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를 졸업하고 회사에서 마케팅과 광고기획 관련 일을 담당했다. 직장생활을 짧게 끝맺고 장로회신학대학교 대학원 선교학과에 입학해 야학활동을 하던 중 하늘이 아닌 땅에 매혹되어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단편소설 「안젤라가 있던 자리」로 제4회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중앙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역자 : 전승희
전승희는 서울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에서 영문학과 비교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하며 아시아 문예 계간지 《ASIA》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나 역시 오빠가 옆에 없었다면 지금 쓰고 있는 이런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거였다. 여느 소설가의 눈에 이건 소설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 바로 그것이 예술이다. 나는 소설가이기 전에 예술가다. 내 목소리에는 어느새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돈에 대한 고결한 그의 신념이 예술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시대의 종교는 돈이다. 중세의 절정에서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린 미켈란젤로처럼 이 글은 가장 반(反)예술적인 모습으로 문학의 본질을 되새겨보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 p.70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무엇보다 삶은 ‘왜’ 예술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나는 아직 답을 얻지 못했다. 답을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있는지 모른다. 여전히 나에게는 용기란 게 없다. 하지만 용기가 없다고 말할 만큼의 용기는 있다. 오늘도 나는 자신이 작가임을 잊지 않고 있다. --- p.78
이 작품은 탄탄한 반어적 구조 위에서 문학이 자본의 논리에 휩쓸릴 수도 없으며, 휩쓸려서도 안 됨을 가장 뜨겁게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그렇다면 처음 이야기할 때 했던 필자의 말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서두에서 김민정의 『세상에서 가장 비싼 소설』이 근본적이며, 이러한 규정은 소설과 소설가의 존재방식을 질문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논의에 따를 때, 이 작품은 자본의 논리가 전일적 지배를 하고 있는 지금의 세상에 대한 발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동시에 그것을 탄탄한 반어적 구조 위에 펼쳐놓고 있다는 점에서도 근본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김민정의 『세상에서 가장 비싼 소설』을 통하여 한국소설은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조금은 더 감각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