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썼던 칼럼을 다시 읽어 보시라며 책으로 묶어 감히 내놓는 무모한 시도는 지금의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당국자에게 7년 전과 똑같은 문제의식과 질문을 던져도 무방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경제 규모가 커졌고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달라졌음에도 한국경제가 처한 난관이나 위기는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어서다. 짧은 칼럼을 통해 세상의 문제를 제기하고 해법까지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공감하는 독자들이 생긴다면 많은 이들의 지혜를 모아 집단지성을 작동하듯 조금 더 나은 대안을 찾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책을 펴내며」중에서
선출직 공무원이라고 임기가 무조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임기 도중이라도 뽑아줬던 국민이 투표로 해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국민소환제도다. 유권자의 뜻을 거스르는 정책을 폈다면 주민들이 소환, 해임, 파면이라는 카드를 쓰는 것이다. 헌법엔 대통령도 탄핵소추를 받을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게도 주민소환제를 적용한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국민소환 대상에서 쏙 빠져 있다. 2013~2014년 스스로 쇄신 의지를 보인다며 새누리당과 당시 민주당이 각각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라며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을 천명했지만 허언이었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에게 제 머리 깎으라고 해 봐야 소용없을 테니 국민의 힘으로 다시 압박해 성사시켜야 한다.
---「1.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길, ‘2020년 맡길 사람 뽑았나요’」중에서
꼼수에 관한 한 경제관료를 이길 자가 없다. 관료는 어떤 정책이든 되는 이유 열 가지와 안 되는 이유 열 가지를 양쪽 주머니에 동시에 넣고 다닌다고 했다. 연말정산 각종 공제와 예외 조항이 200개나 되는 복잡한 세법을 만들어놓고 그것도 모자라 매년 뜯어고치는 게 이들이다. 제도 변경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게 출발이었다. MB정부 때부터 이런 방식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준비도 해왔다. 사달은 다자녀소득공제, 출산소득공제, 연금공제 등을 혜택 대상에서 빼버린 데서 나왔다. 한쪽에선 저출산과 고령화 대책에 골몰하는데 다자녀가구에서 되레 세금을 더 걷는 규정을 만들었으니 이런 엇박자가 어디 있나.
---「1.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길, ‘얼마나 느는지 따져 봤나요’」중에서
한국은 미국의 7개 동맹국가 중 하나다. 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로 포괄되는 유럽나라들이나 일본, 호주에 비해 제대로 대접을 받는지는 워싱턴DC 외교가를 다녀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 · 미 관계를 분석해 온 학자는 미국에 ‘예스’만을 외쳐 온 한국정부와 외교관들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고개 숙이는 한국을 되레 멸시하고 깔본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무조건 수용만 하는 줏대 없는 상대보다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합리적인 의견을 제대로 펼치는 상대에게 호감을 갖고 존중하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1.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길, ‘미국에 더 당당해야 하는 이유’」중에서
한국은행이 낸 보고서에선 일을 하지 않거나 교육훈련도 받지 않고 일할 의사도 없는 청년층이 72만 4,000명에 달한다고 분류했다. 이른바 니트족(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다. 다른 통계에 따르면 대졸 이상의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52퍼센트가 백수다. 취업 재수생이거나 대학원 진학 준비 중이거나 아예 놀고 있다. 이런 대목을 다 반영해 실질적인 체감 실업률을 산정하면 얼마로 나올지 참 난감하다.
---「2. 지속 가능한 성장을 향해, ‘다시 읽는 《분노의 포도》’」중에서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어느 왕이 ‘경제가 무엇인지’ 백성들을 교육할 교과서를 만들어 오라고 신하들에게 지시했다. 재상과 다른 참모들이 열 권짜리 방대한 교본을 만들어 왕에게 바쳤다. 왕은 열어보지도 않고 물리치며 줄이라고 한마디 했다. 재상은 다시 작업 끝에 한 권의 압축본을 올렸다. 왕은 또 줄이라고 일갈했다. 재상과 그의 동료들이 아무리 고민해도 왕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기다리던 왕은 감춰 뒀던 지침을 한 문장으로 써서 보여 줬다. 왕이 건넨 문구는 간단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2. 지속 가능한 성장을 향해, ‘세상에 공짜는 없다’」중에서
현대 과학기술이 탄생한 후 최고의 상상가를 들라면 단연 쥘 베른이다. 그는 1867년 《지구에서 달까지》라는 책을 썼다. 그로부터 102년 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다. 딱 한 세기 먼저 발휘한 상상력이 현실로 나타났다. 1870년에는 《해저 2만 리》를 발표했다. 24년 후인 1894년 미국의 사이먼 레이크는 잠수함을 실제로 발명해낸다. 베른의 소설에는 잠수함과 우주여행 외에도 입체영상, 해상도시, 투명인간 같은 개념이 등장한다. 당시에는 공상이었을지 모르지만 기존의 개념을 혁신시켰고 현실에서 이뤄내도록 만든 기폭제가 됐다. 앨빈 토플러는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터무니없어 보이는 상상이 실현되는 걸 보면 토플러의 말은 일리 있다.
---「3. 함께 사는 공동체를 위해, ‘쥘 베른의 후예들’」중에서
이론적으론 개인별 가처분소득의 딱 중간에서 양쪽 50~150퍼센트에 해당하는 게 중산층이다. 2011년 1인당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월 175만 원에서 525만 원까지가 대상이다. 정작 직장인들에게 물었더니 기대치가 훨씬 높았다. 부채 없이 30평형 아파트 한 채는 있고, 중형 자동차와 예금 1억 원 정도에 1년에 한 차례 이상 해외여행쯤은 해야 중산층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프랑스와 영국에서 통용된다는 중산층 기준은 우리 직장인들을 천박한 ‘속물’로 전락시켜 버린다. 1969년 당선된 조르주 퐁피두 전 프랑스 대통령이 선거 때 삶의 질을 높이겠다며 내건 공약에서의 기준은 우리와 참 다르다. 외국어 하나, 직접 즐기는 스포츠, 다룰 줄 아는 악기, 나름의 요리솜씨 등이다. 환경 문제에 자기 집 일 이상으로 적극성을 보이라는 항목도 있다.
---「3. 함께 사는 공동체를 위해, ‘중산층 70퍼센트 시대의 충분조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