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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첫마음

스님의 첫마음

박원자 | 뜨란 | 2016년 07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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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치유 에세이 top10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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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564g | 148*210*30mm
ISBN13 9788990840356
ISBN10 89908403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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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했으므로 때에 맞추어 밥을 해먹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었다. 한꺼번에 밥을 해놓고 때가 되면 찬밥 한 덩이를 그릇에 담아 김치 몇 쪽 올려놓은 채 끼니를 때웠다. 겨울이었지만 물도 데워 먹지 않고 샘물 한 바가지 떠먹는 것으로 대신하고 오로지 화두와 마주했다. 베개도 이부자리도 들이지 않고 옷을 입은 채 두세 시간 눈을 붙이고 참선하고 나무를 하는 것이 하루 일과였다. --- p.19

홀로 동생들을 키우면서 고생하던 어머니는 큰아들을 보자 무척 기뻐하셨다. 어린 나이에 절집에 들어갔다가 이젠 철이 들어 당신 곁에서 살려나 하는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고 잘해주셨다. 그러나 정확히 한 주 뒤 “어머니, 저 갑니다!” 하고 내가 걸망 들고 집을 나서자 망연자실하셨다. “그렇게 가야만 하는가?” 사립문에 기대어 한마디 하면서 무정히 집을 떠나는 큰아들을 바라보시던 어머니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 p. 45

열차를 타고 가는데, 어린애 같은 조그만 승려가 보따리 하나 들고 앉아 있으니까 곁의 사람들이 자꾸 “절에는 왜 갔느냐, 왜 승려가 되었느냐, 절에 가면 무얼 하느냐?” 하고 물어왔다. 신이 나서 천수경과 반야심경을 외우고 “무슨 일이든 처음 마음을 잘 가져야 한다.”고 법문 아닌 법문을 했더니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몰려와서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 p.112

밤 열 시, 졸음이 물밀듯이 밀려올 때면 대중들 모두 호롱불을 들고 심검당에서 사슴목장까지 걸어갔다가 새벽 예불 시간에 맞추어 돌아왔다. 생각하면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젊음의 힘이 있었기에 폭풍우가 몰아쳐도 밀고 나갈 수 있었다. 이불도 의자도 없이 백 일 동안 서서 살다시피 하며 행선을 하다 보니, 눈으로 잠이 오는 것이 아니라 다리가 조는 느낌이 들었다. --- p.165

은사이신 몽초 스님 앞에서 이 글을 배우다가 나는 그만 통곡하고 말았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스승 앞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한참이나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다만 네가 목련존자 같은 성인이 되어 고해에서 나를 구해 불과에 오르게 하기를 바랄 뿐이다.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깊은 허물이 있게 될 것이니 부디 불법에 통달하기를 간절히 빈다.”는 글귀에서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열일곱 살의 어린 제자 하나를 달랑 앉혀놓고 이 글을 새겨주시던 우리 스님도 눈물을 훔치고 말았다. 스승과 제자가 함께 울었던 그날은 일찌감치 공부를 파하고 말았다. --- p.180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마음을 밝히는 사람이다. 모든 것을 볼 줄 알고, 모든 것을 포용할 줄 알기 때문이다. 출가자는 마음 밝히는 길을 걸어가는 행복한 사람이다. --- p.215

성철 큰스님의 허락을 얻으러 해인사로 떠나던 날, 은사스님이 버스 정류장까지 따라나와 차에 오르는 내게 수건으로 싼 병을 하나 건네주셨다. “가다가 차 안에서 먹어라.” 대구에서 해인사로 들어가는 차를 타고 가다가 풀어보니 속이 온전치 않은 나를 위해 미음을 끓여서 병에 넣은 것이었다. 식을까봐 겹겹으로 수건을 둘러싸서 병에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 혹여라도 백련암까지 올라가는데 지칠까 염려해서 상좌의 손에 쥐어준 미음을 먹으면서 나는 또 울었다. --- p.254

인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어떠한 고매한 철학이나 이념, 사상이 아니다. 쉬어서 본바탕을 깨닫는 것이 해결점이고 출발점이다. 너와 나의 구별, 절대자인 신과 그를 믿는 사람이 있는 주종 관계에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상대가 있는 곳에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 p.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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