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 가는 것도 어린이의 지능에는 충분히 중요한 촉진제가 될 수 있지만 연구자들은 왜 그런지 그 정확한 이유는 말하지 못한다. 그들은 “중재 프로그램에 다면적 요소가 있어 인과적 메커니즘이라고 할 만한 고유의 특징을 가진 요소를 식별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제안하는 가장 논리적인 이유는 어린이들이 유치원에서 어떤 특별한 프로그램을 접했기 때문이 아니라, 인지적 자극을 통해 지능을 발달시킬 수 있는 환경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은 새로운 과제나 생각, 단어에 노출되며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사회 환경을 탐험할 기회를 접한다. 무엇보다 집에서는 대면할 수 없는 도전을 받아들이고 다루는 법을 배우게 된다. 연구자들은 이런 도전적 과제가 어린이의 인지적 욕구를 증가시켜 환경에 적응하면서 더 영리해지도록 이끈다고 설명한다.
--- p.14, 아이의 지능을 높일 수 있을까?
당신은 수학자를 찾아가 〈서양인의 부표본에 나타난 심리-성적 대응 메커니즘의 위상 변화〉를 읽고 의견을 달라고 부탁한다. 또한 논문 검색 서비스인 구글 스칼러로 그 수학자가 지적한 것과 같은 문제를 제기한 저명한 학자들을 찾아내고, 위상기하학에 대한 입문 서적을 읽는다. 위상기하학은 가상의 물체가 위상공간에서 확장되거나 왜곡될 때 보존되는 기하학적 대상의 특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과 심리-성적 대응 메커니즘과의 관계는 아주 미미한 것 같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제 논문의 결론과 방법론에 의문을 제기할 이유를 충분히 모은 셈이다. 그래서 당신은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다.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소리치는 사람이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동료들도 표현하기를 꺼렸을 뿐 비슷한 의문을 품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당신의 지적은 다른 사람들의 연구를 유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우리의 목표는 잘못된 생각을 고수하려는 집단적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다.
--- p.21, 수학맹이 수학적 사기에 속지 않는 법
만약 정말로 문화적인 장애물이 없다면 여의사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70%? 85%? 핵물리학자 중 여성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40%? 50%? 70%? 간호사 중 남성의 비율은 얼마에 이를까? 알 수 없는 답이고 추측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행동이다. 모든 영역에서 50/50의 비율을 달성하려는 시도나 가설에 근거한 이상적인 비율을 달성하려는 행동은 더 나은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는 비합리적이다. 대신 불공평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남아 있는 장애물을 찾아내서 최소화하며 문화적 태도를 바꾸려고 노력할 수는 있다. 양육 태도에서 오는 차이점을 극복하려 노력할 수 있고 누구나 무슨 일에든 도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을 수도 있다. 어느 정도까지는 생물적 차이를 보상할 수도 있다(산모와 수유를 위한 시설 등). 결과가 어찌 되든 간에, 우리는 그저 얼마나 많은 남성과 여성이 자기 일을 잘해내는지 지켜보면 된다.
--- p.65, 남성과 여성은 얼마나 다른가
이 글에서는 진화심리학에 대한 두 가지 비판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진화심리학을 성숙한 과학이라 보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첫 번째 비판에서는 ‘그럴듯한 이야기’라는 공격의 빌미가 되는 심각한 방법론적 문제를 지적한다. 진화심리학의 가설 검증은 과학적 방법의 기본 원리를 위배할 때가 많으므로 이 분야는 과학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화심리학을 계속 그럴듯한 이야기라고만 몰아붙이기보다 과학적 방법의 기본 원리 자체를 따져보아야 한다. 성숙한 과학으로 인정받기 위해 진화심리학 연구는 과학적 가설 검증의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 두 번째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는 비판’에서는 배우자 선택 이론의 실제 검증을 논의함으로써 가설 검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보여주며, 여성들이 남성 배우자의 어떤 신체 특성을 선호하는가에 대한 셔머 등의 우려에도 대답한다. 알고 보면 이 비평가들은 관련 이론, 데이터, 특별한 연구 기법을 잘 모르고 있을 뿐이다. 비평가들은 진화심리학자들이 외부의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연구 방법의 과학성을 높이기를 바라기 전에, 우선 본인들부터 진화심리학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 p.119~120, 진화심리학은 과학인가?
여성이 남편과의 성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면 외도를 하게 된다(‘성충동’ 때문에). 외도 상대를 고를 때도 장기적 배우자를 선택할 때 적용했던 것과 똑같은 선호도가 적용되지만 그중 몇몇은(예를 들어 자원을 제공할 의지) 성적 역할과 무관한 요소일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요소는 선택과정에서 제외되고 대칭성에 관한 선호도가 큰 부분을 차지하면서, 여성은 외도 상대로 대칭성이 높은 남성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일단 여성이 외도를 시작하면 그녀의 성욕은 최고조에 이르며 이는 여성이 주도하는 성관계 횟수를 증가시킨다. 또 남편과의 관계보다 외도 상대와의 관계가 더 만족스럽기 때문에 여성이 주도하는 성관계는 거의 예외 없이 외도 상대와 이루어지며, 이로 인해 대칭성이 높은 외도 상대와의 성관계가 월경주기의 가임기에 집중된다. 이런 방법으로 위의 세 가지 적응 현상은 성적으로 불만족스러운 환경에서 단기적 외도를 위해 특별히 적응된 결과로 보이는 행동 패턴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버스가 제시한 증거는 여성이 전략적인 외도를 위해 특별히 정신적 메커니즘을 진화시켰다는 주장을 지지하지 않는다.
--- p.149~150, 외도하는 그 여자와 질투하는 그 남자의 마음
관찰은 그냥 스스로 말하는 법이 없다. 관찰은 오류를 저지르기 쉬운 우리네 뇌를 거치며 걸러지게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생각이 잘못될 수 있으며, 실제로 잘못되는 경우도 많다. 이는 회의주의자들이 종종 몹시 즐거워하며 찌르고 쑤셔대곤 하는 주장을 펼친 사이비 과학자, 초과학주의자, 광신적 믿음 속에 거하는 자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다양한 얼굴을 한 사고의 오류들은 안타깝게도 모든 사람, 심지어 가장 엄격하고 신중한 과학자와 회의주의자들도 피해가지 못한다. 회의주의조차 극단으로 가면 창조적·비판적 사고를 억누를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 생각이 잘못 들 수 있는 여러 길들을 다시 짚어보는 게 우리 모두에게 유익한 연습이 될 것이다.
--- p.226, 비판적 사고를 가로막는 29가지 사고 오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