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정치제도, 경제가 상이한 국가들을 두루 다니면서 분명히 깨달은 것은 각 국가마다 모범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또 다른 국가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보건의료제도 일부를 그대로 ‘들어서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서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극하고 가능성을 공유하며 지역별 혁신과 새로운 환경으로의 적응,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격려할 수는 있을 것이다.
---「제1장 〈완벽한 보건의료제도〉」중에서
일본은 지난 60년간 많은 진전을 이루었으며, 일찍이 경제성장과 사회 결속을 위한 보편적 의료보장의 가치를 깨닫고 실행한 덕분에 기대수명을 현저하게 개선하는 데에도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일본은 고령화 인구를 위한 새로운 사회정책 개발에도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왔으나, 인구 구성 변화로 인한 압박과 일본 경제의 저성장 기조로 인해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보건의료제도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되어 있으나 개혁을 어떻게 실행할지에 대한 분명한 방향은 아직 없다. 수많은 병원, 보험자, 지자체가 각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개혁을 이끌어나갈 분명한 리더십은 없는 형국이다.
---「제2장 〈일본: 장수를 기원합니다〉」중에서
단 12년 만에 보편적 건강보험을 완성한 것은 정말 놀라운 성과다. 급속한 산업 발전이 사회복지 정책으로 이어지고 한국의 보건의료제도를 21세기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은 뚜렷한 목표를 가진 정치적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만 그로 인해 개인부담금 수준이 높아지게 되었으며 서구사회의 실수를 답습하여 지나치게 병원에 의존하게 되었다. 전자산업의 발달에 따라 혁신과 신기술 도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결국 제도 개선의 촉매제가 되어 향후 동양과 서양에 모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자면 한국은 우선 1차의료와 2차의료 간의 균형을 다시 정립하여 보건의료제도가 지속가능하도
록, 그리고 인구고령화로 인한 엄청난 압박을 이겨낼 수 있도록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제3장 〈한국: 국가에 대한 자긍심과 세계를 향한 포부〉」중에서
중국은 보건의료서비스를 확대하고 의료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자본력도 있으며 그 동기도 충분하지만, 시간·노력·자원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보건의료 분야 리더십 능력과 역량 개발에 많은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 중국은 그동안 세계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와 적극적인 국제무역을 통해 놀라운 경제성장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중국의 의료개혁이 계속 진행되려면 이러한 동력이 국내 보건의료제도
에 그대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제4장 〈중국: 공산주의 국가의 허황된 꿈?〉」중에서
북유럽국가들도 인구고령화 문제로 고심하는 것을 바라보는 다른 국가의 보건의료 분야 리더들은 안도감이 들겠지만, 전반적인 보건성과를 놓고 보면 가까운 장래에 북유럽국가 수준을 따라올 수 있는 국가는 거의 없다. 북유럽국가들의 보건의료제도는 비교적 높은 수준의 세금을 통해 유지하는 사회연대와 평등이라는 가치의 표현이다. 가장 큰 숙제는 앞으로 다가오는 수십 년 동안 탁월한 의료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보건 경제를 개혁하면서도 충실하게 핵심 가치를 지켜내는 일이다.
---「제15장 〈북유럽 5개국: 분권화된 복지천국?〉」중에서
최근 KPMG에서는 6개 대륙의 30개 국가에서 보건의료 분야 리더 65명을 초청하여 성과가 우수한 보건의료제도의 핵심 요소에 대해 논의하였다. 그 논의를 정리한 《지구력(Staying Power)》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보면 지도자들이 다음과 같이 언급한 내용이 있다. “개선을 위한 끊임없는 탐구와 혁신에 대한 열정은 성공적인 변화와 적응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지만 결국 탁월한 인력, 성과, 진전을 만드는 것은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렸다.” 짐 콜린스(Jim Collins)가 그의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1911년 로알 아문센(Roald Amundsen)과 로버트 팔콘 스콧(Robert Falcon Scott)을 예로 들면서 했던 이야기처럼, 성공은 가장 극한의 환경에서도 가장 잘 훈련되어 있고 적절한 통제 아래 꾸준함을 보여준 팀에게 돌아갔다. 짐 콜린스가 기업 부문에서 진행했던 연구는 보건 분야에서 진행한 우리의 연구결과를 잘 뒷받침한다. 훈련된 인력, 훈련된 생각, 훈련된 행동이 좋은 조직들 가운데서 ‘훌륭한’ 조직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정책과 관리체계가 2년마다 변경된다면 지속가능한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료진과 행정직원들이 이러한 변동과 상관없이 계속 근무하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제22장 〈영국: NHS, 두려움이 있던 자리를 대신하다〉」중에서
미국에서는 언제나 그렇듯이,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사실, 의견, 편견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지는 중이다. ACA가 미국 보건의료의 접근성, 비용, 의료 질 사이의 균형구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중대한 한 걸음을 내딛은 것만은 틀림없으며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냉정하게 봤을 때 앞으로 오는 세대에 이만큼의 정치자본을 또다시 투자하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이번에 꼭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제24장 〈미국: Let’s face the music and dance〉」중에서
브라질은 개발도상국을 넘어 세계의 주요 경제국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보건의료제도 또한 많은 면에서 성공을 이루었다. 예방접종 프로그램과 담배 규제를 통해 놀라운 예방적 성과를 거두었으며 강력한 1차의 기반을 구축하였다. 경제가 부흥하던 시기를 잘 이용하여 무상의료공급이라는 보편적 의료보장 목표에 가까이 다가갔지만 도시 빈민가와 벽오지의 의료 접근성 및 의료 수준은 아직 뒤떨어져 있다. 이제 경제성장
이 둔화되고 보건의료 발전 역시 동력을 잃었다.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위해서는 정치적인 비전을 새롭게 다져야 할 것이다.
---「제26장 〈브라질: 질서와 진보?〉」중에서
이제 보편적 보건의료의 시대가 되었다. 보건의료 재원의 증가, 여론의 기대 상승은 정치적 포부를 부채질하고 있으며, 내 바람은 앞으로 10년동안 수억 명의 사람들이 추가로 보건의료의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 장애물은 많지만 이러한 장애물을 극복한 사례 또한 많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수십 억 인구를 위한 보건의료의 모습이 현재 우리가 보는 보건의료의 모습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통신회사들이 많이 참여할 것이며, 지역사회가 직접 보건 관리와 대형병원 운영을 주도할 것이다. 모든 것은 새로운 의료 모델에 달렸다. 절차 표준화, 환경 혁신, 구매 간소화, 보건인력의 권한 강화 및 IT기술을 통한 효율성 증대 등 새로운 모델이 가진 여러 장점들은 수십 년간 보편적 의료보장제도를 운영해온 국가들도 본받게 될 것이다.
---「제27장 〈보편적 보건의료: 정치적 의지의 승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