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위대한 자는 도덕적일 수 없는 거예요. 선할 수도 없고요. 아마 그러한 덕목을 갖춘 자들은 애초부터 위대한 자가 될 수 없는지도 모르죠. --- p.51
“네놈 시민권을 박탈해버리고 채찍으로 매질한 뒤에 십자가에 매달 수도 있었어. 네가 로마인으로서 죽게 해주는 건 힘든 시기에 내 식솔들을 잘 돌보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전부야. 애초에 내가 너를 산 것은 네가 비열한 두꺼비임을 알아봤기 때문이다. 단지 내가 너무 바빠져서 네놈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게 될 것을 미리 계산에 넣지 못했지.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잘 가거라, 크리소고노스.” --- p.135
그는 자신이 나아갈 곳을 알았다. 그는 가장 높은 자리를 향해 가고 있었다. 자기 본성을 숨기며 정상에 오르기란 쉽지 않을 터이다. 하지만 자신이 부당한 오해를 받고 있음을 알면서 정상에 오르기를 시도하기란 그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다. --- p.167
사람들은 술라 안에 사자와 여우가 있다고 수군덕거렸다. 그러나 바로의 생각에 술라 안에 도사린 최악의 동물은 한 마리의 예사로운 고양이였다. --- p.274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나는 자신의 본성을 부인해왔어. 나 스스로 애정과 쾌락을 거부하며 살아왔지. 처음에는 나 자신의 명성과 야망을 위해, 그리고 그것들이 자리잡기 시작한 뒤로는 로마를 위해. 하지만 이제 끝났어. 끝, 끝, 끝이야! 이로써 나는 로마를 그대들에게 돌려주겠어. 하찮고 주제넘고 머릿속이 구더기로 가득찬 그대들에게로! 그대들은 이제 그대들의 가련한 나라를 못살게 굴 자유를 다시 얻은 거야. 엉뚱한 놈을 뽑고, 나랏돈을 멍청하게 날려먹고, 당장 내일의 일과 잘나빠진 자기 자신만을 바라보며 살아가겠지. 네놈들과 그뒤를 이어받을 놈들은 로마를 겨우 30년 한 세대 만에 구제불능의 지경으로 몰아넣고 말 거야!” --- p.301
나는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아! 피를 내뿜고 숨을 헐떡이며, 더러워진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채로. 로마인의 존엄에 걸맞게, 훌륭하게 절제된 분위기 속에 생을 마감해야 해. 나는 로마의 왕관 없는 왕이 었어. 놀라에서 풀잎관을 받았지. 나는 대서양에서 인더스 강에 이르는 온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이었어. 내 죽음은 이 모든 것에 걸맞아야 해! 이렇듯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피와 공포의 악몽이어선 안 돼! --- p.315
최고의 친구·최악의 적 --- p.326
“혈통은 사람의 행동보다 훨씬 덜 중요하다는 사실을 왜 이해하지 못하는 거야?” --- p.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