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미 그것을 보았습니다. 백작은 이 정직한 젊은이를 이 커다랗고 황폐한 저택으로 불러들여 유일한 하인이자(이상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후계자로 삼았던 것입니다. 당사자인 저 유별난 사내는 다른 것은 몰라도 그 주인의 두 가지 생각, 즉 권리증이 모든 것이라는 것과 자신이 글렌가일 집안의 황금을 모두 가지게 되었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었던 게지요.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전부입니다. 간단하지요? 글서 저 사내가 집안의 금붙이를 모두 떼어냈건 겁니다. 금이 아닌 것들은 털끝만큼도 손대지 않고 말입니다. 코담배 가루도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습니까. 낡은 종교 서적에서도 금으로 장식된 부분을 떼어내고 나머지는 온전하게 내버려 두었고요. 이것은 제가 이해한 부분입니다. 그렇지만, 저 두개골이 문제였지요. 정말이지 인간의 머리가 감자밭에 묻혀 있다는 사실이 꺼림칙했습니다. 그걸로 아주 많이 골치를 썩고 있었는데, 플랑보가 던진 말로 단번에 해결이 되었던 거지요. 괜찮을 겁니다. 저 사람은 그 두개골에서 금니를 모두 뽑아내고는 그것을 제자리에 가져다둘 테니 말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그날 아침 플랑보가 언덕을 가로질러 가고 있을 때, 저 인색하고 기묘한 사내가 파헤쳐졌던 무덤을 다시 파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산에서 부는 바람에 목에 두른 격자무늬 어깨걸이가 펄럭였고, 그의 머리에는 엄숙한 실크 모자가 씌어져 있었다.
--- pp.282-283
그는 거의 매번 새로운 수법을 사용했으며 그것들은 매번 그 자체로 완벽했다. 런던에서 유제품은커녕 젖소 한 마리, 배달차 한 대, 우유 한방울 없이, 몇천 명의 고객들을 거느리고 저 커다란 '티롤 우유'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사람도 다름아닌 플랑보였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대문 밖에 배달된 우유를 슬쩍 집어다가 자신의 고객들의 문 앞에다 놓아두는 간단한 방법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플랑보는, 편지마다 검열을 받아야 하는 어떤 젊은 여인과 기발한 방법으로 비밀리에 서신 왕래를 계속하기도 했다. 현미경 슬라이드 위에서만 볼 수 있도록 축소 편지 사진을 찍어 보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수많은 범죄적 시도들의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완벽한 단순성에 있었다. 한번은 단순히 어떤 여행자를 유인하기 위해 한 거리의 번지수를 죄다 바꾸어 다시 써넣은 적도 있었다. 휴대용 우체통을 고안해낸 것도 분명히 그가 한 일일 것이다. 조용한 외곽 지역의 모퉁이에다 설치해놓고는 사람들이 집어넣는 우편환을 가로채는 데 이용했던 그 우체통 말이다. 플랑보는 깜짝 놀랄 만한 곡예사로도 알려져 있었다. (...)
--- pp 12~13
"만일 상대가 뭘 하고 있는지 안다면, 상대보다 앞서가면 그만일 테지. 하지만 상대가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상대의 뒤를 따르는 것이 상책이란 말일세. 상대가 길을 잃으면 같이 길을 잃고, 상대가 멈추면 같이 멈추고 하면서, 상대만큼 천천히 여행을 하는 거지. 그러다 보면 상대가 본 것을 자네도 보게 될 테고, 상대가 행동하는 것처럼 행동하게 되는 거야. 자세히 관찰해서 미심쩍은 사항들을 하나씩 처리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라네."
"(...) 사실 처음에는 자네가 도둑이라는 확신이 없었네. 괜히 죄 없는 성직자 스캔들을 내봐야 뭐 좋은 일이 있을까 싶어 자네 스스로 정체를 드러내도록 시험을 해보기로 했지. 기억나나? 그 소금 말일세. 누구든 소금을 넣은 커피를 마셨다면 소란을 떨었을 걸세. 그게 당연하지 만약 불평 한마디 없이 아무 일도 없는 듯 행동한다면, 조용히 해야 할 이유가 있는 거란 말일세. 내가 설탕과 소금을 바꾸어놓았는데도, 자네는 조용히 있더군. 또 자신이 먹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값을 치러야 한다면 따지고 드는 게 정상적인 태도 아닌가? 아무 군소리 없이 잠자코 지불한다는 것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고. 내가 계산서의 숫자를 바꿔놓았는데도, 자네는 아무 말없이 계산을 하더군."
플랑보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사나온 맹수처럼 펄쩍 뛸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는 마치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꼼짝않고 있었다. 그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 싶게 어안이 벙벙했다.
"자, 그러니 어쩌겠나. 자네 정체를 알았으니 경찰이 따라오게 해야겠는데, 자네가 흔적을 남기지 않으니, 나라도 해야지 않겠나. 머무른 장소마다 우리가 떠나고 난 뒤 사람들이 수군거릴 만한 일들을 조금씩 벌여두었지. 그렇게 큰 해를 입히지 않는 범위에서 말일세. 벽에다 수프를 끼얹고 청과물 가게의 사과 더미를 엎어버리고 식당의 유리창을 깨는 정도? 하지만 이렇게 해서 내가 십자가를 위험에서 구하지 않았는가. 지금쯤은 웨스트민스터에 도착해 있을 테니 앞으로도 안전하겠지. 나는 자네가 왜 '당나귀 휘파람'으로 그것을 막지 않았는지 모르겠군."
