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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어루만지는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아픔을 어루만지는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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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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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2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448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3374793
ISBN10 897337479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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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직원이 그를 심장병동으로 데려왔다. 긴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 더러운 차림의 불량해 보이는 사내였다. 들것에는 오토바이를 탈 때 입었던 검은 가죽 잠바가 걸려 있었다. 반들거리는 대리석 바닥이 깔려 있고, 말끔한 유니폼 차림의 의료진과 감염 제어 절차가 잘 지켜지는 이 소독된 세계에서 그는 이방인이었다.

정말로 손대지 못할 부류였다!

간호사들은 그가 들것에 실려 들어오자, 휘둥그레진 눈으로 서로 바라볼 뿐 다들 수간호사인 내 친구 보니만 흘끔거렸다.

'이 사람을 나한테 맡기지 말아요. 어떻게 목욕을 시키고 돌봐야 할지……' 라는 무언의 애원이 담긴 눈빛이었다.

수간호사이니 생각하기 힘든 일을 할 수 밖에. 손대지 못할 부류의 사람이라 해도 직접 대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불가능한 일도 하는게 팀장이 아니던가. 그래서 보니는 말했다.

"이 환자는 내가 맡을께."

수간호사가 할 일은 아니지만 인간의 영혼이 치유되는 일이니 도리가 없었다. 보니는 고무장갑을 끼고 사내를 목욕시키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행동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저려 왔다. 이 사람의 가족은 어디 있을까? 이 사람의 어머니는 누굴까? 이 사람이 어린아이였을 때는 어땠을까?

보니는 손을 움직이면서 나직이 콧노래를 불렀다. 환자가 느낄 두려움과 당황스러움을 완화시켜 주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말했다.

"요즘 병원에서는 등까지 씻겨 드릴 시간 여유가 없지만, 등을 닭으면 기분이 좋아질 거예요. 근육이 풀려서 치료가 시작되는 데 도움이 되죠. 이곳이야말로 치유하는 곳이잖아요."

그와 같은 부류의 사람에게 손을 대는 일은 거의 하루 종일 해야 할 일이었다.

사내의 두껍고 거친 살결은 술과 마악에 찌든 그의 방만한 생활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보니는 그의 굳은 근육을 문지르면서 콧노래를 부르고 기도했다. 그리고 이미 커 버린 어린아이의 영혼을 위해 기도했다. 힘들고 적대적인 세상에 끼어 꼬여 버린 인생이나마 살아보려고 발버둥쳤을 그 사람을 위해서.

마지막으로 로션을 바르고 베이비 파우더를 발랐다. 거칠고 큰 몸에 베이비 파우더이라니, 나는 금세라도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사내의 몸을 앞으로 돌리니, 그의 뺨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갈색 눈을 가진 사내는 싱긋 웃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랜 세월 아무도 내 몸에 손대지 않았지요. 고마워요. 벌써 병이 낫고 있어요."

그의 턱이 떨리고 있었다.

우리가 손도 못 대고 두려워할 때 보니는 따스한 눈맞춤과 손을 맞잡고, 걱정스런 목소리로 - 혹은 로션과 베이비 파우더를 통한 위안으로 - 가까이하기에 너무나 두려운 사람에게도 사랑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가르쳐 준 것이다.
--- p.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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