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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게
허구 그림 | 채우리 | 2008년 04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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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4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86쪽 | 346g | 155*205*20mm
ISBN13 9788925812328
ISBN10 8925812320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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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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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민현숙
1989년 소년중앙문학상 동시 부문 당선, 2000년 MBC 창작동화대상 장편 동화 당선, 계몽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작품집으로는 동시집 《훌라후프를 돌리는 별》《시계가 말을 걸어서》등이 있고, 동화집 《돌탑 속에서 날아간 새》《행복한 고양이 몽그리》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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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녁, 살구나무에 기대앉은 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연방 훔쳐 내 본다. 그때 어둠을 밟고 오는 누군가가 보였다.
“얘야, 가슴을 때리는 슬픔이 아니라면 함부로 눈물을 보이는 게 아니란다.”
낯선 아저씨의 말에 울음을 그대로 삼켜 버렸다. 그 아저씨는 한쪽 어깨에 자동차 바퀴를 걸머진 채로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방 안에서 들려 오는 할머니의 푸념 소리.
“저 맘 아픈 거야 알고도 남지. 아무리 그래도 남아 있는 사람을 생각해야지. 에구, 무정한 것!”
할머니 말에 의하면 엄마는 내가 네 살 되던 해에 집을 나갔다고 했다. 물놀이 사고로 나보다 두 살 위인 오빠와 아빠를 한꺼번에 잃고 엄마는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한다.
다음 날, 학교에서는 어제 내가 보았던 낯선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타이어맨’이라 불리는…….
아이들은 타이어맨이 월남전에 참전한 동안 아내가 죽고, 남은 두 아이는 해외로 입양되어 미친 사람이 되어 버렸다고 했다. 나는 정신이 멍했다. 아빠와 오빠를 한꺼번에 잃고 미칠 수밖에 없었던 엄마처럼, 타이어맨 아저씨도 그랬을 거라는 생각에……. 그리고 어제 들었던 ‘가슴을 때리는 슬픔’을 알 것도 같았다.
새끼돼지 구경을 갔던 영옥이네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데, 타이어맨 아저씨와 다시 마주쳤다. 아저씨는 자동차 바퀴를 걸머진 이유에 대해 자신도 바퀴가 되었으면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바퀴가 되어 이 세상 구석구석을 굴러가 보고 싶다고…….
“누구,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세요?”
난 아저씨 아이들 이야기를 돌려 물었지만 아저씨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헤어진 후, 타이어맨 아저씨는 내 기억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사라져 갔다.
갑작스레 비가 내린 어느 날. 친구들과의 일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내게 또 다시 나타난 타이어맨 아저씨가 무척 반가웠다. 나는 집 나간 엄마의 이야기를, 아저씨는 참혹한 월남전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이해했다. 다들 미친 사람이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그새 정이 들었는지 아저씨와의 헤어짐이 아쉬웠다.
이후로, 타이어맨 아저씨는 그 어디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신병원에 보내졌다거나, 간첩이 틀림없어 경찰서로 붙잡혀 갔다는 소문만이 들려 왔다.
그 무렵, 할머니는 외가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 놓으셨다. 지금껏 엄마가 고아인 줄로만 알고 있던 나는 이내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오랫동안 숨겨 놨던 비밀을 듣고는, 외갓집으로 어설프게나마 편지를 적어 내려갔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정다래라고 해요…….”
영옥이네서 벌어진 잔치 와중에 찬웅이가 헐떡이며 달려 왔다.
“다래야, 너희 집에 손님 오셨어. 어서 가 봐. 빨리!”
편지의 효과가 있었던 걸까. 손님은 바로 외할머니와 외삼촌이었다. 외할머니는 날 두 팔로 꼭 안은 채 눈물을 흘리셨다. 외갓집에 가는 날, 우연히 만난 타이어맨 아저씨는 자동차 바퀴를 벗어 버린 채 말끔한 양복 차림이었다.
“해외로 입양되었던 아들이 친부모를 찾으러 왔다는 소식을 받고 가는 중이란다.”
나는 너무 기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내 마음속에 둥근 바퀴 하나를 품고 살아가리라고. 타이어맨 아저씨의 바퀴가 아저씨와 아들을 만나게 해 주었듯이, 내 마음의 바퀴 역시 나를 엄마에게로 데려다 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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