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보다 오랫동안 지구에 살아온 미생물 이야기
미생물을 육안으로는 볼 수 없고 현미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미생물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미생물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조상으로서 지구에 가장 오랫동안 살아왔다. 지금까지 발견된 미생물의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약 38억 년 전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인류의 먼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약 500만 년 전에야 등장하였다.
레벤후크(1632~1723)에 이르러서야 미생물의 존재를 확인한 인간이, 미생물이 발효 또는 부패와 질병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실험으로 밝힌 것은 19세기의 일이다. 인간과 미생물이 함께해 온 시간을 생각하면 정말 최근이 아닌가. 하지만 인간은 짧은 시간 동안 눈부신 과학을 발전을 이루어, 현재 미생물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단계에 있다.
미생물의 존재조차 모르는 채 미생물이 일으킨 질병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시절부터 미생물을 이용해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작지만 위대한 미생물 세상≫을 통해 알아보자.
눈에 보이지 않는 동반자
사람의 일생을 두고 흙에서 와 흙으로 간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이는 미생물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앞에 말한 것처럼 미생물은 모든 생명체의 조상이라 할 수 있으며, 모든 생명체가 흙으로 돌아가게 돕는다. 미생물이 비록 크기는 작지만 제 몸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이 큰 동물의 생사를 결정하고 죽은 시체까지 먹어 치우는 것을 생각하면, 지구의 진정한 주인은 미생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혼자 힘으로는 살지 못하고 다른 생명체에 기생해야 하는 바이러스도 사람의 목숨을 쉽게 앗아 가지 않는가.
지구가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된 시기부터 지구에 살아온 미생물은 아주 추운 극지방, 유기물이라고는 없는 광산지대, 뜨거운 온천 지대 등 거의 모든 환경에서 살 수 있다. 인류가 미생물의 존재를 확인한 이래 미생물이 일으키는 질병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졌는데, 이에 대한 미생물의 적응도 놀랍다. 인간이 미생물을 죽이기 위해 독한 물질을 만들어 내면, 얼마 안 가 미생물은 그에 대한 내성을 갖춰 왔다. 어떤 항생제도 소용없는 슈퍼 박테리아의 출현은 무엇을 말하는가. 인간이 미생물을 동반자로 여기고 공생할 길을 찾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미생물은 우리 몸 안에도 들어와 산다.
세포에서 미생물까지, 미생물에서 인간까지
모든 생명체의 구조와 기능의 기본 단위가 세포다. 따라서 미생물을 이해하려면 먼저 세포를 알아야 한다. ≪작지만 위대한 미생물 세상≫는 세포에서 미생물에 이르는 발전 과정을 놓치지 않았다. 미생물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어떤 종류가 있는지, 어떤 특성이 있는지 등을 담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전체 생물 중 미생물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도 제시한다. 이는 미생물 자체에 대한 탐구는 외면한 채 인간의 눈으로 이로운지 해로운지만 따지는 책들과 분명히 다른 이 책의 장점이다.
지난 세기말부터 인류의 화두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다. 이는 편리한 문명의 이기를 계속 이용하면서도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해 깨끗하게, 안전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다는 소망의 표현이다.
그런데 미생물을 잘 활용하는 것이 바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미생물을 잘 이용하면, 생활하수를 정화해 맑은 물을 얻을 수 있고, 옥수수를 수확하고 남은 옥수숫대에서 공해 물질의 배출이 적은 연료인 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고, 방사성 폐기물을 분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다. 나노 기술을 미생물 공학에 접목하면 질병의 조기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해진다. 이는 먼 훗날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부분적으로는 이미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현실이다.
미생물 공학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은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미생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생명에 대한 경외를 바탕으로 한 미생물 공학의 세계에 빠지고 싶어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