"뭘로 막는다고?"
"못 들어봤다니 다행이네. 그런 수법은 비열한 짓이지. 자네가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었네. 자네가 그 수법을 썼다면 나는 '반점' 수법으로도 당해내지 못했을 거야. 난 그렇게 강한 편은 못되거든."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저런, 반점 수법은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모른다니, 자네는 정말 가능성이 있어. 아직 그리 나쁜 길로 빠지지는 않았군 그래."
신부가 기분좋게 놀라며 대답했다.
"당신 도대체 어떻게 그런 수법들을 다 알지?"
둥글고 단순하게 생긴 브라운 신부의 얼굴에 미소가 스쳐 지났다.
"어휴, 그걸 왜 모르겠나? 독신자 얼간이가 되면 아게 된다네. 내 일이 다른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를 들어주는 게 아닌가? 그런 사람이 어떻게 인간의 악에 대해 모를 수가 있겠나? 하지만 솔직히 내 일의 성격상 자네가 가짜 성직자라는 걸 알 수 있는 점이 한 가지 더 있었네."
"그게 뭐지?"
"자네, 이성을 공격했지 않나. 신학을 하는 사람에게 그리 좋은 태도가 아니지."
--- pp 46~48
"만일 상대가 뭘 하고 있는지 안다면, 상대보다 앞서가면 그만일 테지. 하지만 상대가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상대의 뒤를 따르는 것이 상책이란 말일세. 상대가 길을 잃으면 같이 길을 잃고, 상대가 멈추면 같이 멈추고 하면서, 상대만큼 천천히 여행을 하는 거지. 그러다 보면 상대가 본 것을 자네도 보게 될 테고, 상대가 행동하는 것처럼 행동하게 되는 거야. 자세히 관찰해서 미심쩍은 사항들을 하나씩 처리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라네."
"(...) 사실 처음에는 자네가 도둑이라는 확신이 없었네. 괜히 죄 없는 성직자 스캔들을 내봐야 뭐 좋은 일이 있을까 싶어 자네 스스로 정체를 드러내도록 시험을 해보기로 했지. 기억나나? 그 소금 말일세. 누구든 소금을 넣은 커피를 마셨다면 소란을 떨었을 걸세. 그게 당연하지 만약 불평 한마디 없이 아무 일도 없는 듯 행동한다면, 조용히 해야 할 이유가 있는 거란 말일세. 내가 설탕과 소금을 바꾸어놓았는데도, 자네는 조용히 있더군. 또 자신이 먹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값을 치러야 한다면 따지고 드는 게 정상적인 태도 아닌가? 아무 군소리 없이 잠자코 지불한다는 것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고. 내가 계산서의 숫자를 바꿔놓았는데도, 자네는 아무 말없이 계산을 하더군."
플랑보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사나온 맹수처럼 펄쩍 뛸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는 마치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꼼짝않고 있었다. 그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 싶게 어안이 벙벙했다.
"자, 그러니 어쩌겠나. 자네 정체를 알았으니 경찰이 따라오게 해야겠는데, 자네가 흔적을 남기지 않으니, 나라도 해야지 않겠나. 머무른 장소마다 우리가 떠나고 난 뒤 사람들이 수군거릴 만한 일들을 조금씩 벌여두었지. 그렇게 큰 해를 입히지 않는 범위에서 말일세. 벽에다 수프를 끼얹고 청과물 가게의 사과 더미를 엎어버리고 식당의 유리창을 깨는 정도? 하지만 이렇게 해서 내가 십자가를 위험에서 구하지 않았는가. 지금쯤은 웨스트민스터에 도착해 있을 테니 앞으로도 안전하겠지. 나는 자네가 왜 '당나귀 휘파람'으로 그것을 막지 않았는지 모르겠군."
"뭘로 막는다고?"
"못 들어봤다니 다행이네. 그런 수법은 비열한 짓이지. 자네가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었네. 자네가 그 수법을 썼다면 나는 '반점' 수법으로도 당해내지 못했을 거야. 난 그렇게 강한 편은 못되거든."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저런, 반점 수법은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모른다니, 자네는 정말 가능성이 있어. 아직 그리 나쁜 길로 빠지지는 않았군 그래."
신부가 기분좋게 놀라며 대답했다.
"당신 도대체 어떻게 그런 수법들을 다 알지?"
둥글고 단순하게 생긴 브라운 신부의 얼굴에 미소가 스쳐 지났다.
"어휴, 그걸 왜 모르겠나? 독신자 얼간이가 되면 아게 된다네. 내 일이 다른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를 들어주는 게 아닌가? 그런 사람이 어떻게 인간의 악에 대해 모를 수가 있겠나? 하지만 솔직히 내 일의 성격상 자네가 가짜 성직자라는 걸 알 수 있는 점이 한 가지 더 있었네."
"그게 뭐지?"
"자네, 이성을 공격했지 않나. 신학을 하는 사람에게 그리 좋은 태도가 아니지."
--- pp 4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