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빌라에 이사 왔다」
아파트에 살다가 이름도 예쁜 우정빌라에 이사 온 첫날, 경민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영화에서 본 귀신 나오는 집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옆집 아저씨는 너무나 무섭게 생겨 인사차 떡을 돌리러 갔다가 기겁을 하고 도망치고 만다. 그뿐만이 아니다. 혼자 집을 보던 어느 날 화장실 변기에서 시커먼 쥐가 허둥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이 일은 경민이에게 좋은 친구를 만들어 준다. 무섭던 옆집 아저씨의 아들 차준수와 함께 쥐잡기 대작전을 펼치며 멋지게 성공을 거두면서 말이다. 낯선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기까지의 소동이 두 남자 아이의 훈훈한 우정을 통해 산뜻하게 그려져 있다.
「내 로봇 친구의 장례식」
무인 자동차, 사람처럼 프로그램화 된 로봇, 사람 몸에 로봇 인공 기관을 달 수 있는 시대에 사는 가온이와 나래 자매는 슬픔에 빠져 있다. 가온이의 가장 친한 로봇 친구 ‘수리’가 제 기능을 다해 몸은 지하실에, 뇌는 로봇 납골당에 안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용기를 내어 뇌가 텅 빈 수리의 몸을 데리고 납골당에 간 가온이는 큰 충격에 휩싸인다. 수리의 뇌가 이미 뇌 중고 센터에 팔려 수리가 가장 무서워했던 개에게 이식된 것이다. 더욱 슬픈 것은 로봇개 수리가 앞 못 보는 새 주인을 위해 가온이를 따라가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가온이는 슬픔을 달래며 차가운 금속덩이로 변한 수리를 위해 손수 구덩이를 만들어 수리를 묻어 준다. 그 순간, 가온이의 마음엔 새로운 희망의 별이 떠올랐을 것이다. 과학의 발전이 가져다 준 미래 사회의 명암을 통해 우리에게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진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웅녀의 시간 여행」
서로의 모습에 반해 이내 사랑에 빠진 하늘신과 웅녀님은 각각 하늘 집과 곰의 모습을 버리고 천 년 만 년 행복하게 살기로 약속한다. 겨울잠을 자러 동굴 속으로 들어가 마늘을 먹기 시작한 웅녀님은 자신에게 꿈의 시간이 시작된 것을 알아챈다. 환한 빛에 이끌려 하늘신과 자신의 후손들이 정신없이 살아가는 모습을 살펴본 웅녀님은 다시 동굴로 돌아온다. 세상엔 봄이 와 있고, 부쩍 자란 하늘신이 청혼을 하자 웅녀님은 흔쾌히 받아들인다. 다음의 조건과 함께 말이다. “네, 좋아요. 하지만 나는 곰의 모습을 벗지 않겠어요. 그러니 당신이 곰이 되세요!” 단군신화를 파격적으로 뒤집으면서 오늘날 인간 사회를 비판하는 이 이야기는 너무나도 유쾌하고 발랄하다.
「물고기 도둑」
새끼 수달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동네 횟집에서 물고기를 가져가던 어미 수달은 덜미를 잡히고 만다. 급기야는 온 동네 횟집 주인들과 ‘꼬마 원님’으로 통하는 귀동이, 온갖 동물들까지 모여 수달을 어떻게 할 것인지 회의를 연다. 횟집 물고기에 임자가 있는 줄도 모르고 가져간 걸로 판명이 났지만, 수달을 동물원에 보내자는 등 의견이 분분하기만 하다. 그 와중에 귀동이가 꼬마 원님답게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수달 덕에 ‘수달이 사는 깨끗한 싱싱 바다 횟집’ 따위의 간판들을 걸고 장사를 하는 거니까 수달에게 그 값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수달과 횟집 주인들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 의인화된 동물들을 통해 자신밖에 모르는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나동근 씨, 학교에 가다」
어느 날 아침, 나동근 씨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맞닥뜨린다. 자기가 아들 세종이가 되어 있고, 세종이는 나동근 씨 자신이 되어 있는 것이다. 어떻게 된 건지는 둘째 치고라도 우선 세종이는 아빠 회사로, 나동근 씨는 세종이 학교로 향한다. 그러면서 동근 씨는 세종이의 학교생활과 친구 관계를 알게 된다. 가장 좋은 친구로 여겼던 지훈이는 세종이를 종 부리듯 부려먹고 몹쓸 심부름까지 시킨다. 동근 씨는 세종이의 속내를 알아주기는커녕 보이는 대로만 믿었던, 아니 믿고 싶었던 자신이 부끄럽기만 하다. 게다가 세종이는 정말 아들에게 하듯 동근 씨를 따뜻하게 위로해 준다. 아빠와 아들이 서로의 처지가 바뀌면서 겪게 되는 소동은 마음 한구석을 짠하게 하면서 웃음과 감동을 전해 준다.
「문을 열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볼 수 있는 초능력을 지닌 승아. 승아는 멀리 외항선을 타고 나가 있는 아빠의 일도 놀라울 정도로 알아맞힌다. 그러던 어느 날, 승아는 태평양 위에 계신 아빠에게 전화해 곧 무서운 폭풍이 온다고 가까운 육지로 가라고 했지만, 아빠는 너무 걱정 말라는 말을 전한다. 하지만 그 다음 날 새벽, 아빠가 탄 배가 침몰한다. 그리고 2004년 12월 26일, 승아와 진하 남매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자신들의 집에서 따뜻한 해변이 있는 남아시아 어느 곳으로 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지진 해일이 덮쳐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죽고 다친다. 승아는 그곳에서 알게 된 소년 넨과 넨의 아버지를 구하고 다시는 오빠와 엄마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2004년 12월 26일 남아시아 일대를 덮쳤던 지진 해일을 소재로 사람들이 인지할 수 있는 것 너머의 세계를 밀도 있게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