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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흔적

하얀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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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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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8년 05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330g | 153*224*20mm
ISBN13 9788995997178
ISBN10 8995997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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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김규성
1951년 전라북도 고창에서 출생한 저자는 한양대학교에서 행정학 석사와 보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동대학원 고위정책과정을 수료한 학구파로, 한양대학교에도 출강한다. 1973년 서울특별시립 중부병원을 시작으로 강남병원, 아동병원, 성동구 보건소, 중구 보건소를 두루 거친 저자는 2008년 서울특별시립 서북병원을 마지막으로 34년 6개월 동안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특히 불우한 소외계층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공직자의 길을 걸었다.
이 결과 저자는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보건복지부장관 표창 /네 번의 서울특별시장 표창/중앙일보와 행정안전부가 공동주관한 ‘청백 봉사상’수상/자랑스런 공무원상(친절부문)과 3회의 직원제안?구민아이디어 등 6회의 구청장 표창/민원행정 수범사례 표창 등 다수를 받았으며 학위논문으로는 서울시 남자 환경미화원의 건강실태에 관한 고찰(석사)과 공공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결핵환자의 투약중단에 관한 지식관련 요인(박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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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추웠던 겨울이 이젠 봄에 쫓기고 있다. 찬바람과 눈보라가 어우러진 출근길, 그 발걸음을 재촉하여 병원에 도착하는 순간 “엄마 안녕.”이라는 여타 직장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반가운 인사로 나의 업무는 시작된다.
출근을 하면서 밤사이 감기는 안 걸렸는지, 혹시 허약한 아이가 엄마 없는 시간에 사고는 없었는지 염려를 하다가, 막상 밝은 아기천사들을 대할 때 솟아오르는 환희는 이곳에서 함께 생활하지 아니하고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이다.
3년 전 이때쯤, 종합병원에서 발령장을 받고 이곳으로 왔다. 처음에는 간호사로서 너무 벅차고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업무처럼 다가왔으나 이제 이 천사들과 정이 들어 떠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어느 날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아 이곳에 온 아기 천사들은 뇌성마비, 정신박약, 지체불구 등 신체적 정신적으로 불편함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의 손과 발 그리고 몸과 마음이 되어 먹여주고, 씻겨주고, 가르쳐주고, 간호해주어야 하는
일이다. 정말 글로써 옮길 수 없는 감당키 어려운 업무지만 정작 이 아이들의 밝은 표정을 바라보노라면 엄마의 아픈 팔이 조금은 가시는 듯하다.
간호사로서 진실한 봉사를 할 수 있고 또한 마음껏 간호할 수 있는 전인간호가 필요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잘 참고, 가장 아름다운 우리 천사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쏟아 친형제자매나 자식처럼 대하고자 노력해도, 나 역시 인간이므로 가끔은 퇴근길 버스 안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며 반성할 때도 있다.
그들은 의사표현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 가끔 똑똑하지 못한 발음과 음성으로 “어마”, “어니”라고 부를 뿐이다. “그래, 엄마 언니라고 불렀니?”하면 맞는다는 듯이 환하게 웃는다. 그때마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그 어느 곳에서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행복을 느낀다. 나는 이 아기 천사들에게‘엄마, 언니, 아기’등 간단하면서도 친근감 있는 언어부터 시간이 허락하는 데까지 몇 번이든 며칠이든 되풀이하여 가르친다. 대답도 없는 천사 앞에서 읽고 가르치는 이런 시간은 나의 삶에서 가장 값지고 아름다운 순간이다. 이러한 생활이 계속됨으로써 나는 아이들과 마음과 마음이 통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떠한 어려움에 처해도 힘들지 않게 받아들였으며 아이들을 대하면서 조금도 짜증낼 수 없는 나 자신이 되어버렸다. 몸은 비록 자유롭지 못하고 불구이지만 정신만은 천사와 다름없어 그토록 사랑스러울 수 가없다.
하루는 아기천사의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말 못하는 아이가 엄마를 찾고 있는 것 같아 퇴근길 발걸음이 마냥 무겁게 느껴졌다.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가장 큰 아픔은 아이의 마지막 운명을 지켜보는 순간으로써 그 괴로움은 정녕 주체하기 힘들다. 아마 이런 아픔은 평생 내 가슴한 곳에 남아있을 것이다.
--- '아동병원의 천사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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