 왕국이 등장하면서 노예무역의 역사도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실제로 서구 열강의 폭력에 무자비하게 희생되었던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이 소설에서 토착 용들의 지원으로 백인들을 몰아내고 주체적으로 왕국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서양 세력에 의해 무너진 것으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잉카와 마야 문명도 이 소설에서는 스페인 인들에게 정복당하지 않고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올바른 정치인의 귀감 윌리엄 윌버포스 및 나폴레옹의 등장 테메레르 시리즈 2권과 3권에 잠깐 언급되었던 윌리엄 윌버포스는 4권 1부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21살의 나이에 하원의원에 당선되어 평생 노예무역제도 폐지와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몸 바쳐 일한 윌버포스는 오늘날까지도 ‘영국의 양심’이라 불리며 올바른 정치인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도 만들어졌는데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바로 그것이다. 노예무역제도 폐지론을 주장하는 윌버포스는 용권(龍權) 신장론을 주장하는 테메레르와 4권에서 정치적 동맹 관계를 맺게 된다. 영국 용들이 노예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테메레르는 윌버포스와의 동맹을 통해 용들의 생활과 처우를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폴레옹은 3부에 직접 등장하여 튈르리 궁전에서 로렌스와 긴밀한 얘기를 나눈다. 나폴레옹은 독재자의 면모를 얼핏 보이기도 하지만 포로가 된 적의 명예까지도 존중할 줄 아는 통 크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대단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주인공 로렌스가 영국인이라는 이유로 나폴레옹을 끝까지 악한 인물로만 묘사했다면 소설이 매우 단조로워졌을 텐데, 나오미 노빅은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이야기를 다채롭게 이끌어가고 있다. 용을 공군으로 쓰는 유럽, 용이 인간과 동등하게 살아가는 아시아, 용을 섬기는 대륙 아프리카! 유럽 용들은 공군에 소속되어 정부로부터 군함과 다를 바 없는 대우를 받으며 살고 있다. 문화생활은 전혀 없이 권리를 주장할 줄도 모르고 자신들이 그보다 나은 대접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다. 반면, 아시아 용들은 인간과 동등하게 살아간다. 신분이 높은 용도 있고 낮은 용도 있으며 각자 직업을 갖고 일을 해서 벌어먹고 산다.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것은 물론이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비행사와 평생 유대관계를 맺고 살아가지만 보다 주체성이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아프리카 용들은 환생이라는 풍습을 통해 자손인 인간들을 보호하고 돌보는 조상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아프리카 남부를 지배하는 츠와나 왕국의 왕은 인간에서 환생한 용 모카찬이다. 물론 아프리카의 모든 부족이 그런 풍습을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에 언급된 부분만 보자면 아프리카 용들은 유럽이나 아시아의 용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위대한 목표를 위해 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로렌스와 테메레르 <상아의 제국>에서는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로렌스의 고결한 인품을 엿볼 수 있다. 그는 18세기 전형적인 해·공군의 모습에서 보다 세련된 윤리관을 지닌 캐릭터로 변모해간다. 또한 테메레르를 비롯한 용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이에게는 목숨을 건 확실한 충성심을 보여준다. 누구나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지를 보여준 로렌스와 테메레르의 더 한층 성숙한 모습에 눈시울을 적시게 될 것이다. 저자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게 하려고 애쓴 흔적이 엿보이는 감동적인 엔딩은 클라이맥스를 향해가는 5권과 6권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