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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랭바레 증후군

길랭바레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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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7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285쪽 | 400g | 148*210*20mm
ISBN13 9788996459262
ISBN10 8996459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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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이희종
저자 이희종은 1959년 충남 천안에서 출생, 2008년 계간문예 신인상으로 등단하였다. 2013년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수상하였으며, 현재 서울메트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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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진행하는 기관차 옆으로 눈은 할 수 없이 밀려나면서 깊이 감추어 두었던 두 줄기의 철길을 드러내 놓았다. 기관차가 지나가면 눈 속에는 깊은 계곡이 만들어졌고 그 속에서 백지에 연필로 그어 내린 듯, 긴 선으로 박혀 있는 두 줄기의 철길만이 희디흰 눈빛을 받아 선명하게 빛났다.
기관차가 눈 계곡을 만들며 묵호를 거쳐 망상을 지나가고 있을 때 날은 완전히 밝아 있었다. 기관차 운전실에 앉아서 눈 속에 묻혀 우듬지만 겨우 드러내놓고 있는 키 작은 나무며 눈을 함빡 뒤집어쓴 높고 낮은 산들, 또한 눈 무게 때문에 찢어져 내린 나뭇가지들과 머금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지 호수처럼 잔잔하게 숨을 죽이고 있는 바다까지, 나는 한동안 정신없이 바라보았다.---「기적소리」중에서

여자애를 보면 그냥 예뻤다. 웃을 때도, 표정도 없이 창밖을 바라볼 때도, 물건값을 계산할 때도 예뻤다. 여자애의 예쁜 얼굴을 보고 있으면 울적했던 마음도 풀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여자애를 보고 있으면 괜히 손이 근질거렸다.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욕구였다. 장난처럼 그리던 그림은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작파해 버렸는데 인제 와서 그 욕구가 다시 솟아나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중략)
나는 연분이의 그 예쁜 얼굴을 눈앞에 떠올렸다. 눈물이 고여 곧 떨어뜨릴 것 같은 큰 눈망울이 어둠 속에서 나를 응시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얼굴이 웃었다. 예뻤다. 그 얼굴이 언짢은 듯 찡그렸다. 그래도 예뻤다. 그 얼굴이 슬픈 표정을 지었다. 예뻤다. 그랬다. 그 얼굴은 어떤 표정을 지어도 다 예뻤다. 연분이 내면이, 아니면 과거에 한 어떤 행위들이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겨울, 태백선」중에서

바람 한줄기가 갈대숲으로 불어 들자 우수수 갈대들의 몸 비비는 소리가 방죽 수면으로 낮게 깔렸다.
아버지는 입질 한번 오지 않는 낚싯대를 계속 물속에 던져둔 채였다. 갈대숲이 아까보다 더 자주 흔들리며 파도쳤다. 순간 매미 소리가 뚝 그쳤다. 원두막 주위로 그늘이 졌다. 하늘의 가장자리는 아직 푸른빛인데 머리 위로 먹구름 한 장이 낮게 떠 있었다.
---「배꼽참외에 관한 추억」중에서

열차가 역을 빠져나오자 노을빛이 객실 안을 온통 주황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서쪽 하늘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붉은 하늘 아래 강물도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주황빛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 빛깔은 능소화처럼 곱고 아름다웠다.
이제까지 왜 저런 풍경을 보지 못했을까, 나는 경위서를 쓰던 종이에서 눈을 떼고 사그라지는 태양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길랭바레증후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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