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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가자, 피터 팬

놀러 가자, 피터 팬

: 시인과 소설가가 만난 장애인 엄마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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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5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190쪽 | 150*200*20mm
ISBN13 9791186582060
ISBN10 1186582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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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 자 소 개
한명섭 : 소설가
김지유 : 시인. 시집 『액션페인팅』,『즐거운 랄라』,『유월설』
성향숙 : 시인. 시집 『엄마, 엄마들』
최기순 : 시인. 시집 『음표들의 집』
김민효 : 소설가. 소설집 『검은 수족관』, 『그래, 낙타를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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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없는 아이들도 키우다 보면 어려운 점이 있고 사춘기도 있듯이 승용이도 커 가는 과정이 다른 아이들과 다를 뿐 장애가 있어서 더 힘들다, 어렵다, 고통스럽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게 내 삶이고 내 자녀니까 내가 끝까지 돌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통의 아이들은 좀 크면 곁에 두고 싶어도 부모의 품을 벗어나 밖으로 나가는데 승용이는 언제나 내가 돌봐야 한다는 점에서 위안도 느낀다. --- p.35

하루는 목욕탕에서 아이를 목욕시키다가 아이를 붙잡고 울었다. 딱 한 번이었다. 아이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 앞의 삶이 너무 버거웠다. 아이한테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데 한순간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이 집은 한 번도 실제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어린 시절의 단란했던 가정, 꿈꾸던 단란함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오직 현재라는 문제가 있을 뿐이었다. --- p.74

집에서 가끔 맛난 음식을 만들거나 태현이를 제외하고 외식이라도 하고 온 날이면 꿈에 태현이가 나타나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아 마음이 저려 온다. 그런 날은 일이 끝나는 대로 찾아가서 태현이를 투명 유리문으로 한참씩 들여다본다. 그때마다 태현이는 그저 의자에 조용히 앉아 있거나 가끔 일어나서 큰키에 건들거리는 걸음으로 실내를 왔다 갔다 한다. 그러다가 나를 발견하면 반갑게 달려와 유리문 앞에 멈춰 서 있다. --- p.124

현이는 여전히 아기다. 작은 몸집과 여린 피부도 서너 살짜리 아기 모습 그대로다. 현이의 시계는 뇌성마비 판정을 받던 그날 그 시간에 멈춰 버린 것 같다.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멎는 것 같다. 아니 인큐베이터 안에 누워 있는 현이를 보는 순간 내 심장 절반은 펌프질을 멈췄던 것 같다. --- p.142

준이에게 엄마가 뒤돌아 나간 문은 그냥 문이 아니다. 엄마에게 갈 수 있다고 믿는 길이다. 준이의 눈빛에 수없이 무너졌을 엄마가,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끌고 나간 집이다. 그래서 호시탐탐 문을 향해 돌진한다.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복지사의 멱살까지 쥐고 문으로 끌고 간다. 덩치가 워낙 크니 힘으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엄마에게 가는 길을 열어 달라는 강력한 호소, 아마도 준이에게는 사회복지사들이 해적 후크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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