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지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쟁의 시대가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차례의 비참한 전쟁을 겪은 인류는 세계대전에 넌더리가 나지 않았던가? 핵무기를 사용하면 서로 자멸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전쟁을 억제했던 것이 아니었던가? 우크라이나 분쟁과 이스라엘군의 가자 지구 공습을 통해, 이제 핵은 전쟁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인류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범위에서 전쟁을 벌일 ‘지혜’를 갖추었다는 뜻이다. --- p.19「서문_역사는 비극을 되풀이하는가?」중에서
영국이 패권국가였던 시절은 자유무역 시대였다. 그러나 영국이 약해지자 독일과 미국이 대두했고, 군웅할거의 구제국주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 후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소련 붕괴를 거쳐 미국이 압도적인 패권국가로 군림했다. 그러나 2001년 동시다발 테러와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거치며 미국의 약화가 뚜렸해지자, 러시아와 중국이 군사력을 바탕으로 국익을 노골적으로 주장하게 되었다. 그 결과, 지난날의 구제국주의를 반복하는 신제국주의 시대가 도래했다. --- p.52「제1장_다극화하는 세계를 독해하는 비결」중에서
세계사에서 내셔널리즘이 고양했던 시대는 제국주의 시대와 겹친다.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세계화가 진행된 결과, 제국주의 시대가 찾아온다는 사실은 앞 장에서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제국주의 시대에는 국내에 커다란 격차가 발생해 수많은 사람들의 정신이 공동화空洞化한다. 이 빈 곳을 메울 가장 강력한 사상이 내셔널리즘인 것이다. 신제국주의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 내셔널리즘이 다시금 소생하고 있다. --- p.153「제2장_민족 문제를 독해하는 비결」중에서
현재 하마스의 전략은 요르단 국왕을 타도하는 데 맞추어 있다. 요르단에는 수많은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있기 때문에 하마스는 그들을 동원해 요르단에서 분쟁을 일으키고자 한다. 왜 그런가? 현재 요르단 왕실은 이스라엘과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요르단 왕제가 전복된다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페르시아 만 연안의 왕제도 함께 동요할 것이다. 하마스는 그 기회를 틈타 IS와 손을 잡고 중동에 세계 이슬람혁명을 수출할 거점 국가를 건설하려는 것이다. --- p.205「제3장_종교분쟁을 독해하는 비결」중에서
현대의 신제국주의는 제3차 세계대전에 이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팔레스타인·이라크·시리아 등지에서는 핵 없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현대에 벌어지고 있는 이 전쟁과 분쟁을 해결하려면 단 하나의 방법 말고는 없다. 유럽이 그러했듯 이제 더는 죽고 죽이고 싶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 경계선을 정하기란 불가능하다. 수백만 명일 수도 있고, 수천 명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계선은 반드시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 선을 가능한 한 끌어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전쟁을 저지한다는 이 책의 목적에 부합하는 행동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