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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놀이

신의 놀이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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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6월 2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96쪽 | 116*184*15mm
ISBN13 9791186946039
ISBN10 1186946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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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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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일을 하면서 고단해진다. 그 일이 무엇이든 일의 본질이 고단함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는 이 고단한 사람들의 하루를 채워줄 짧은 위로를 만드는 사람이고, 바로 내가 그걸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그 위로를 만드는 일을 하는 예술가도 결국 고단해질 것이다. 그래도 나는 만들고 싶다. 사람들이 어떤 위로를 받고 싶은지도 알고 싶다. 그러려면 먼저 내가 어떤 위로를 받고 싶은지 먼저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나의 어둡고 슬퍼하는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 일은 정말이지 아주 고단하다. 그래도 나는. --- p.24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혼자 울거나, 울다가 노래를 부르거나 했다. 노래는 나의 분노와 공포를 잠재우기 위한 치료법이었다. 혼자 노래를 지어 부르는 것이 스스로에게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가 나에게 불러주는 노래에는 교훈이 없다. 대신 나는 노래 속에서 꽤나 많은 질문을 던진다. 여전히 질문은 끝이 없고, 어떤 땐 그 많은 질문들을 던지는 나에게 질리고, 화가 난다. '저는 왜 이렇게 아는 게 많고, 왜 이렇게 모르는 게 많을까요?' --- pp.81-82

스무 살 때, 친구가 죽었다. 그 친구의 장례식에 가서 나와 친구들은 앞다투어 식장이 떠나가도록 울었다. 부은 눈으로 식장 앞에서 담배를 피웠다. 친구들은 내가 중학교 때 잘하던 국어 선생님 성대모사를 시켰다. 성대모사를 하자 모두가 웃었다. 그렇게 한참을 낄낄거리다 다시 식장으로 돌아가 다시 앞다투어 펑펑 울었다. 진짜 슬펐고 진짜 웃겼다. 나는 웃는 것으로 잠깐씩 죽음에 대해 잊어버린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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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의 노래는 무심하다. 목소리가 무심하고, 멜로디도 무심하다. 열창하지 않는다. 슬퍼하거나 기뻐하는 대신 무심하게 이야기하고, 무심하게 노래 부른다. 이랑은 무심하게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길을 걷다가 만난 사람들, 사물들, 노래와 가족, 도쿄와 서울과 거울과 냉장고, 꽃이랑 나무, 풍경과 평범한 질문, 이야기와 수많은 생각의 이름들을 각각 카드에 적는다. 카드를 섞는다. 카드를 구분하지 않는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나누지 않고, 슬픔과 기쁨을 분간하지 않는다. 무작위로 뽑은 카드 한 장을 이랑이 당신에게 내민다. 당신은 어리둥절할 것이다. 이게 뭐냐고 반문하고 싶을 것이다. 카드를 손에 쥔 채, 이랑의 노래를 들으면서 거리를 돌아다녀 보자. 어리둥절한 채로 이랑의 노래를 한참 듣고 있다가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가족을 찾아서〉와 〈평범한 사람〉과 〈슬프게 화가 난다〉를 듣고 있는데, 목소리가 더이상 무심하게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웃어, 유머에〉를 들으며 함께 하하하 히히히 호호호 헤헤헤 했다.
- 김중혁 (소설가)

개인적으로 뮤지션들과 일을 하면서 공연을 따라다닌 적이 있다. 주로 공연장에 가서 리허설을 같이 진행하고 공연이 무사히 진행되는 것을 보고 집에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함께 일해온 이랑의 2집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싱어송라이터가 자신의 노래를 스스로 반복해서 부르면 그게 어떤 감정이 될까. 계속 해서 같은 느낌으로 부르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에게 잊혀지는 것일까 혹은 더 나은 감정으로 나아가는 것일까. 자신의 이야기를 가사로 쓰는 이랑의 경우는 세번째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했다. 어떤 선택에 있어서 분명히 돌아갈 수 없는 길이 있기에 이랑의 2집은 욘욘슨과 같을 수 없을 것이다. 당신도 느끼겠지만 이랑의 2집에는 확연히 다른 이야기가 담겨있다. 마냥 밝지만 않은 그러나 가끔 들여다볼 수 밖에 없는 이 앨범을 듣고 있으면 곡을 쓰고 부르는 이랑의 지금 모습(커버 사진에 있는)을 바라보는 것 같다. 여러모로 신기한 앨범이다.
박다함 (헬리콥터 레코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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