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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친 달
조향옥 | 달샘 | 2016년 06월 1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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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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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06월 13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35쪽 | 330g | 141*220*20mm
ISBN13 9791186955161
ISBN10 1186955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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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이 비치는 거실의 소파에 누워 “참 좋다 이 평범함이”라던 어느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시를 읽다 문득 그 장면이 떠오른 것은 봄날의 온기를 미리 꾸어온 것처럼 그의 시편들이 그랬기 때문이다. 꽃향기 때문에 키가 작아지고 기적이 울다가 감자 꽃이 핀다고 할 때, 철길 따라 보리가 익어가고 아카시아 흰 꽃이 아득하다고 할 때 이 평범속의 비범함이 참 좋아진다. 남강을 무량한 물이다 명명하면서 손가락 사이로 걸리지 않는 색이라 할 때 그 평범함의 비범은 또 어떤가 그러면서 그는 아직도 낯선 곳이 두려운 이유를 모른다고 한다.제 관절에 볼트를 채우고 어둠 속에서 어둠을 보며 살아온 어둠의 방식이 곧 자신의 방식인 탓이다.
달빛을 마시며 밤을 견디고 드릴로 삐걱이는 가슴을 조이면서, 나사못은 등뼈를 비틀며 한 시절을 살아 낸 그의 시편들에는 시 농사를 잘 지은 사람의 모습에 깃들어 있는 허虛가 아직은 덜 깃들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의 시들이 부드러운 식빵을 죄라고 쓸 때 버릴 곳을 찾아 꽃다발을 만든다고 쓸 때 나는 나를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쓸 때 함께 노을에 발목을 푹 담그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둠을 받치고 있는 시가, 끓는 물의 보리알이 생각에 잠기다가 깜짝 놀라 물 위로 튀어 오르는 것처럼, 해보는 수밖에 길이 없는 것처럼, 순발력 있는 바람처럼, 일어날 것이다.
- 천양희 (시인)

그녀의 시들은 연금술상으로 혼돈스런 ‘흑화黑化’를 의미하는 “까마귀”들이 우는 세상 속에서, 제 자신도 미처 알지 못한 채 오래도록 불어왔을 제 심혼의 “백세청풍”과 맞서는 대신 그 의미를 “읽고 있”는 중이다. 혹은 불길하게 그 “까마귀”들이 “까악까악” 울고 생산성이 거세된 “보리깜부기 날”리고 있는 나날 속에서, 그러나 쉽게 얻을 수 없는 내면의 보배를 얻도록 등을 떠미는, 그 잡아두기 힘든 모호한 그 바람 속에 그녀의 영혼을 내맡긴 채 “소리내어 창을 닫”(「채미정」)는 과감하고 단호한 시적 내향화를 진행하고 있다. “해와 달이 자주 찾”는 “신성한 집” 또는 “그리운” 모성의 “둥지”를 위해 기꺼이 인간의 기원인 나무 “꼭대기”에서 바람에 “흔들리”거나 거센 바람을 피해 가는 “피랑길”(「피랑 까치집」)에 든 채. - (해설 「팜프 파탈과 칼의 정신」 중에서)
임동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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