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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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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6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282g | 128*188*30mm
ISBN13 9788979196009
ISBN10 8979196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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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7월 16일 화요일. 한 남자와 여섯 여자가 가고시마 시에서 집단자살을 했다.
“가고시마 시 시로야마 동굴 집단자살 사건.”
이것이 이 사건에 대한 경찰청의 정식 명칭이다. 남자의 이름은 기우라 겐조. 사망 당시 나이는 48세.
너무도 기묘한 사건이었다. 당시 모든 매스컴은 아침부터 밤까지 이 사건으로 도배를 했지만, 그런 것치고 자세한 내막은 밝혀지지 않았다.
표현은 집단자살이지만 대부분의 매스컴에서는 기우라가 일으킨 동반 자살, 즉 살인이라고 추측했다. 검찰도 그런 방향으로 사건을 처리하려 했지만, 피의자의 사망과 함께 그것을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는 결국 발견할 수 없었다.
기우라는 집단자살이 있기 전 1년 동안 열 명의 살인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매스컴에서는 집단자살과 함께 이 일련의 사건을 ‘기우라 사건’이라고 명명했다. --- p.6

그는 ‘하나조노상회(花園商會, 꽃밭상회)’라는 기묘하리만큼 낭만적인 이름의 회사를 설립하고 이미 매춘알선업을 시작한 터였다. 아니, 매춘알선업이 아니라 마사지사 파견업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몇몇 일본식 여관과 마사지사로서 여자를 보내주기로 계약했다. 물론 마사지는 표면적인 명칭일 뿐 실체는 본격 성행위를 포함한 성적 서비스였다. --- p.33∼34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었네. 우리는 나름대로 하기노야를 내사하고 있었지. 하지만 기우라라는 사람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더군. 그는 인텔리였어. 그런 선입견이 판단을 흐리게 만든 게 사실이네. 그런 사람이 설마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였겠냐고 생각한 거지. 나 자신은 그 의견에 반대했지만 내 생각을 강력하게 주장할 만한 확신은 없었네. 사건이 일어난 뒤 하기노야에 대한 강제수사가 너무 늦지 않았냐고 매스컴에 두들겨 맞았지만, 그 비판을 기꺼이 감수한다고 해도 역시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사건이었지. 그건 기우라의 특이한 성격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네.”
“특이한 성격이라니요? 그의 성격은 어땠나요?”
“아마 나보다 자네가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테지만, 나 나름대로 말하자면 합리성과 광기가 섞여 있다고 할까…….” --- p.77

사부로와 고이치가 운반하는 것은 세이지와 히데노의 상반신뿐이었다. 전기톱을 이용해 시신을 절단한 사람은 다나베였다. 일단 상반신과 하반신으로 자르고, 상반신을 머리와 팔, 몸통으로 나누었다. 몸통은 다시 몇 개로 잘랐다. 기우라와 같이 그 작업을 지켜본 사부로는 노인의 잔학함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다나베는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고 그 작업을 해낸 것이다.
다나베는 조금 전부터 한마디도 하지 않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자신이 자른 시신의 잔해를 보고도 눈길을 돌리거나 동요하는 빛 없이 희미한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 p.118

세 사람은 헛간 한가운데에 마치 짐짝처럼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운송용 포대 위로 묶은 밧줄은 시간이 지나도 느슨해지지 않아 밧줄을 묶은 사람의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증명하는 것처럼 보였다.
“기우라 씨, 우리는 정말 권리증이 어디 있는지 몰라요. 있는 곳을 상상할 수도 없고요.”
시노다가 엎드린 채 괴로운 듯 몸을 비틀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처절한 공포가 목소리뿐 아니라 온몸을 통해 울려 나오고 있었다. --- p.166

하기노야 주인 부부의 행방불명 사건은 가끔 수사회의에서 언급되는 일이 있었지만, 주요 의제는 어디까지나 야마카와 살해여서 논의가 깊어지는 일은 없었다.
군마 현 산속에서 발견된 토막 시신의 신원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과도 관계가 있었다. 시신은 두 구인 듯했지만 둘 다 머리가 발견되지 않아서 치아 상태에 의한 감정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군마 현경이 대규모 수색을 실시하고, 그 덕분에 머리가 발견되면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을 터였다. --- p.246

무시무시한 폭력이었다. 어젯밤 이후 가해진 기우라와 다나베의 폭력은 사부로의 단정한 얼굴을 완전히 일그러뜨리고, 오른손 가운뎃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부러뜨렸다. 이를 보고 가장 놀란 사람은 다나베였다.
다나베는 기우라가 흥분해서 미친 듯이 주먹을 휘두르는 것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 창고 한가운데의 커다란 기둥에 사부로를 꼼짝 못하게 묶자마자 기우라의 가차 없는 주먹이 사부로의 안면을 강타했다. --- p.268∼269

“여기가 좋겠군. 난 여기서 죽겠어.”
순간 여자들 모두가 얼어붙은 것처럼 일시에 입을 다물었다.
기우라가 죽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가 교토에서 연탄을 구입한 것도 보았다. 물론 기우라는 그때도 “난 여기서 죽겠어.”라고 말했을 뿐 다른 사람에게 죽음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그 말을 다른 여자들이 어떻게 해석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우타는 죽음을 강요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우타는 죽고 싶지도, 살고 싶지도 않았다. 유키와 사부로의 죽음에 대한 충격이 너무도 커서 자신의 생사를 포함해 다른 일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 p.310∼311

“말씀하신 것처럼 당시 매스컴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앞 다투어 보도했습니다. 기우라를 짐승 같은 극악무도한 인간이라고 표현했는데, 물론 그 말도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여성들이 그를 따랐고 어쨌든 집단으로 세상을 떠났지요. 오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말한다면 그에게 전혀 매력이 없었다곤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긴 힘들지만, 당신은 그 사건의 유일한 살아 있는 증인입니다. 제 의문에 대답해줄 수 있는 분은 당신밖에 없다는 심정으로 오늘 찾아왔습니다. 물론 저는 글을 써서 먹고사는 사람이니까 이 얘기는 책으로 출판할 생각이지요. 하지만 오늘 말씀해주시는 내용 중에 세상에 공개하고 싶지 않은 게 있으면 당신의 의사를 존중해서 그런 부분은 빼겠습니다.”
--- p.32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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